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22, 마요르카)이 정말 간발의 차로 리그 7호 골을 놓치면서 아쉬움을 삼켰다. 그럼에도 경기 공식 MOTM(Mvp of the match)은 그의 몫이었다.
마요르카는 13일(한국시간) 스페인 마요르카 에스타디 데 손 모시에서 열린 2022-2023시즌 라리가 33라운드에서 카디스를 1-0으로 꺾었다. 이로써 4경기 만에 승리를 챙긴 마요르카는 승점 44점(12승 8무 14패)을 기록, 강등권과 더욱 멀어졌다.
이강인이 또 한 번 빛났다. 왼쪽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한 이강인은 풀타임 활약을 펼치며 마요르카 공격을 이끌었다. 그의 발을 거치지 않는 공격 장면은 그리 많지 않았다.
세트피스도 모두 이강인이 전담했다. 그는 코너킥과 프리킥 기회가 생길 때마다 날카로운 왼발 킥으로 카디스 골문을 위협했다.
선제골이자 결승골도 이강인의 발끝에서 시작됐다. 그는 전반 15분 상대 패스 실수를 놓치지 않고 뺏어내 전진한 뒤, 오른쪽 빈 공간으로 전진 패스를 찔러줬다. 베다트 무리키의 슈팅은 골키퍼 선방에 막히며 코너킥으로 연결됐다.
곧바로 득점이 터졌다. 이강인이 왼쪽에서 예리한 코너킥을 올렸고, 이드리수 바바가 이를 머리에 맞췄다. 골키퍼 맞고 튀어나온 공을 파블로 마페오가 다시 헤더로 밀어 넣으며 골망을 흔들었다.
이강인은 이후로도 맹활약을 펼쳤다. 그는 후반 19분 절묘한 드리블로 수비 세 명 사이를 빠져나오려 했다. 상대는 이강인을 막으려다가 발목을 밟는 반칙을 저질렀고, 옐로카드까지 받았다.
특히 후반 막판 연이은 '폭풍 질주'가 단연 백미였다. 이강인은 후반 39분 동료가 걷어낸 공을 따내며 질주를 시작했다. 카디스 이삭 카르셀렌이 그를 막기 위해 어깨싸움을 걸었지만, 이강인은 전혀 밀리지 않고 이겨내며 40m 가까이 홀로 달렸다. 그는 박스 앞까지 전진한 뒤 오른쪽으로 공을 내줬지만, 아쉽게도 득점으로 연결되진 않았다.
이강인은 경기 종료 직전에도 엄청난 질주를 선보였다. 그는 후반 추가시간 7분 역습 상황에서 멋진 터치로 동료의 로빙 패스를 받아낸 뒤 빠르게 내달렸다. 그는 침착하게 빈 골문에 공을 차 넣으며 리그 7번째 득점을 터트리는가 싶었다. 하지만 비디오 판독(VAR) 결과 동료가 패스하는 순간 이강인의 상체가 아슬아슬하게 중앙선을 넘었다고 판정되면서 오프사이드가 선언됐다.
97분에 나온 장면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빠른 질주였기에 더 아쉬움이 남았다. 이강인은 종료 휘슬이 불리자 경기장에 주저앉으며 그때야 지친 기색을 드러냈다.
공격 포인트는 없었지만, 이강인은 MOTM으로 선정되며 활약을 인정받았다. 홈 2경기 연속 MOTM 수상이다. 모든 것을 쏟아낸 이강인은 한동안 잔디 위에 앉아 아쉬움을 삼켰고, 동료들도 그를 다가와 안아줬다.
카디스 선수들도 이강인에게 다가와 그의 등을 두드려 줬다. 이후로도 이강인은 동료들이 함께 뛰며 승리의 기쁨을 나눌 때 허리를 숙여 무릎을 잡고 숨을 골랐다. 그는 자신을 찾아온 무리키와 한 차례 포옹을 나눈 뒤에야 발걸음을 뗐다.
축구 통계 매체 '풋몹'은 이강인에게 평점 7.5점을 매겼다. 이는 마페오(8.4), 라이코비치, 데갈라레타(이상 7.9), 발리옌트(7.8)에 이은 팀 내 5위에 해당하는 점수다. 이날 이강인은 90분 동안 패스 성공률 79%(22/28), 기회 창출 2회, 드리블 성공률 100%(3/3), 크로스 성공 2회(2/4), 공 소유권 회복 5회, 지상 경합 승리 4회(4/5) 등을 기록했다.
최근 빅클럽과 이적설이 불거지는 이유를 제대로 보여주는 경기였다. 이강인은 올 시즌 리그 6골 4도움을 기록하며 한국 선수 최초로 라리가 공격 포인트 10개를 달성했다. 마요르카 에이스로 발돋움한 그는 라리가 올해의 팀(Team of the season) 후보에도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다가오는 여름 이적은 시간문제다. 이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토트넘 홋스퍼, 아스톤 빌라, 나폴리 등 쟁쟁한 팀들이 그를 노리고 있다. 특히 '라리가 강호' 아틀레티코는 지난겨울에 이어 다시 한번 이강인 영입 도전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승리로 마요르카는 18위 헤타페(승점 34)와 격차를 10점으로 벌리면서 사실상 생존을 확정 지었다. 라리가 역사상 승점 44점을 기록하고 강등된 팀은 단 하나도 없다. 스페인 '마요르카 디아리오'는 "주심이 이강인의 득점을 오프사이드로 취소했다. 하지만 상관없다. 마요르카는 다음 시즌에도 1부 리그에 있을 것"이라고 기뻐했다.
물론 하비에르 아기레 마요르카 감독은 방심하지 않았다. 그는 경기 후 "물론 중요한 단계다. 어깨에서 짐을 덜었다"라면서도 "아직 마음이 편안하지도 않고, 구원받지도 못했다. 긴장을 다 풀지 못했다. 다음 두 경기에서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라며 말했다. 앞으로 마요르카는 알메리아 원정을 떠난 뒤 홈으로 발렌시아를 불러들인다.
/finekosh@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