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쏘나타는 낀 세대다. 아래로 아반떼가 있고, 위로는 그랜저가 있다.
서열이 엄격하던 시절에는 모양이 좋았다. 아반떼를 타던 이들이 사회, 경제적으로 여유를 찾으면서 쏘나타를 타고, 더 완숙해지면 그랜저를 탔다.
지금은 어떤가? 익숙한 직위인 사원-대리-과장-부장의 명칭조차 기업에서 사라지고 있다. 서열 파괴가 일상인 세상이다. 아반떼-쏘나타-그랜저로 이어지는 선형적 구조가 불편하다. 억울한 세대가 있다. 아래위로 눈치를 봐야 하는 낀 세대다. 쏘타나가 그랬다. 존재감 위기에 직면한 쏘나타다.
그런 쏘나타가 스스로에게 질문했다. 쏘나타는 무엇으로 살아남아야 하는가?
현대자동차가 지난 4월의 ‘2023 서울모빌리티쇼’에서 대중에 처음 공개한 ‘쏘나타 디 엣지’가 스스로에 던진 질문의 답을 내놓았다. 가솔린 2.5 터보다. 이 녀석이 ‘서열 파괴’의 기치를 들었다.
현대차는 최근 진행된 미디어 시승행사에서 가솔린 2.5 터보와 가솔린 1.6 터보, 두 모델을 번갈아 타 보게 했다.
‘쏘나타 디 엣지’라는 낯선 이름을 붙이긴 했지만 이 차는 8세대 쏘나타의 부분 변경 모델일 뿐이다. 현대차는 차량 소개 자료에 굳이 ‘풀체인지급 부분 변경’이라는 수식어를 썼다. 대체로 “디자인 변화 폭이 크다는 얘기” 정도로만 받아들였다. 실지로 ‘쏘나타 디 엣지’는 전후면 디자인이 많이 바뀌었다.
그런데 ‘쏘나타 디 엣지 2.5T’는 남달랐다. 웬만해선 이런 표현까지는 안 쓰려 하는데, 좀 충격적이다. 왜 이 차가 ‘쏘나타’라는 이름으로 한데 묶여 있을까?
엔진 스펙을 다시 봐야했다.
배기량 2,497cc, 최고출력 290마력, 최대토크 43.0kg.m이다. 그 동안 아쉬움 없이 즐겼던 1.6 터보가 최고출력 180마력, 최대토크 27.0kg.m이다. 엄청난 차이다.
두 모델을 번갈아 타보니 더 확연해졌다. 운동성의 격차는 수치 이상이다.
미디어 시승에 제공된 차는 ‘쏘나타 디 엣지 N Line 가솔린 2.5 터보’다.
일단 이 차는 N라인에서만 제공된다. 스마트스트림 가솔린 2.0(6단 자동변속기)을 얹은 쏘나타 N 라인의 기본형(3,691만 원)에서 2.5 터보 퍼포먼스(270만원)를 옵션으로 선택해야 이 모델에 도달한다.
270만 원의 옵션가이지만 파워트레인은 하늘과 땅이다. 스마트스트림 가솔린 2.5 터보 엔진, 8단 습식 DCT 변속기, 랙구동형 전동식 파워 스티어링(R-MDPS), 레브 매칭, 액티브 사운드 디자인이 쓱 들어온다. 퍼포먼스를 강조한 만큼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와 ISG 시스템은 빠졌다.
시승차에는 선택가능한 모든 옵션도 들어갔다. 빌트인캠2(45만원), 파노라마 선루프(120만원), 컨비니언스Ⅱ(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 미적용/140만원), 컴포트 IV(2열 편의/65만원)가 모두 선택됐다. 기본 차량가 3,691만 원에 옵션가를 더하니 4,251만 원(개소세 3.5% 기준)이 나온다. 그랜저 2.5 가솔린 익스클루시브 트림의 기본가(4,202만 원)와 비슷하다.
이런 가격대를 감수한 마케팅팀의 속내는 차를 타 보기 전에는 모른다. “그 가격이면 차라리 그랜저 사지”라는 말이 은연중에 나온다.
하지만 ‘쏘나타 디 엣지 N Line 가솔린 2.5 터보’를 경험하고 나면 생각은 달라진다. 이 차는 ‘그랜저 아래 쏘나타’를 거부한 차다. 오히려 그랜저로 갔던 사람도 짜릿한 맛에 반해 돌아올 정도의 매력을 지녔다. 전장 5,035mm의 대형 세단은 흉내낼 수 없는 맛이 쏘나타 2.5 터보에 녹아 있다.
당연히 정숙성이나 고급감에서는 그랜저를 따라갈 수 없다. 두 차는 추구하는 방향이 완전히 다르다.
2.5 터보 퍼포먼스 옵션에 들어가 있는 액티브 사운드 디자인이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엑셀을 밟음과 동시에 터지는, 으르렁거리는 배기 사운드에 운전의 맛이 두 배다. 동작은 맹수처럼 날쌔다. 가속 성능이 기대 이상이다. 현대차의 고성능 브랜드 ‘N’의 맛이 쏘나타에서 난다.
향후의 쏘나타가 노리는 존재의 이유를 2.5 터보에서 엿볼 수 있다. 쏘나타는 탈 서열을 꾀하고 있었다. /100c@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