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잠잠했던 크리스(28, 성남FC)가 '마징가' 모드로 다시 돌아왔다.
성남FC는 20일 오후 4시 안산와스타디움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2 2023 14라운드에서 안산그리너스를 3-0으로 격파했다. 이로써 성남은 5경기 무패(2승 3무)를 질주했다. 순위는 아직 7위로 중위권이지만, 갈수록 팀이 단단해지고 있다.
외국인 공격수 듀오가 펄펄 날았다. 크리스가 멀티골을 터트리며 오랜만에 골 맛을 봤고, 데닐손도 환상적인 시저스킥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이날 성남이 터트린 3골 모두 두 선수의 발끝에서 나왔다.
특히 크리스는 발로도 한 골, 머리로도 한 골을 넣으며 다재다능한 모습을 자랑했다. 그는 전반 23분 수비 뒷공간을 파고든 뒤 골키퍼까지 제치고 선제골을 터트렸고, 후반 18분에는 우측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타점 높은 헤더로 마무리하면서 또 한 번 골망을 흔들었다.
경기 후 만난 크리스는 밝은 표정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그는 한국말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넨 뒤 "최근 3경기에서 지지는 않았지만, 승리가 없었다. 나도 그렇고 선수들도 모두 무조건 승리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경기에 임했다. 그래서 이렇게 승리한 것 같아 매우 기쁘다. 골도 넣어서 좋다"라고 승리 소감을 전했다.
지난달 8일 전남전 이후 약 한 달 반 만에 나온 득점포였다. 크리스는 "꽤 시간이 지난 것은 맞다. 하지만 언제나 어려운 상황일 때도 집중해서 꾸준히 하던 걸 하면 이겨낼 수 있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하는 것이 내 모토다. 감독님도 항상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셨다. 하던 대로 하면 결과가 따라 올 것이라고 해주셨다. 그래서 걱정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크리스의 본명은 크리스티 만징가다. 성남 팬들은 유명 애니메이션 속 로봇 마징가에서 이름을 따와 "크리스 마징가"를 연호하며 그에게 응원을 보내고 있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크리스는 '마징가 응원가' 이야기가 나오자 "굉장히 좋아한다. 따로 찾아봐서 슈퍼 히어로 로봇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홈에서나 원정에서나 이렇게 많이 응원해 주셔서 감사하다. 오늘 승리는 특별히 팬들에게 바치고 싶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이기형 감독도 경기 후 크리스에게 박수를 보냈다. 그는 "크리스가 외국인 선수로서 득점을 못 하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압박감 때문에 무리한 플레이를 하곤 했다"라며 "동료들을 믿고 연결하다 보면 좋은 기회가 올 수 있다고 말했다. 편하게 뛰라고 했다. 많이 개선됐다. 득점하면서 자신감도 많이 생기고, 앞으로도 잘하지 않을까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크리스도 이기형 감독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그는 "감독님께서 나를 직접 코칭해주시고, 잘 대우해 주신다. 많이 배우고 있다"라며 "못할 때는 못한다고 질책도 해주고, 잘할 때는 동기부여도 해준다. 나도 거기에 맞춰서 발전한 것 같다. 오늘 골도 감독님 덕분에 있었다"라고 이야기했다.
크리스는 동료들 덕분에 한국 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날 득점 후에도 여러 동료들과 환하게 웃고 장난치며 친분을 자랑했다. 가장 친한 선수를 한 명 뽑아달라고 하자 그는 "안 된다. 못 뽑는다. 모두가 내게 조언도 해주고 좋은 얘기도 해주면서 잘 지낸다. 뽑기 어렵다"라며 웃음을 터트렸다.
다만 가장 기억에 남는 조언을 해 준 선수로는 베테랑 미드필더 권순형을 꼽았다. 그는 "(권)순형으로부터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포지셔닝 등 내게 필요한 얘기를 해준다. 경험도 정말 많고 인상적인 선수다. '이렇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다. 팀을 위해 잘될 것이다'라고 해줘서 도움이 많이 됐다. 그에게 조언 듣기를 좋아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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