비니시우스 주니오르(23, 레알 마드리드)가 스페인 라리가의 인종차별이 일부 관중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비니시우스는 지난 22일(한국시간) 스페인 발렌시아 에스타디오 데 메스타야에서 열린 2022-2023 스페인 라리가 35라운드 발렌시아 원정경기 도중 관중들로부터 인종차별을 당했다.
레알 마드리드가 0-1로 패한 경기 결과를 떠나, 경기 시작 전부터 노골적으로 비니시우스를 향해 "원숭이"라고 외치던 발렌시아 관중들은 경기 중에도 인종차별적인 조롱을 멈추지 않았다.
결국 경기 도중 비니시우스가 폭발했다. 비니시우스는 경기 중 발렌시아 관중들과 설전을 펼쳤고 발렌시아 선수들과도 충돌, 결국 퇴장을 당했다. 비니시우스는 주심에게 특정 관중을 가리키며 인종차별 행위를 했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비니시우스는 경기 후 자신의 소셜 미디어를 통해 "처음도 아니고, 두 번째도 아니고, 세 번째도 아니다. 라리가에서 인종차별은 정상적인 행위다. 경쟁자들은 그것이 정상이라 생각하며 연맹도 마찬가지다"라고 꾹꾹 참고 있던 억울함을 터뜨렸다.
이어 "한때 호나우지뉴, 호나우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리오넬 메시가 뛰던 이 리그는 이제 인종차별자들의 것일 뿐"이라고 비판의 강도를 높여 스페인 라리가 전체가 사실상 인종차별의 온상이라고 지적하고 나섰다.
특히 비니시우스는 "스페인 사람들에겐 미안하지만, 오늘날 브라질에서 스페인은 인종차별자들의 나라로 알려져 있다. 불행하게도 나는 매주 일어나는 이 일에 스스로 방어할 방법이 없다. 하지만 난 강하고 인종차별주의자들과 맞서 싸울 것"이라고 결의를 다졌다.
그런데 하비에르 테바스 라리가 회장의 입장문이 더욱 논란을 부추겼다. 테바스 회장은 "우리는 당신에게 인종차별이 어떤 것이고 라리가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설명하려 노력했다. 그러나 당신은 스스로 요청한 두 번의 날짜에 참석하지 않았다"고 오히려 비니시우스를 나무라는 글을 올려 더욱 논란이 됐다.
이어 "라리가를 비판하고 모욕하기 전에 당신 스스로 제대로 알아야 한다. 자신을 조종하지 말고 각자의 능력과 우리가 함께 해온 일들을 완전히 이해해라"고 피해자인 비니시우스를 탓하기 바빴다.
발렌시아 구단도 마찬가지. 하비에르 솔리스 발렌시아 대변인은 "발렌시아는 우리 팬들이 인종차별적이라고 말하는 사람을 용납할 수 없다. 우리는 안첼로티 감독의 발언을 강력하게 거부한다"며 오히려 안첼로티 감독의 발언에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앞서 카를로 안첼로티 레알 감독이 "라리가는 문제가 있다. 한 사람이 아니라 전체가 미쳤다 .나는 경기장 전체가 '원숭이'이라고 외치는 인종차별을 본 적이 없다"고 발렌시아 팬들을 비난한 것에 대해 일부 관중의 행위였을 뿐 발렌시아 팬을 싸잡아 비난하지 말라는 의미였다.
이에 비니시우스는 다음날 직접 증거 영상을 자신의 소셜 미디어로 공유했다. 이 영상 속에서 지난해 9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팬들은 "비니시우스는 원숭이"라고 떼창을 했고 그 해 12월 바야돌리드 팬들은 "멍청한 깜둥이"라고 소리치며 원숭이 소리를 냈다.
또 올해 2월 마요르카 팬들은 "바나나나 먹어"라고 비니시우스를 조롱했고 지난 3월 바르셀로나 팬들은 "비니시우스 죽어"라고 저주했다. 마드리드의 한 다리에는 비니시우스 인형을 목 매달아 놓은 섬뜩한 모습도 포착됐다.
비니시우스의 영상을 보면 사실상 발렌시아 뿐 아니라 스페인이 인종차별 국가라 해도 될 정도였다. 이강인을 향해 "중국인"이라며 아무렇지 않게 농담을 거는 하비에르 아기레 마요르카 감독의 영상을 봐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강인의 친정 구단이 발렌시아란 점은 이강인이 그동안 얼마나 힘들게 생활했는지 느끼게 해준다.
테바스 회장이 다시 "스페인도 라리가도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니다. 이렇게 말하는 건 부당하다. 라리가는 소관 내에서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방법으로 인종차별을 보고하고 추적한다"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또 그는 "매주 42개 팀에서 200명이 넘은 흑인 선수들이 팬들의 존경과 사랑으로 환영받는다. 지역사회 통합의 상징인 라리가의 명성이 더럽혀지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 인종차별 사례는 극히 드문 일이며 우리가 모두 없애기 위해 전념하고 있다"라며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비니시우스는 24일 소셜 미디어를 통해 이번엔 1997년 영상을 가져와 공개했다. 브라질 선배이자 레알 레전드인 호베르투 카를로스가 바르셀로나와 엘 클라시코에서 인종차별을 당하는 장면이었다. 관중석에는 "원숭이"라는 글이 보이고 인종차별적인 구호도 나오고 있다.
그러면서 그는 "인종차별은 내가 태어나기 전 스페인 경기장에서 존재하고 있었다"면서 "지금까지 바뀐 게 무엇인가?"라고 되물었다. 비니시우스는 2000년생이다. 현재 이 영상은 저작권 위반으로 사용이 중지된 상태다.
일단 스페인축구협회(RFEF)는 이날 홈페이지 등 공식 채널을 통해 "경기위원회는 발렌시아와 레알 마드리드의 라리가 경기 중 발생한 사건에 따라 메스타야 경기장, 더 구체적으로는 5경기 동안 마리오 켐페스 남쪽 스탠드의 부분 폐쇄를 명한다. 발렌시아 구단에는 4만 5000유로(약 6400만 원)의 벌금을 부과한다"고 발표하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또 스페인 경찰은 비니시우스를 겨냥한 별도의 인종차별 사건과 관련해 7명의 남성을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경찰은 3명의 남성이 전부터 '높은 위험군'에 포함된 "마드리드 그룹의 급진적 팬 그룹"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라리가 회장과 발렌시아 구단의 발언을 볼 때 인종차별에 대한 의식은 쉽게 바뀌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 스페인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은 물론 구단들과 관계자들은 인종차별에 더욱 예민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높다. /letmeou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