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징동 게이밍의 우승으로 ‘2023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이하 MSI)’ 런던 대회가 막을 내렸다. 승리한 징동 게이밍은 그야말로 활기가 넘쳤다. 선수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면서 빌리빌리 게이밍의 단체 인터뷰를 진행하는 짧은 자투리 시간에 취재진 들과 인터뷰에 응했다.
그 때 한 선수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아시안게임 관련해서는 언급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일단 들은대로 최대한 대답을 조심할게요”라며 개별 인터뷰를 기다리는 취재진들 앞에서 징동 게이밍의 입장을 공지했다. 바로 징동 게이밍의 정글러 ‘카나비’ 서진혁이었다.
그로부터 20여분이 흘러 징동 게이밍의 MSI 우승 단체 인터뷰가 진행됐다. 우연히 들었지만, 한국 LOL 팬들에게 가장 궁금한 화제 중 하나인 아시안게임 대표 선발에 대한 징동의 코리안 듀오에게 입장을 듣지 않을 수 없었다.
‘룰러’ 박재혁과 ‘카니비’ 서진혁, 두 선수 모두 지난 4월 21일 한국e스포츠협회가 발표한 항저우 아시안게임 e스포츠 국가대표 예비엔트리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국가대표 의미와 태극마크의 무게감을 대하는 두 선수의 입장은 명확하게 달랐다. 시범종목으로 채택됐던 지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도 대표팀에 승선했던 ‘룰러’ 박재혁은 다시 한 번 기회가 주어진다면 재도전을 통해 국가의 부름과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겠다는 뜻을 분명하게 전했다. LCK가 아닌 LPL 소속이지만, 자신에게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지난 대회 은메달의 트라우마를 벗어던지겠다는 다부진 포부를 전했다.
박재혁은 “이번 대회 우승으로 개인적인 생각은 조금 더 한 발 더 다가갔다는 생각은 든다. 그래도 소속 리그가 LPL이라 어렵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있다. 하지만 뽑힌다면 너무 크나큰 영광이다. 예전 아시안 게임 당시 트라우마를 심하게 생겼는데, 이번에 국가대표에 선발된다면 그 트라우마를 꼭 씻고 싶다.”
서진혁은 자신의 입지를 다진 리그가 LPL 이라는 점을 염두한 듯 시종 일관 조심스럽게 말을 아꼈다. 서진혁은 “MSI 우승으로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된 것 같기는 하다. 그래도 아직 아시안게임은 좀 많이 먼 대회다. 그 때까지 지금의 실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도 아직 모르겠다. LPL에서 계속 뛰다 보니까 그런 점도 있다. (국가대표 선발에) 대해 아직까지는 정확히 모르겠다”며 국가대표에 대한 어필을 극도로 조심했다.
두 선수의 답변을 듣고 박재혁의 책임감에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박재혁은 태극마크의 무게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선수다. 지난 2018 아시안게임은 아쉬움으로 가득한 대회였다. 2017 롤드컵 우승으로 인해 큰 기대를 받으면서 대표팀에 승선했지만 ,은메달로 그치면서 큰 상처와 자책감으로 고개를 숙여야 했다. 부담스럽고 어려운 자리임에도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답게 남다른 책임감을 인지하고, 두 번째 참가할 수 있는 대회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 scrapp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