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의 자랑' 이강인(22, 마요르카)이 '중국인'이라는 말을 들었다. 그것도 다른 이도 아닌 '스승' 하비에르 아기레(65) 마요르카 감독에게 말이다.
지난 11일(이하 한국시간) 마요르카 공식 유튜브에는 '그저 신난 장난꾸러기 이강인'이라는 제목의 훈련 영상이 업로드됐다. 한국 팬들을 위해 한국어로 제목을 작성해 올리기까지 했다.
문제는 훈련 도중 나온 발언이다. 영상 1분 23초 무렵 이강인의 슈팅이 골대 오른쪽으로 빗나가자 갑자기 "치노(Chino)"라는 단어가 들려왔다. 누가 했는지 화면에 담기지는 않았지만, 훈련을 진행하던 아기레 감독이 외친 것으로 보인다.
치노는 '중국인'을 뜻하는 스페인어로 동양인을 낮잡아 지칭하는 인종차별적 단어다. 어릴 적부터 스페인에서 살아온 이강인도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는 2년 전 유튜브 채널 '슛포러브'에 출연해 "어디를 가든 중국인들이 많으니까 동양인에게 치노라고 한다"라며 인종차별 사례를 직접 설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강인은 "치노"라는 외침에도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넘어갔다. 물론 제대로 못 들었을 수도 있겠지만, 꽤나 큰 외침이었기에 그 역시 들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이강인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웃으며 훈련을 이어나갔다.
더 문제는 마요르카 구단 측도 문제를 인식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만약 인종차별 발언의 심각성을 제대로 알고 있다면, 편집 과정에서 제거했을 것이다. 그만큼 이들에게는 치노라는 말이 익숙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이강인은 과거에도 아기레 감독에게 치노라고 불린 적 있다. 한 소셜 미디어 유저가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아기레 감독은 훈련 도중 그를 향해 "뭐해? 중국인, 뭐해?(¿Que Haces Chino? ¿Que Haces?)"라고 외쳤다.
마요르카 훈련장에서는 치노라는 단어가 익숙한 모양이다. 아기레 감독이 이강인은 한국 국적이라는 사실을 모를 리도 없다. 치노라는 그의 발언이 인종차별적임을 부정할 수 없는 이유다.
하비에르 테바스 라리가 회장의 발언이 생각나 더욱 씁쓸한 장면이다. 지난 22일 비니시우스 주니오르(레알 마드리드)는 발렌시아 팬들에게 인종차별적 모욕을 당했고, 경기 후 "라리가에서 인종차별은 정상적인 행위"라며 "한때 호나우지뉴, 호나우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리오넬 메시가 뛰던 이 리그는 이제 인종차별자들의 것"이라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자 테바스 회장은 오히려 화를 냈다. 그는 "스페인도 라리가도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니다. 이렇게 말하는 건 부당하다"라며 "지역사회 통합의 상징인 라리가의 명성이 더럽혀지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 인종차별 사례는 극히 드문 일이며 우리가 모두 없애기 위해 전념하고 있다"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극히 드물다던 인종차별은 마요르카 구단 공식 훈련장에서도 일어나고 있었다. 그것도 지나가던 일반인이나 단순한 팬이 아니라 감독으로부터 말이다. 인종차별 문제에 관한 라리가의 의식 수준이 얼마나 낮은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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