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은 KIM으로 메운다. 김민재(27)를 떠날 보낼 것으로 보이는 나폴리가 그 후계자로 또 다른 한국인 수비수를 염두에 두고 있다. 나폴리가 20세 이하(U-20) 월드컵을 지켜보는 이유다.
김은중 감독이 이끄는 U-20 축구 국가대표팀은 23일(한국시간) 아르헨티나 멘도사의 멘도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국제축구연맹(FIFA) U-20 아르헨티나 월드컵' F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우승후보' 프랑스를 2-1로 제압했다.
한국은 전반 22분 역습 기회에서 이승원이 선제골을 터뜨렸고 후반 19분 프리킥 기회 때 이영준의 절묘한 헤더로 쐐기골을 뽑아냈다. 후반 21분 페널티킥으로 한골을 내주긴 했지만 유럽 강호를 상대로 한 첫 경기의 부담을 털어낸 귀중한 승리였다.
상쾌한 스타트를 끊은 한국이 이날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수비수들의 활약이었다. 특히 백 4 라인을 형성한 김은중호의 센터백 중 한 명이 김민재의 후계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김지수였다.
'제2의 김민재' 김지수는 이날 프랑스 공격진을 상대로 거의 완벽한 모습을 보여줬다. 프랑스가 선제골을 빼앗긴 후 거센 공격을 퍼부을 때 중앙에서 신중하게 때로는 몸을 던져가면서 실점 위기를 벗어났다.
김지수는 이미 지난 21일 이탈리아 '칼치오 메르카토 나폴리'가 "김민재의 후계자로 생각하고 있다"면서 "2004년생 한국 클럽인 성남FC 수비수가 이상적인 프로필이 될 수 있다"고 김민재의 대체자로 소개돼 관심을 모은 바 있다. 대회에 앞서 FIFA도 한국에서 가장 주목할 선수로 김지수를 선정한 바 있다.
나폴리는 지난해 7월 나폴리에 입단, 돋보이는 경기력으로 33년 만에 세리에 A 우승에 기여한 김민재 후임을 찾고 있다. 나폴리는 김민재 영입을 위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를 비롯한 맨체스터 시티, 뉴캐슬 유나이티드, 리버풀 등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빅 클럽들이 쏟아내는 제안을 감당할 수 없는 상태다.
무엇보다 7월 1일부터 15일 사이 발동될 수 있는 바이아웃(이적 허용) 조항 때문에 김민재를 지킬 수 없는 상태다. 김민재 영입에 가장 적극적인 맨유의 경우는 5년 동안 연봉 900만 유로를 지불하고 맨체스터 근교에 거처를 마련했다는 구체적인 제안까지 했다.
일단 김지수는 이런 김민재에 가장 가까운 체격을 지녔다. 192cm, 84kg인 김지수는 190cm, 90kg인 김민재와 비교해 오히려 더 크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 이 매체 역시 김지수에 대해 "젊고 경제적이며 무엇보다 신체적으로 김민재와 매우 유사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김지수는 지난해 성남과 구단 최초로 준프로 계약을 맺으며 프로 무대를 밟았다. 센터백이 주 포지션인 그는 성남 15세 이하(U-15) 유소년 클럽과 풍생고(성남 U-18)를 거쳐 성장했고, 곧바로 K리그를 누비며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김지수는 최근 프리미어리그 브렌트포드로부터 공식 영입 제안을 받았다. 영국 '데일리 메일'은 지난 16일 "EPL 구단 브렌트포드가 김지수 영입을 위해 논의를 시작했다. 바이에른 뮌헨(독일)과 스포르팅 CP(포르투갈)도 눈여겨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성남 구단도 이기형 감독도 김지수의 이적을 막지 않을 생각이다. 이 감독은 "뉴스에서 좋은 오퍼도 왔다고 봤다. 구단 정책 상황도 그렇고 나도 마찬가지다. 먼 미래를 본다면 이런 기회가 왔을 때 한번 도전해 보고 성장하는 게 지수 뿐만 아니라 한국 축구 발전에도 좋은 일"이라고 설명했다.
또 "구단에서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적극적으로 밀어주려고 한다. 이번 대회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줘서 좋은 대우를 받고, 인정받고 갔으면 한다"라고 덧붙였다.
'칼치오 메르카토 나폴리'는 김지수에 대해 "브렌트포드로 향할 운명인 것처럼 보이지만 아시아 축구에 점점 더 관심을 보이고 있는 나폴리인 만큼 영입 시도를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김지수의 바이아웃(이적 허용) 금액은 56만 파운드로 저렴하다.
김지수의 이적에는 워크 퍼밋(취업 비자)이라는 변수가 있다. 프리미어리그는 2021년 브렉시트 이후 성인 대표팀 출전 시간과 원소속팀과 소속 리그 수준, 소속팀에서 출전 시간, 대륙 클럽 대항전 출전 시간 등을 따져 일정 포인트가 넘는 선수에게만 워크 퍼밋을 발급해 준다.
파울루 벤투 전 대표팀 감독의 추천서가 있다지만 그것만으로는 해결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만약 김지수가 곧바로 브렌트포드로 간다면 정상빈(21, 미네소타)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 정상빈은 작년 1월 울버햄튼 원더러스로 이적했지만, 워크 퍼밋 문제로 위성 구단인 스위스 그라스호퍼로 임대를 떠났다.
이탈리아 역시 논EU 제한이 있다. 나폴리가 이번 U-20 월드컵에서 김지수를 유심히 관찰, 김민재의 후계자로 합격점을 내린다면 김민재 후계자로 김지수에 더욱 적극 움직일 수 있다. 과연 나폴리가 김민재가 떠난 후에도 "KIM KIM KIM"을 외칠 수 있을지 궁금하다. /letmeou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