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골 1도움' 이승원(강원FC)의 조용하고도 강렬했던 경기력이 한국을 승리로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깜짝 스타'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김은중 감독이 이끄는 한국 20세 이하(U-20) 축구 국가대표팀은 23일 오전 3시(한국시간) 아르헨티나 멘도사의 멘도사 스타디움에서 프랑스와 2023 국제축구연맹(FIFA) U-20 아르헨티나 월드컵 F조 조별리그 1차전을 치러 2-1로 승리했다.
‘16강 진출 청신호’ 한국은 오는 26일 온두라스와 2차전, 29일 감비아와 조별리그 최종전을 치른다. 한국은 직전 2019년 이 대회 ‘준우승’ 영광을 다시 선사하겠단 각오다. 앞서 2021년 대회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대회가 열리지 못했다.
이날 ‘1골 1도움’ 이승원이 맹활약한 가운데, 그의 역습 찬스 이용 능력과 킥력이 빛났다. 전반 22분 프랑스 코너킥 위기 속 흐른 볼을 따낸 강성진은 왼쪽 측면으로 달리던 김용학에게 패스, 최종적으로 함께 문전으로 달리던 이승원이 볼을 소유한 뒤 낮고 빠른 슈팅으로 프랑스 골망을 갈랐다.
한국이 추가골을 넣었다. 후반 19분 이영준이 프리킥 기회에서 헤더골을 작렬했다. 이때 공을 올려준 선수가 바로 ‘선제골 주인공’ 이승원이다.
두 골 차로 리드하고 있던 한국은 악재를 맞았다. 후반 21분 골키퍼 김준홍과 ‘교체 자원’ 에페켈르가 볼 경합 과정에서 쓰러졌다. 상대 선수 어깨에 안면이 강타당한 김준홍은 한 동안 그라운드 위에 쓰러져 고통을 호소했다. 그런데 심판은 여전히 목 쪽 통증을 내비치던 김준홍에게 경고를 부여함과 동시에 프랑스에 페널티킥을 줬다.
한국은 골키퍼 김준홍이 제대로 회복하기도 전에 페널티킥 위기에서 키커 비르지니우스에게 실점하고 말았다. 하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한국은 한 골을 잘 지키면서 기분 좋은 승리를 따냈다.
‘대어’를 잡은 김은중호다.
프랑스는 2013년 이 대회 우승국으로, 한국은 이날 경기 전까지 상대전적에서 4승 3무 1패로 크게 밀렸다.
하지만 ‘1골 1도움’ 이승원과 ‘1골’ 이영준의 활약, 김준홍 골키퍼의 투혼 속 한국이 이번엔 프랑스를 제압했다.
한국이 FIFA U-20 월드컵에서 프랑스를 상대로 승리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양 팀이 처음으로 맞대결을 펼쳤던 1997년 말레이시아 대회에선 티에리 앙리와 다비드 트레제게가 나란히 골맛을 보며 프랑스가 한국을 4-2로 제압했다. 2011년 콜롬비아 대회에서도 3-1로 프랑스가 승리한 바 있다.
강원FC를 통해 올해 프로 입문한 '신예' 이승원은 아직 1군 데뷔전을 치르진 못했다. 지난 4월 서울과 광주전 2차례 벤치 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끝내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연령별 대표팀에서 꾸준히 중용받고 있었다. 앞서 3월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U-20 아시안컵(한국 3위)에서 4경기를 소화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날 16강 희망을 가져올 수 있는 중요한 경기에서 이승원은 맹활약하며 국내 팬들에게 이름을 각인시켰다.
그는 경기 후 대한축구협회를 통해 "프랑스가 워낙 강한 팀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개인 기량, 피지컬적으로 우세한 부분 있다고 생각했다"면서 "우리가 내세울 수 있는 조직력, 공수 전환에서 강점이 드러났던 거 같다. 그래서 첫 경기 힘들었지만 승리할 수 있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골 장면을 회상한 그는 "역습 상황에서 (김)용학이가 볼을 치고 올라가는데 반대편에 선수가 없더라. 저도 굉장히 힘들었지만 있는 힘 다 쏟아서 올라갔더니 운 좋게 용학이가 (저를) 잘 봐줬다. 골키퍼와 일대일 찬스에서 쉽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남은 조별리그 2경기에 대해선 "3경기에서 모두 승점을 다 따내고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오늘 이긴 승리의 기쁨은 오늘까지만 만끽하겠다. 남은 온두라스, 감비아전 저희 색깔대로 잘 준비해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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