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표로 2023 아시아 남자 클럽 배구 선수권 대회에 출전 중인 대한항공이 조별예선 첫 두 경기를 모두 잡으며 세 번째 경기와 상관없이 8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대한항공은 15일(이하 현지시간) 바레인 마나마의 이사 스포츠 시티에서 열린 대회 A조 조별예선 두 번째 경기 바레인의 알 아흘리와의 맞대결에서 유광우의 노련한 경기 운영 아래 정지석과 임동혁의 좌우 날개의 맹활약을 앞세워 3-0(25-19 25-21 25-22)으로 이겼다.
전날 호주의 캔버라 히트를 상대로 3-0 완승을 거뒀던 대한항공은 이틀 연속 3-0 셧아웃 완승을 통해 승점 6을 쌓아 16일 인도네시아의 자카르타 바앙카라와의 맞대결 결과에 상관없이 조 2위는 확보하며 8강 진출을 거머쥐었다. 14일 알 아흘리에 2-3으로 패한 자카르타가 15일 캔버라에 3-0 승리를 거둬 승점 4를 쌓았고, 알 아흘리는 14~15일 두 경기에서 승점 2만 쌓는데 그쳤다. 대한항공이 16일 승점을 챙기지 못하고 패하고, 알 아흘리가 캔버라에 승점 3을 챙겨도 승점 5로 대한항공을 넘어서지 못한다. 자카르타에게 승리를 거둘 경우엔 조 1위로 8강에 오를 수 있다. 이번 대회의 조별예선 순위는 승수-승점-세트득실 순으로 결정된다.
전날에 이어 이날도 바레인 교민 30~40명이 이사 스포츠 시티를 찾아 열띤 응원을 보내줬다. 알 아흘리에는 5월초 열린 남자부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에서 1순위로 삼성화재의 지명을 받은 요스바니 에르난데스(쿠바)가 단기 계약으로 합류해 뛰고 있어 관심을 끌었다. 대한항공에서도 2020~2021시즌 대체 외국인 선수로 합류해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합작했던 요스바니는 경기 전 유광우, 정지석과 함께 코트에서 악수를 나누며 화기애애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은 전날 캔버라전에서 뛰지 않았던 정지석을 선발 아웃사이드 히터로 출전시켰다. 요스바니를 비롯해 트라이아웃에 참가했던 가브리엘 칸디도(브라질) 등 단기 계약 선수 여럿을 합류시킨 알 아흘리의 전력이 만만찮기에 팀의 에이스인 정지석을 출격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정지석 외에는 전날 주전으로 나섰던 세터 유광우, 아포짓 스파이커 임동혁, 미들블로커 김민재-진지위, 정지석의 대각 파트너로 정한용이 나섰다.
1세트 초반 양팀은 일진일퇴를 거듭하며 접전 양상으로 흘러갔다. 팽팽한 균형을 깬 것은 역시 대한항공의 강서브였다. 스파이크 서브와 플로터 서브를 가리지 않고 상대 아웃사이드 히터로 나선 요스바니를 공략했고, 요스바니의 리시브가 흔들리자 알 아흘리의 공격 전체도 흔들리는 모습이었다. 김민재의 서브득점으로 12-10을 만든 대한항공은 정지석의 퀵오픈과 요스바니의 공격범실을 묶어 14-11로 달아나며 승기를 굳혔다. 이후 정지석의 파이프 공격(중앙 후위공격)과 알 아흘리의 범실, 김민재의 속공이 연달아 터져나오며 19-14로 점수차를 벌렸고, 1세트를 25-19로 무난히 가져왔다.
2세트 들어 요스바니가 대한항공 서버들의 공략에 적응하면서 접전 양상이 더 길게 이어졌다. 요스바니는 서브를 넘어지면서 받으면서도 곧바로 일어나 전위로 뛰어올라 퀵오픈을 성공시키는 모습을 보여주며 자신이 왜 트라이아웃에서 1순위로 뽑혔는지를 입증했다. 세트 후반까지 19-19까지 팽팽하게 진행되던 경기는 임동혁의 서브 3방에 갈렸다. 요스바니의 서브 범실과 임동혁의 강한 서브 두 방에 알 아흘리의 리시브가 흔들렸고, 공격범실 2개로 이어졌다. 서브감각이 올라간 임동혁이 전매특허인 강서브로 알 아흘리 코트를 그대로 폭격하면서 순식간에 점수차는 23-19로 벌어졌고, 요스바니와 교체되어 들어온 칸디도의 서브범실로 25-21로 끝났다.
첫 두 세트를 연달아 잡으며 기세가 오른 대한항공은 3세트 초반 4-0까지 달아나며 그대로 승리를 따내는 듯했다. 그러나 알 아흘리도 이대로 질 수 없다는 듯 차곡차곡 추격전을 개시했고, 칸디도의 서브가 불을 뿜으며 세트 중반 20-20 동점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후 경기는 다시 접전 양상으로 펼쳐졌지만, 대한항공에는 에이스 정지석이 있었다. 22-22에서 날카로운 퀵오픈을 성공시킨 정지석은 이어진 수비에서 상대 공격까지 블로킹으로 솎아내며 24-22 매치포인트를 만들어냈다. 당황한 알 아흘리는 김민재의 서브에 리시브가 흔들렸고, 마지막 공격이 네트를 맞고 코트 밖으로 나가며 마지막 점수를 내줬다.
좌우 에이스인 정지석과 임동혁이 팀 공격을 이끌었다. 정지석은 블로킹 2개 포함 17점을 올렸다. 공격 성공률은 68%에 달할 만큼 순도도 높았다. 정지석은 리시브도 팀 내 최다인 31개를 받아 15개를 세터 머리 위로 전달했다. 공수에 걸쳐 맹활약하며 왜 자신이 국내 최고의 아웃사이드 히터로 군림하는 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임동혁은 블로킹 1개, 서브득점 1개 포함 13점(공격 성공률 52%)으로 오른쪽을 든든히 책임졌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