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과 융합' 그리고 '동시대성'이라는 단어는 현 문화예술계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가 당면한 숙제이자 현대미술의 아이콘이다. 올해로 64회의 연륜을 자랑하는 갑자전이 "'소통과 융합'으로 '동시대성'을 그리다"라는 콘셉트로 5월 24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인사동 마루아트센터 특별관에서 전시를 연다.
박연·원정희·박승순·박운주·황제성·임근우·박정용·정선이·임수빈·김경순·여영난·주선희·최필규·문현숙·조인숙·윤세호·조동진·백준승 등 27명이 참가해 50~100호 이내의 다양한 최신작 70여점을 선보인다.
양태모 회장은 "이번 전시는 'D&G 키워드'로 '동시대성'과 '갑자전'을 의미하는 상징어로 표현해 봤다. 갑자전은 오랜 세월 동안 이어온 64회라는 놀라운 시대적 감흥을 다시 한 번 되새겨 보는 장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적지 않은 시대 속에 정기전·특별전·작가문화탐방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동시대성'에서 '작은 미술운동'으로 자리매김한 '갑자전'이다. 이번 참여작가 가운데 박정용 작가는 갑자년생이라서 더 눈길을 끈다.
박정용 작가는 "제가 태어난 해인 1984년(갑자년)에 창립돼 올해로 64번째 정기전을 갖는 갑자전은 저의 미술계 대선배들이자 스승들께서 함께하며 따뜻하게 품어주는 가족 같은 존재다. 정기전 이외에도 작업실 탐방과 같은 교류 프로그램을 통해 작업을 향한 선배 작가들의 끊임없고 순수한 작업에 대한 열정을 배운다. 또 아직은 많이 부족한 후배 작가를 끊임없이 응원해주고 격려해주는 사랑도 함께 배운다"며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
컬렉터들의 많은 관심을 끌고있는 박정용 작가는 '자연의 원초적인 미'와 '인간의 감수성'을 담아 의인화한 초현실주의 세계관을 형상화하고 있다. 또 그와 함께 작업실을 공유하는 인생의 동반자 임수빈 작가 또한 이번 전시에서 그녀만의 독특한 세계관을 그려낸 작품을 출품한다.
올해 첫 출품을 하는 '워킹, Walking'시리즈로 세간의 주목 받고 있는 백준승 작가 작품도 눈길을 끈다.
백 작가는 초현실적 리얼리티 작품을 추구한다. 그는 전시작을 준비하며 "제 그림은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동·식물과 사람을 소재로 한다. 그러나 그림 속의 다양한 인물과 동물들은 구체적인 대상 그 자체가 아니다. 그보다는 보는 이에게서 공감과 이야기를 끌어내는 '마중물'로써 기능한다"며 "은유의 그림이 오히려 더 깊은 곳에 가 닿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 작업은 현대인들의 관계 지향적인 듯 하나 동시에 고립 지향적인 성향들이 부딪치는 부조리와 모순을 바라본 시간들이다"고 말했다.
갑자전의 든든한 기둥 역할을 하는 연륜있는 작가의 신작 또한 이번 전시를 관람하는 백미다.
서정적 정경을 담백하고 운치있게 화폭에 그려내는 박연 작가. 박 작가는 이번 작품은 "저물녘, 언덕위 풍경이 노을로 붉게 물들어 가던 어릴적 행복했던 고향 마을의 심상을 표현하고자 했다"며 소박한 마음을 전했다.
'고고학적 상상력을 아름답게 표출한다'는 임근우 작가 또한 "한글 초성만으로 이뤄진 'ㅎㅎ' 'ㅋㅋ' 는 모바일 소통 시대의 대표 단어다. 머리에 복숭아꽃을 활짝 피우고 거닐고 있는 '말+젖소+기린'의 이상형동물과 머리에 불꽃을 피우고 기도를 하고 있는 사람, 그리고 원시인이 머리에 생명의 불꽃을 휘날리며 시간을 거슬러 오늘을 걷고 있는 모습이 'ㅎㅎ'의 도원경(桃源境) 속이 아닐까 한다"며 동시대와 교류하는 작가의 고뇌를 토로했다.
마치 종이 콜라주가 연상되는 극사실주의적 화법을 구사하는 최필규 작가 또한 "종이의 구겨짐과 찢김의 기억을 넘어 종이의 물질성에, 또 다른 면으로 기호학적 의미로 수많은 시간의 축척을 상징적으로 종이의 겹쌓임을 작업해 왔다. 근래에는 작업 공간을 자연 속으로 옮기고 자연과 함께 살아가며 연속선상에서 자연의 흔적과 시간을 담아 보려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새 작품을 통해 근황을 알리기도 했다.
그 밖의 '생명의 순환'을 주제로 '어른동화' 콘셉트의 작가 황제성, 원정희·이대선화·김수지·정미라 등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관람할 수 있다. /100c@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