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무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 미드필더 손준호(32, 산둥 타이산)가 수뢰 혐의로 형사 구류된 상태라고 중국 정부가 밝힌 가운데, 그가 최대 5년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단 현지발 보도가 나왔다.
중국 ‘시나닷컴’은 17일 중국 법률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손준호가 최대 5년간 감옥에 있게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지난 12일 상하이 공항을 통해 출국하려던 손준호는 중국 공안에 연행돼 형사 구류 상태에서 랴오닝성 차오양시 공안국 조사를 받고 있다.
'형사 구류'는 보통 현행범이나 피의자에 대한 강제수사로, 손준호는 엿새째 구금된 상태다.
전날(16일) 로이터통신과 BBC에 따르면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손준호 관련 질문에 “최근 한국 국민 한 명이 ‘비(非)국가공작인원 수뢰’ 혐의로 랴오닝성 공안에 구금됐다”고 답했다.
정부 기관이 아닌 기업 또는 기타 단위에 소속된 사람이 재물을 불법 수수한 경우 등에 적용되는 것이 ‘비국가공작인원 수뢰죄’다. 스포츠 선수가 경기 관련 부당한 요청을 받고 금품을 챙겼다면 이 죄목에 엮일 수 있다.
왕원빈 대변인은 “랴오닝성 공안 기관은 선양 주재 한국총영사관에 영사 통보를 했다. 한국 측 영사관원들의 영사직 수행에 필요한 편의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손준호 측은 17일 오후 "손준호가 오늘 영사 접견을 다녀왔다. 이번 사건에 관해서는 전혀 이야기 나누지 못했다. 법적으로 사건 이야기를 나누면 안 된다고 통보받았다. 대신 가족과 사적인 이야기만 주고받았다"라며 손준호의 현재 상황을 알렸다.
이어 “손준호가 뇌물로 청탁할 이유가 없다는 점, 결백하다는 입장에는 변함없다. 변호사 접견이 가능한 상황이기에 금명간 변호사단을 꾸려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손준호 소속팀 산둥의 하오웨이 감독은 승부조작 혐의로 공안 조사를 받았다. 지난 16일 '전 전북현대 사령탑' 최강희 감독이 산둥 지휘봉을 잡으면서 하오웨이 감독은 이젠 '전 감독'이 됐다. 처음엔 손준호가 승부조작 혐의를 받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손준호 에이전트는 "뇌물 혐의로 조사받고 있다"며 승부조작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뇌물죄가 손준호에게 적용되면 '징역 5년' 가능성이 있다고 현지 매체가 전했다.
인보 중국정법대학 교수는 '시나닷컴'을 통해 “외국인이어도 중국에서 형법을 위반한 사람은 중국 법에 따라 형사 처벌을 받아야 한다”면서 “이 죄의 경우 5년 이하 징역에 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나닷컴'에 따르면 뇌물 액수가 6만 위안(약 1144만 원)에서 100만 위안(약 1억 9000만 원) 사이의 경우 징역 5년 이하, 100만 위안 이상이면 5년 이상이 나올 수 있다. 다만 범죄를 저지른 외국인에 대한 추방은 별도 검토될 수 있다.
'시나닷컴'은 "손준호는 중국 축구 반부패 관련 조사를 받는 첫 외국인 선수”라며 "중국 국가대표 출신 선쓰가 과거 뇌물 수수 혐의로 징역 6년에 벌금 50만 위안(약 9500만 원)에 처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축구협회(KFA) 관계자는 이날 "중국축구협회와 아시아축구연맹(AFC)에 공문을 보냈지만, 답은 오지 않고 있다. 현지 파견 계획을 세우고 비자 발급 요청을 해뒀다"며 "고위직 전문가를 파견할 예정이다. 외교 당국, 한국 대사관, 현지에서 긴밀한 협조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또 "김정배 문화체육관광부 전 차관이 현재 KFA 부회장으로 계시기 때문에 이에 힘입어 문체부, 외교부, 한중 대사관과 연락을 시도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2014년 포항스틸러스에서 데뷔한 손준호는 전북현대에서 리그 3회, FA컵 1회 정상을 차지했다. 특히 2020년엔 K리그1 최우수 선수(MVP)로 선정되기도 했다. 2021년 산둥으로 이적한 그는 그해 슈퍼리그와 컵대회 우승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지난해에도 컵대회 트로피를 품에 안은 바 있다. /jinju217@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