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청부사’ 케빈 듀란트(35) 영입도 재미를 보지 못했다. 피닉스 무관의 지긋지긋한 역사가 또 다시 반복됐다.
피닉스 선즈는 12일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홈구장 풋프린트 센터에서 개최된 ‘2022-2023시즌 NBA 플레이오프 2라운드 6차전’에서 덴버 너게츠에 100-125로 완패를 당했다. 피닉스는 2승 4패로 탈락했다. 니콜라 요키치가 28점, 10리바운드, 12어시스트, 3스틸, 1블록슛의 전천후 활약으로 피닉스를 농락했다.
굴욕적인 완패였다. 1쿼터 후반부터 갑자기 무너진 피닉스는 51-81로 30점을 뒤진 채 전반전을 마쳐 일찌감치 패배를 확정지었다. 크리스 폴(사타구니)과 디안드레 에이튼(갈비뼈)이 부상으로 결장했다. 에이스 데빈 부커까지 12점으로 극도의 부진을 보였다.
듀란트 역시 23점을 했지만 전반에 야투부진으로 힘을 쓰지 못했다. 자신의 활약과 상관없이 20점 이상 벌어진 점수차에 듀란트도 참담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홈에서 당한 대패와 탈락이었기에 홈팬들이 가진 상실감도 상상 이상이었다.
피닉스의 비극은 과거부터 계속되고 있다. 피닉스는 1992년 제프 호나섹, 팀 페리, 앤드류 랭 세 명의 선수를 주고 필라델피아로부터 드림팀 득점왕 찰스 바클리를 영입했다. 바클리는 25.6점, 12.2리바운드, 5.1어시스트의 성적으로 피닉스를 62승 서부 1위로 이끌었다. 바클리는 정규리그 MVP까지 차지했다.
파이널까지 승승장구한 피닉스는 최전성기 마이클 조던의 시카고에게 6차전에서 무너졌다. 바클리는 진통제까지 맞아가며 부상투혼을 발휘했지만 조던의 파이널 평균 최다 41점 대활약에 가렸다. 6차전 막판까지 승기를 잡았던 피닉스는 존 팩슨의 역전 3점슛 한 방에 무너졌다.
2000년대 스티브 내쉬 시대에도 피닉스는 지독하게 운이 없었다. 피닉스는 내쉬를 선장으로 아마레 스타더마이어, 숀 매리언과 함께 공격농구를 표방하며 ‘런앤건’ 스타일로 인기를 끌었지만 결정적인 우승은 하지 못했다. 내쉬는 피닉스를 서부 정상으로 이끌며 2005-2006 2년 연속 MVP를 차지했다. 하지만 피닉스는 고비 때마다 샌안토니오와 레이커스에게 발목을 잡히며 파이널조차 밟아보지 못했다. 내쉬는 비운의 MVP로 남았다.
지독한 역사는 반복되고 있다. 피닉스는 2020년 크리스 폴과 압둘 네이더를 얻는 조건으로 리키 루비오, 켈리 우브레 주니어, 타이 제롬, 제일런 레큐, 2022년 1라운드 지명권을 내주는 초대형 트레이드에 합의했다.
폴은 2021년 피닉스를 파이널로 이끌며 진가를 발휘했다. 하지만 피닉스는 2승 1패로 앞서던 시리즈에서 내리 3연패를 당해 밀워키에게 우승을 내줬다. 6차전에서 50득점을 폭발시킨 야니스 아테토쿰보의 첫 우승에 피닉스와 폴은 병풍 역할이었다.
다시 한 번 초대형 트레이드로 듀란트를 영입해 ‘윈 나우’를 외쳤던 피닉스는 또 또 또 좌절했다. 듀란트 한 명으로 얕아진 선수층을 커버하기에는 주전들의 나이가 너무 많다. 에이튼은 연봉에 비해 의욕도 없고 최고빅맨들과 대결에서 경쟁력도 떨어졌다. 에이튼은 탈락 후 요키치와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나누는 등 승부욕도 보여주지 않았다.
이제 만 38세인 폴의 나이를 감안할 때 앞으로 피닉스가 다시 대권에 도전할 수 있을지는 매우 비관적이다. 역대최고 득점원 듀란트의 영입에도 불구하고 피닉스의 지긋지긋한 비극은 계속되고 있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