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표로 2023 아시아 남자 클럽 배구 선수권 대회에 출전 중인 대한항공의 주장은 1985년생 동갑내기 유광우와 더불어 선수단 맏형인 한선수(38)가 맡고 있다.
2007~2008 신인 드래프트에서 대한항공의 지명을 받은 한선수는 지난 2022~2023시즌까지 16시즌을 대한항공에서만 뛴 ‘원클럽맨’으로, 군 제대 후 선수단에 다시 합류한 2015~2016시즌부터 8년째 주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한선수는 그 자리에 대한 애착도 강하다. ‘이제 주장직을 후배들에게 물려줄 때가 되지 않았느냐’라고 물어도 “아직은 제가 해야죠”라고 말한 적도 있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 한정으로 주장직은 곽승석이 수행했다. 한선수가 선수단과 함께 바레인에 동행하고 있긴 하지만, 무릎 부상 재활 차원에서 경기에 출전하지 않기 때문. 한선수-유광우에 이어 팀 내 세 번째 고참이자 대한항공에서 뛴 세월만 따지면 2010~2011시즌부터 뛰면서 한선수 다음으로 오랜 시간을 팀과 함께해온 곽승석에게 주장직이 맡겨졌다.
주장을 맡긴 했지만, 이번 대회에서 곽승석의 위치는 코트보다는 웜업존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길었다.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이 이번 대회 출전 목표로 우승보다는 팀의 미래 동력이 될 선수들에게 출전 기회를 부여해 경험을 쌓는 것을 내세웠기 때문. 곽승석은 리시브가 다소 약한 후배 아웃사이드 히터들이 후위로 내려갔을 때 세 자리만 소화하고 교체되어 들어오는 역할만 맡아왔다.
대회 마지막 경기인 몽골의 바양홍고르와의 7~8위 결정전에서 곽승석은 처음으로 선발 출장했다. 리베로 뺨치는 코트 후방 수비 능력과 현역 최고로 꼽히는 리시브 실력을 앞세워 살림꾼 역할을 다 해낸 곽승석의 활약에 힘입어 대한항공은 3-0(25-21 25-23 25-18)으로 승리를 거두며 이번 대회를 7위로 마쳤다.
경기 뒤 취재진과 만난 곽승석은 “마지막 경기를 이기고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어 좋다”고 승리 소감을 밝혔다.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주장직을 수행한 곽승석에게 그에 대한 소감을 묻자 “이것저것 챙길 것이 많더라. 팀 분위기도 살펴야 하고, 코칭스태프와 선수단 간의 소통 등도 담당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를 계기로 임시 주장이 아닌 진짜 주장이 되어 볼 생각이 없느냐고 묻자 “(한)선수형이 내놓지 않을걸요?”라고 되물은 뒤 “원래 (한)선수형이 이번 대회에 동행하지 않는다고 들어서 ‘아, 이제 곽승석 체제가 되는 것인가’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이번 대회에 와서 하는 것도 아무것도 없으면서 (한)선수형이 ‘너는 아직 멀었다’라고 말하더라. 아마 내년 시즌에도 (한)선수형이 주장을 계속 맡을 것”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드미트리 무셜스키의 “‘이날 상대한 대한항공’은 일본리그 9~11위 전력”이라는 인터뷰에 대한 선수단 반응도 전했다. 곽승석은 “우리가 풀 전력으로 상대한 것도 아닌데, 그런 인터뷰를 들으니 한국 배구를 무시하는 것 같아 기분이 나빴다”면서 “한국에 있는 다른 팀 선수들도 연락이 와서 ‘기분 나쁘다’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풀 전력으로 다시 한 번 붙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풀 전력으로 이 대회에 내년에 다시 참가한다면 최소 결승은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곽승석은 본인 대신 출전 시간을 대폭 가져간 이준에 대해서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이)준이는 원래 공격력은 좋은 선수다. 이번 대회에서 많은 기회와 경험을 쌓았는데, 경기를 치르면서 본인도 느끼는 게 많았을 것이다. 그것들을 다가올 훈련에서 보완한다면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칭찬과 조언을 남겼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