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니시우스 주니오르(23, 레알 마드리드)가 겪은 인종차별을 두고 하비에르 테바스(63) 라리가 회장이 오히려 선수를 나무랐다.
비니시우스는 22일(한국시간) 스페인 발렌시아 에스타디오 데 메스타야에서 열린 2022-2023 라리가 35라운드 발렌시아와 경기 도중 인종차별을 당했다.
레알 마드리드가 0-1로 패한 경기결과 보다 이날 발렌시아 팬들이 비니시우스를 향해 저지른 인종 차별이 더욱 화제가 됐다. 발렌시아 팬들은 경기 시작 전부터 노골적으로 비니시우스를 "원숭이"라 외치며 모욕했고, 몇몇 팬들은 원숭이 울음소리를 내며 조롱했다.
경기 중에도 비니시우스를 향한 관중들의 인종차별 발언이 멈추지 않자, 비니시우스는 관중과 말싸움을 이어갔다. 흥분한 비니시우스는 대기심에게 인종차별 발언을 날린 관중을 콕 집어 지적하기도 했다.
또 후반 24분에는 비니시우스가 드리블하던 중 공이 하나 더 경기장 안으로 들어오면서 어수선한 상황이 펼쳐졌다. 관중이 던진 것으로 알려진 공으로 에라이 쿠마르트가 비니시우스가 소유하고 있던 공을 맞추면서 경기가 중단되기까지 했다.
심판이 제대로 분위기를 수습하지 못하면서 분위기는 과열됐다. 그러다 후반 추가시간 비니시우스가 발렌시아 선수들과 크게 충돌, 이 과정에서 상대 얼굴을 때리면서 레드카드를 받아 퇴장을 당했다. 비니시우스 역시 발렌시아 골키퍼 기오르기 마마르다슈빌리, 우고 두로에게 목이 졸리는 등 봉변을 당하기도 했다.
비니시우스는 경기 후 인종차별과 맞서 싸우겠다고 선포했다. 자신의 소셜 미디어를 통해 "처음도 아니고, 두 번째도 아니고, 세 번째도 아니다. 라리가에서 인종차별은 정상적인 행위다. 경쟁자들은 그것이 정상이라 생각하며 연맹도 마찬가지다"라며 "한때 호나우지뉴, 호나우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리오넬 메시가 뛰던 이 리그는 이제 인종차별자들의 것일 뿐"이라고 비판의 목소리 높였다.
이어 비니시우스는 "스페인 사람들에겐 미안하지만, 오늘날 브라질에서 스페인은 인종차별자들의 나라로 알려져 있다. 불행하게도 나는 매주 일어나는 이 일에 스스로 방어할 방법이 없다. 하지만 난 강하고 인종차별주의자들과 맞서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카를로 안첼로티 레알 감독도 경기 후 "비니시우스는 피해자다. 인종차별이 가득한 상황에서도 그는 뛰려고 했다. 하지만 그를 향한 인종차별 발언이 이어졌다. 레드카드가 나오자 경기장 전체가 '원숭이'라고 외쳤다. 너무하다. 이런 장면을 본 적이 없다. 경기장엔 미친 이들로 가득했다"면서 "정말 슬픈 일이다. 라리가는 이런 인종차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지금은 2023년이다"라고 씁쓸해 했다.
라리가도 빠르게 조사에 착수했다. 라리가는 공식 홈페이지에 "우리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조사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이미지와 정보를 요청했다. 조사가 완료되고 증오 범죄가 확인되면 적절한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다. 또한 경기장 외곽에서 비니시우스를 목표로 일어난 인종차별적 모욕 장면도 조사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또한 라리가는 "우리는 비니시우스에 대한 모든 인종차별 사건에 대해 적극적이었다. 라리가는 그동안 9차례에 걸쳐 관련 사건 보고서를 제출했다"라며 "라리가는 경기장 안팎에서 스포츠의 긍정적인 가치를 홍보할 뿐만 아니라 수년 동안 이러한 행동에 맞서 싸워 왔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라리가에서 현재까지 해당 행위로 처벌받은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테바스 라리가 회장은 오히려 비니시우스를 나무라는 글을 올려 논란이 됐다. 그는 비니시우스의 게시글을 공유하며 "우리는 당신에게 인종차별이 어떤 것이고 라리가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설명하려 노력했다. 그러나 당신은 스스로 요청한 두 번의 날짜에 참석하지 않았다. 라리가를 비판하고 모욕하기 전에 당신 스스로 제대로 알아야 한다. 자신을 조종하지 말고 각자의 능력과 우리가 함께 해온 일들을 완전히 이해해라"고 쓴 것이다. 인종차별에 사과를 해도 모자랄 라리가 수장이 오히려 피해자 선수의 잘못을 지적한 것이다.
비니시우스는 즉각 반발했다. 그는 "라리가 회장은 인종차별자들을 비판하는 대신 다시 한번 소셜 미디어에 등장해 나를 공격한다. 당신이 말을 하면 할수록, 그리고 모르는 척을 하면 할수록 리그 이미지는 실추된다. 당신의 게시글에 달린 댓글을 보고 놀라움을 느껴라"라고 반박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자기 이름을 빼려는 것은 당신과 인종차별자들을 똑같이 만들 뿐이다. 나는 인종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당신의 친구가 아니다. 나는 행동과 처벌을 원한다. 해시태그는 나를 움직이지 못한다"라고 덧붙였다. /letmeou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