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 女 외인 드래프트에서 파격 승부수…야스민은 페퍼로
OSEN 손찬익 기자
발행 2023.05.14 09: 57

 행운의 여신은 과연 어느 팀을 향해 미소를 지었을까. 1순위는 IBK기업은행이었지만 막차로 뽑힌 한국도로공사도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4년 만에 대면 방식으로 진행된 2023 한국배구연맹(KOVO) 여자부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가 13일(한국 시간) 마무리됐다. 새 얼굴 4명과 V-리그 경험이 있는 3명이 다음 시즌 V-리그에서 뛰게 됐다.
드래프트 순서는 지난 시즌 성적의 역순으로 7위 페퍼저축은행(구슬 35개), 6위 IBK기업은행(30개), 5위 GS칼텍스(25개), 4위 KGC인삼공사(20개), 3위 현대건설(15개), 2위 흥국생명(10개), 1위 한국도로공사(5개)에 구슬이 배분돼 뽑는 방식으로 정해졌다. 초청 선수 34명, 기존 선수 4명 등 38명이 대상이었다. 전날 옐레나 므라제노비치(26·보스니아/세르비아·1m96)와 재계약한 흥국생명을 빼고 6개 구단이 37명 중 1명씩 선택하는 방식이었다.

한국배구연맹 제공 

추첨 결과 IBK기업은행, 페퍼저축은행, 흥국생명, KGC인삼공사, 현대건설, GS칼텍스, 한국도로공사 순으로 선택할 순서가 결정됐다. 가장 먼저 단상에 오른 IBK기업은행 김호철 감독의 선택은 브리트니 아베크롬비(28·미국/푸에르토리코·1m91)였다. 아베크롬비는 트라이아웃 기간 2번의 평가전에 나서지 않았다. 구단 일정을 소화한 뒤 현지 시각으로 드래프트 당일인 이날 새벽 이스탄불에 도착해 곧바로 평가전을 소화했다. 김 감독의 과감한 결정에 다른 구단들은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김 감독은 먼저 구슬이 뽑히자 크게 웃으며 기뻐했다. 그는 "트라이아웃 오기 전부터 뽑을 생각을 했다"며 "영상은 계속해서 봤다"고 선택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화려하고 파워가 있는 선수는 아니지만 저희 팀에 맞춰서 뽑았다"고 덧붙였다.
공격 폭이 넓고 왼손잡이라는 장점을 높게 평가했다는 것이다. 스피드 배구를 해야 하는 팀 상황에 가장 적합한 선수라는 이유도 있다. 김 감독은 "키 큰 선수를 뽑을 수도 있었지만 우리 세터와 잘 맞출 수 있는 선수를 선택했다"고 강조했다.
아베크롬비도 함박웃음을 지었다. 그는 "선택받게 돼 기분이 너무 좋고, 한국에서 뛸 것을 기대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V-리그가) 외국인 선수 의존도가 높아서 부담도 있고 책임감이 있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며 "새로운 도전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배구연맹 제공 
페퍼저축은행 아헨 킴 감독은 야스민 베다르트(27·미국/이스라엘·1m93)를 지명했다. 지난 시즌 현대건설에서 허리 부상 뒤 시즌 아웃돼 회복 중이지만 과감히 승부를 걸었다. 야스민은 이번 트라이아웃 기간 평가전은 나서지 않고 간단히 몸만 풀었다.
킴 감독은 "3년 차로 들어가는 어린 구단에 V-리그 베테랑이 있는 것이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고 야스민 지명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외국인 선수가 한국에서 베테랑으로 분류되는 게 흔한 일이 아니다"면서 "2년차까지 뛴 외국인 선수는 있지만 3년차를 뛴 선수는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부상 리스크에 대해서는 "누구를 선택해도 리스크가 있는 건 똑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부상도 6개월이면 충분히 회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야스민은 베테랑 프로 선수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야스민도 웃음으로 화답했다. 그는 "허리 부상을 당하고 회복될 것을 알게 된 후 한국에 돌아가고 싶었다"고 언급했다. V-리그 3년차지만 첫 시즌에는 코로나19로 리그가 중단됐고, 지난 시즌은 허리 부상으로 마무리하지 못한 만큼 이번에는 꼭 풀 시즌을 소화하겠다는 각오다. 몸 상태에 대해서는 "척추는 완전히 회복했고 힘을 끌어 올리는 중"이라며 "오는 8월 1일 팀 합류 전까지는 몸 상태가 올라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KGC인삼공사 고희진 감독은 지오바나 밀라나(25·미국·1m86)를 지목했다. 그러자 드래프트에 참여한 외국인 선수들이 환호와 박수로 축하했다. 이어 현대건설 강성형 감독은 지난 시즌 GS칼텍스에서 뛴 레티치아 모마 바소코(30·카메룬·1m84)의 이름을 불렀다. 전날 모마와 재계약하지 않기로 결정한 GS칼텍스 차상현 감독은 지젤 실바(32·쿠바/아제르바이잔·1m91)를 선택했다.
한국배구연맹 제공 
마지막으로 단상에 오른 '디펜딩 챔피언' 한국도로공사 김종민 감독은 트라이아웃 기간 내내 호평을 받은 반야 부키리치(24·세르비아·1m98)를 지목했다. 이번 드래프트에 나선 선수 중 신장이 가장 큰 부키리치는 예전 GS칼텍스에서 활약했던 메레타 러츠(미국)와 비슷한 경기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 감독은 "생각했던 선수가 남아 있었고 마지막이었지만 아주 만족한다"면서 "공격력보다는 좀 길게 봤다. 당장 이번 시즌이 아닌 다음 시즌까지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 보여서 선택했다"고 말했다. 이어 "일단 높이가 강점"이라면서 "블로킹, 공격 때도 다른 선수보다 굉장히 높았다"고 설명했다.
뽑힐 것은 예상했지만 가장 마지막에 선택을 받은 부키리치는 롤러코스터를 탄 듯했다. 그는 "긴장도 됐고 기쁘기도 했고, 모든 감정을 다 느낀 것 같다"며 미소를 보였다. 부키리치는 "지난 12월에 시즌이 끝났다"며 "(트라이아웃 평가전 때) 최상의 컨디션이 아니었고 공격할 때 각도를 많이 내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최고의 컨디션을 만들어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며 V-리그 도전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wha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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