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2023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정상의 향방은 맨체스터 시티와 인터 밀란의 한판 격돌로 판가름 난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와 세리에 A를 대표하는 양강은 오는 6월 10일(이하 현지 일자) 대망의 빅 이어(The Big Ears Cup: European Champion Clubs’ Cup)를 쟁취하기 위한 대회전을 치른다. 그 무대는 튀르키예의 이스탄불에 자리한 아타튀르크 올림픽 스타디움이다.
홈 & 어웨이로 치러진 준결승전에서, 맨체스터 시티는 레알 마드리드를 5-1(1승 1무)로, 인터 밀란은 AC 밀란을 3-0(2승)으로 각각 물리쳤다. 인터 밀란은 13년 만에 네 번째 우승에 도전한다. 반면 맨체스터 시티는 첫 정상 정복의 야망을 부풀린다.
지난 17일 준결승전이 끝나고 패권을 다툴 두 팀이 결정되면서, UEFA는 관심을 끌 만한 흥밋거리를 누리집(홈페이지)에 게재했다. 과연 누가 FIFA(국제축구연맹) 월드컵과 빅 이어를 같은 시즌에 들어 올리는 영광을 누릴지에 초점을 맞춘 뉴스였다.
같은 시즌에 두 대회 정상을 밟는다는 건 실로 지난한 일이다. 운이 따르지 않고서는 좀처럼 다가갈 수 없는 높은 고지다. ‘GOAT(Greatest Of All Time)’로 평가받는 리오넬 메시(파리 생제르맹)를 비롯해 그와 함께 ‘신계의 사니이’로 불리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알나스르)조차도 이루지 못했다면, 얼마나 따기 힘든 과실인지 능히 헤아릴 수 있다.
맨체스터 시티의 알바레스일까, 인터 밀란의 마르티네스일까?
1930년 발원한 FIFA 월드컵은 세계 최고 권위의 국가 대항전이다. 마찬가지로, 1955년 출범한 UCL은 으뜸으로 평가받는 클럽 대항전이다. 각각 93년과 68년의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두 대회이건만, 4년에 한 번 같은 시즌에 펼쳐질 수밖에 없는 개최 주기로 같은 시즌에 모두 등정은 어렵디어렵다. 더구나 결승전 어느 시점이든지 한 번은 그라운드를 밟아야 한다는 자격 요건은 기록 달성을 더욱 힘들게 한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동일 시즌 두 대회 우승의 위업을 이룬 선수는 존재할까? 있다. 긴 역사에 비하면, 비록 소수이긴 해도 분명 존재한다.
모두 9명이 금자탑에 올랐다. 그렇지만 시즌별로 보면 네 차례밖에 나오지 않았다. 1973-1974, 1997-1998, 2001-2002, 2017-2018시즌에 나온 ‘하늘의 별 따기’였다.
1973-1974시즌, 뜻밖에 무더기로 나왔다. 1970년대 바이에른 뮌헨의 전성시대를 이끌었던 빛나는 별들이 서독(이하 당시) 국가대표팀의 주축을 이룬 데서 나온 결실이었다. 이 시즌에, 6인의 별 - 제프 마이어, 파울 브라이트너, 한스-게오르그 슈바르첸베크, 프란츠 베켄바워, 게르트 뮐러, 울리 회네스 - 들은 바이에른 뮌헨에 유러피언컵을 선사한 데 이어 자신들의 조국에 1974 서독 월드컵 제패의 감격을 안겼다.
나머지 세 차례에선, 각각 한 명씩 영광의 반열에 올랐다. 3명 – 크리스티앙 카랑뵈, 호베르투 카를루스, 라파엘 바란 - 모두가 레알 마드리드에 몸담고 올린 개가여서 이채롭다(표 참조).
사미 케디라는 불운했다. 출장 자격 요건에 걸려 대단한 기록 달성을 눈앞에서 놓쳤다. 2013-2014시즌 레알 마드리드에서 빅 이어를 안았으나, 2014 브라질 월드컵 결승 마당 아르헨티나전을 앞두고 워밍업 중 부상으로 그라운드를 밟지 못해 독일 국가대표팀 우승의 순간을 같이할 수 없었다.
이번 시즌엔 과연 다섯 번째 금자탑이 세워질 수 있을까? 가능성이 무척 크다. 대기록을 넘보는 후보자는 2명이다. 맨체스터 시티의 훌리안 알바레스와 인터 밀란의 라우타로 마르티네스다. 물론, 둘 모두 2022 카타르 FIFA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 국가대표팀으로 우승의 달콤함을 만끽한 바 있다. 묘하게도 마르티네스는 선발 출장한 알바레스를 교체해 연장전 전반 12분에 투입됐다.
2022 월드컵에서 4골을 터뜨린 알바레스는 이번 시즌 UCL에서도 3골을 뽑아내고 있다. 레알 마드리드와 치른 준결승 2차전에서도, 종료 직전 교체로 투입돼 추가 시간에 마지막 골로 대승(4-0)에 한몫을 거들었다.
마르티네스는 이번 시즌 세리에 A 득점 레이스 2위(20골)를 달릴 만큼 인터 밀란의 공격 핵이다. 동향의 AC 밀란을 상대로 한 준결승 2차전에서 결승골(1-0)을 터뜨리는 등 이번 시즌 UCL에서 3골을 뽑아냈다.
알바레스와 마르티네스, 둘 중 누가 다섯 번째 위업을 이룰까? 맨체스터 시티와 인터 밀란의 대회전은 벌써부터 자연스럽게 관심을 끌며 달아오르고 있다.
전 베스트 일레븐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