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 인수를 원하는 카타르 자본이 입찰액 규모를 8000억 원 가까이 더 늘린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매체 ‘가디언’은 16일(한국시간) “셰이크 자심 빈 하마드 알사니 카타르 이슬라믹 은행(QIB) 회장을 앞세운 컨소시엄이 맨유 인수 금액으로 (기존보다 8000억 원을 더 추가한) 55억 파운드(약 9조 2110억 원)를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알사니 회장은 지난 2월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에 보낸 성명을 통해 맨유 인수에 대한 뜻을 널리 알렸다. "맨유를 과거 영광의 순간으로 되돌릴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새로운 제안엔 10억 파운드(약 1조 7000억 원) 상당의 맨유 구단 부채를 청산하고, 구단 시설 및 지역 사회에 투자하는 기금을 조성하는 계획도 포함됐다. 개장 100년이 넘는 ‘맨유 홈구장’ 올드 트래포드와 구단 훈련장 시설 보수에 일정 금액이 쓰일 것으로 보인다.
‘가디언’에 따르면 카타르 자본의 이번 제안은 현 구단 소유주인 미국 스포츠 재벌 글레이저 가문이 제시한 60억 파운드(약 10조 480억 원)엔 약 5억 파운드(약 8360억 원)가 부족하다.
카타르 자본의 이 같은 새로운 제안은 ‘인수 경쟁 상대’ 영국의 억만장자 짐 랫클리프가 수장으로 있는 이네오스 측을 견제하기 위함으로 관측된다. 랫클리프는 130억 파운드(약 21조 7298억 원)에 달하는 총자산을 소유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맨유 골수팬’ 랫클리프 측은 '지분 100%'를 원하는 카타르 측과 달리 지분을 과반만 요구하고 있다. 인수 후에도 당분간 글레이저 가문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틈을 내주는 것이다.
영국 또 다른 매체 ‘더선’이 지난 10일 "글레이저 가문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제안을 해온 이네오스를 우선 협상 대상자로 확정했다"고 알리면서 맨유 구단의 운명은 랫클리프 쪽으로 기우는 듯했다. 공식발표는 나오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카타르 측이 입찰가를 높였다. 구단 매각 관련해 맨유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맨유는 말콤 글레이저가 지난 2005년 14억 7000만 달러(약 1조 9680억 원)에 인수했다. 2014년 말콤이 세상을 떠난 뒤엔 자녀들이 공동 구단주로 활동하고 있다.
‘텔레그래프'는 "글레이저 가문 6남매 중 조엘과 에이브럼 글레이저의 지분 포기 여부에 (인수 향방이) 달려 있다. 둘은 구단에 대한 통제권을 잃는 걸 원하지 않고 있다"고 들려줬다. 맨유의 에릭 텐 하흐 감독은 최소 오는 6월엔 구단 소유주가 정해지길 바라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이적 관련 논의를 구단 수뇌부와 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민재(27)와 빅터 오시멘(25, 이상 나폴리)에 맨유가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단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맨유의 주인이 결정된 후에야 구단 내 '이적'에 관한 논의가 활발히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몇 년에 걸쳐 맨유가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두자 팬들은 '글레이저 가문 퇴진'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각종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결국 지난해 11월 글레이저 가문은 사실상 구단 매각을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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