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킹보다는 농구킹이 되고 싶다."
전주 KCC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최준용(29)이 인상적인 출사표를 던졌다.
최준용은 22일 KBL 센터에서 KCC 입단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전창진 감독뿐만 아니라 한솥밥을 먹게 된 허웅도 참석해 그에게 꽃다발을 건넸다.
최준용은 이번 자유계약(FA) 시장의 대어 중 한 명이었다. 그는 200cm의 큰 키와 준수한 스피드, 뛰어난 볼 핸들링과 센스를 지닌 다재다능한 선수다. 그는 2021-2022시즌 정규리그 MVP를 수상하며 구단 역사상 첫 통합 우승을 이끌기도 했다.
다만 SK는 안양 KGC의 핵심 빅맨 오세근과 계약했다. 최준용의 이적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KCC가 그를 낚아채며 이승현과 허웅, 라건아 등으로 이뤄진 국가대표급 라인업에 최준용까지 추가하게 됐다.
최준용은 KCC를 택한 이유로 미국 진출에 대한 꿈을 꼽았다. 그는 "구단 관계자도 많이 만나지 않았고, 선수들도 안 만났다. 거의 두 달 동안 집에만 있었다. 삼성, DB, SK, KCC 네 팀과 이야기를 나눴다. KCC를 선택한 명확한 이유는 미국에 가고 싶다는 꿈이다. KCC는 그 꿈을 존중해줬고, 한국에서 결과만 잘 내면 꿈을 도와주겠다고 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준용은 "라건아도 있다. 예전에 리카드로 라틀리프를 무서워했지 않았나. 라건아를 다시 그 라틀리프로 만들어 주기 위해 왔다. 또 허웅이 반지가 하나도 없다. 그에게 반지를 채워주기 위해서 오기도 했다"라고 덧붙였다.
미국 도전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으로 미뤘다. 최준용은 "FA가 되기 전부터 생각한 부분이 있다. 꿈은 확고하지만, 일단 시즌에 집중하겠다. 미국 도전 계획은 조금 뒤로 미뤄두고 시즌에 집중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간 응원해 준 SK 팬들에 대한 애정도 드러냈다. 최준용은 "FA 기간 동안 소셜 미디어에 아무 이야기도 안 남겼고, 인터뷰도 안 했다. (이)대성이 형과만 연락했다. 마음이 아프다. SK 구단과 선수들에게도 고맙지만, SK 팬들에게 가장 고맙다. 너무 많은 사건이 있었음에도 굴하지 않고 여기까지 올 수 있도록 도와준 이들은 팬이다. 팬들에게만 감사드린다. 마음 한구석으로 기억하겠다. 감사드린다"라고 작별 인사를 남겼다.
새로 만나는 KCC 팬들에게도 인사했다. 최준용은 "나에 대해 잘 알 것이다. SK 있을 때 다 나를 싫어하셨다. 말보다는 성적으로 보답하겠다. 기대해달라"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이제는 옛 팀이 된 SK 이야기도 나왔다. 오세근이 가세한 SK도 우승 후보로 꼽히는 상황. 그럼에도 최준용은 "모든 팀이 우승 후보라고 생각하지만, 내가 있는 팀이 최고 우승 후보다. 모두에게 '조심하라'고 경고하겠다"라고 선전포고했다.
이어 최준용은 "(자밀) 워니와 통화를 굉장히 많이 했다. 정말 각별했는데 아직 이적했다는 게 실감이 안 난다. (안)영준이도 가지 말라고 하는데 어쩔 수 없었다. 영준이와 처음으로 다른 팀이 돼서 미안하기도 하다. 하지만 친하다고 봐주진 않겠다"라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최준용은 '농구킹'이 되겠다며 당찬 포부도 전했다. 그는 "연봉에 대한 이야기가 많지 않은가. 나도 그런 조건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연봉킹보다는 농구킹이 되고 싶다. 그래서 KCC를 선택했다. 꼭 KCC를 킹으로 만들겠다. 말로 하지 않고 성적으로 보답하겠다"라고 선언했다.
최준용은 SK에 남았으면 더 쉽게 우승에 도전할 수 있지 않았겠냐는 질문에 단호하게 NO라고 외쳤다. 그는 "우승을 해봤지만, 편한 우승은 없다. 그런데 이제 편하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SK에 남았다면 더 전력이 좋긴 했을 것"이라면서도 "내가 있는 팀이 우승 후보다. SK는 이제 우승 후보가 아니다. SK는 노인즈인데 우리는 젊음으로 밀고 나가겠다"라며 입담을 과시했다.
끝으로 최준용은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더하고 싶다. FA 과정에서 삼성, DB 관계자분들께서 너무 잘해주셨다. 두 팀 모두 이번 협상을 계기로 호감이 생겼다. 언젠가 만날 기회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감사드린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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