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표로 2023 아시아 남자 클럽배구선수권대회에 출전 중인 대한항공이 몽골의 바양홍고르를 꺾고 7위로 대회를 마쳤다.
대한항공은 21일(이하 현지시간) 바레인 마나마의 이사 스포츠시티 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7~8위 결정전에서 비주전 위주의 라인업에도 한 수 위의 전력을 앞세워 바양홍고르를 3-0(25-21 25-23 25-18)으로 눌렀다. 이날 승리로 대한항공은 이번 대회 7경기에서 4승 3패를 거두며 7위를 기록했다.
대한항공은 이번 대회를 풀 전력으로 참가하지 못했다. 주장이자 팀 공격을 진두지휘하는 현역 최고의 세터 한선수와 미들블로커 붙박이 주전인 김규민이 선수단과 동행하긴 했지만, 부상 및 재활 차원에서 경기엔 출전하지 않았다. 여기에 외국인 주포 링컨 윌리엄스가 ITC(국제이적동의서) 미발급으로 선수단에 합류하지 못했다. 이에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은 “이번 대회는 팀의 미래 동력이 될 선수들에게 국제대회 경험과 출전 기회를 부여하는 장으로 삼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대한항공은 조별 예선 첫 경기였던 호주 캔버라 히트전과 이번 대회 우승후보로 꼽혔던 홈팀 바레인의 알 아흘리를 연달아 3-0으로 잡아내며 만만찮은 전력을 자랑했다.
그러나 8일 동안 7경기를 치르는 강행군 속에 완전체가 아닌 전력은 경기를 거듭하면서 티가 났다. 조별 예선 마지막 경기였던 인도네시아의 자카르타 바양카르에게 당한 예상외의 일격으로 8강 리그에서 1패를 안고 올라갔던 불리함을 극복하지 못하고 4강 진출에 실패한 것과 5~6위 진출전에서 이란 국가대표 아포짓 스파이커인 사베르 카제미(쿠웨이트 스포르팅 클럽) 한 명을 막지 못해 패한 장면이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았다.
세계 최고의 미들블로커로 꼽히는 드미트리 무셜스키가 이끄는 산토리 선버즈에게는 8강 리그 첫 경기에 0-3 완패를 당했고, 경기 뒤 무셜스키로부터 “일본 리그 9~11위팀 정도의 전력”이라는 다소 굴욕적인 멘트를 듣기도 했다.
다소 아쉬운 성적으로 마무리하긴 했지만, 분명 성과는 있었다. V-리그에서는 좀처럼 기회를 잡기 힘들었던 세터 정진혁이나 아웃사이드 히터 이준, 미들블로커 진지위는 많은 출전 시간을 부여받으며 자신들의 가능성을 시험했다. 링컨 대신 주포 역할을 맡은 임동혁도 원 없이 자신의 공격 본능을 뽐낼 기회를 부여받았다. 2005년생 팀의 막내인 리베로 강승일은 이번 대회에서 자신의 프로 데뷔전을 치르기도 했다.
이번 대회를 마친 틸리카이넨 감독은 “이번 대회 시작 전에 목표를 분명히 밝히긴 했지만, 대회를 치르면서 복합적인 감정이 들었다”면서 “준비한 플레이가 제대로 나오지 않은 적도 많았다. 휴가 복귀 후에 어떤 것을 보완해야 할지 명확히 알게 됐다”고 총평을 내렸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이번 대회의 가장 큰 수확으로 임동혁과 이준을 꼽았다. 그는 “임동혁은 상대가 누구건 상관없이 자신의 공격력을 유감없이 잘 보여줬고, 코트 안에서의 태도나 행동도 매우 좋았다”면서 “이준도 본인의 기량과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매년 열리는 아시아 남자 클럽 배구 선수권 대회는 내년 일본 개최가 거론되고 있다. 내년 대회 출전에 대해 틸리카이넨 감독은 “이 대회는 절대 쉽게 볼 대회가 아니다. 다른 팀들은 이 대회만을 위해 단기 계약 선수도 합류시킬 만큼 이 대회에 진심으로 임하고 있다. 내년에도 이 대회에 참가하게 된다면 풀 전력으로 출전하고 싶다”면서 “한국 배구의 발전을 위해 이런 다양한 국제대회에 참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한국 입국 후 6월 26일까지 선수단에 휴가를 부여할 예정이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휴가 복귀 후 이번 대회에서 느낀 점들을 반영해 훈련하겠다.”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