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필드에서부터 시작됐다."
미켈 아르테타(41) 아스날 감독이 우승 트로피에서 멀어진 결정적 순간으로 지난달 리버풀전 무승부를 꼽았다.
아스날은 21일(한국시간) 영국 노팅엄 더 시티 그라운드에서 열린 2022-2023시즌 프리미어리그(PL) 37라운드에서 노팅엄 포레스트에 0-1로 패했다.
결국 아스날(승점 81)은 최종전 결과와 상관없이 리그 우승이 무산됐다. 아스날이 미끄러져 준 덕분에 선두 맨체스터 시티(승점 85)가 어부지리로 PL 3연패를 확정 지었다.
역대급 준우승이다. 축구 통계 매체 '옵타'에 따르면 아스날은 올 시즌 무려 248일간 순위표 최상단을 차지하고도 우승 트로피를 내주고 말았다. 이로써 아스날은 PL 역사상 가장 오랜 기간 동안 선두를 달리고도 우승을 차지하지 못한 팀이라는 서글픈 기록을 쓰게 됐다.
아스날은 약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우승 후보 1순위로 꼽혔다. 개막 후 5연승을 달렸고, 첫 19경기에서 패한 경기는 단 하나밖에 없었다. 그러나 지난 2월 맨시티와 맞대결에서 패하며 추격을 허용했고, 결국 뒷심 부족을 노출하며 우승 도전에 실패하고 말았다. 최근 8경기 성적은 2승 3무 3패에 불과하다.
아르테타 감독도 착잡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패배 후 "정말 슬픈 날이다. 여러 가지 힘든 감정이 든다. 우리는 경기에서 졌고, 10개월 반 동안 싸운 끝에 우승을 잃었다. 나는 우리가 끝까지 가서 이길 수 있다는 환상과 열정, 믿음을 만들어 냈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우리는 부족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아르테타 감독은 "맨시티에 축하를 보낸다. 그들은 챔피언이고, 그럴 자격이 있다. 그들은 38경기에서 해냈고, 우리는 그렇지 못했다. 그런 것이다. 우리가 할 수 있다는 믿음을 만들어 냈지만, 결국 그러지 못했기에 사과드린다. 내 책임이다"라고 말했다.
결말은 아쉽지만, 2위 역시 부정할 수 없는 성과다. 그럼에도 아르테타 감독은 "하지만 오늘은 고통스럽다. 우리는 이기려고 여기에 있다. 나는 이기기 위해 여기에 있고, 이기고 싶다"라며 "모두 이길 자격이 있지만, 승리하지 못했다. 고통스럽다. 나는 선수들이 일궈낸 많은 일들을 높게 산다. 그러나 이제는 다음 단계다. 우리는 이겨야 하고, 부족함을 느꼈다"라고 채찍질했다.
아르테타 감독은 지난달 리버풀전 무승부부터 일이 틀어지기 시작했다고 되돌아봤다. 당시 아스날은 전반 28분 만에 2-0으로 앞서 나갔지만, 전반 막판과 후반 막판 한 골씩 내주며 2-2로 비기고 말았다. 특히 후반전 경기력이 너무나 아쉬웠다.
아르테타 감독은 언제 우승 경쟁에서 뒤처지기 시작했냐는 질문에 "안필드에서 펼쳤던 경기부터 시작됐다. 우리는 좋은 기회를 놓쳤고, 그다음 웨스트햄전에서 3-1로 이길 수 있었으나 비겼다. 너무 많은 골을 내줬다"라고 답했다.
이어 그는 "우승하기 위해서는 모든 면에서 뛰어나야 한다. 맨시티는 여지를 주지 않았지만, 우리는 여지를 너무 많이 남겼다. 그것이 우리가 리그에서 패배한 방법"이라며 씁쓸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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