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지나기도 전에 입장이 바뀌었다. 수원삼성이 끝내 '베팅 정보글' 논란을 빚은 김태륭 전력분석관과 계약을 해지했다. 가라앉은 팀 분위기에 또 찬물을 끼얹는 소식이다.
수원은 지난 8일 김병수 감독 취임 미디어데이에서 새로 꾸린 코칭스태프 명단을 공개했다. 그중에는 전력분석관으로 새로 합류한 TNT FC 출신 김태륭 분석관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고작 3일 만에 팀을 떠나게 됐다. 지난 10일 수원과 전북 경기를 앞두고 김 분석관의 이름이 한 사설 승부예측 사이트에 등장한 것. 해당 사이트에는 그의 명의로 "주전 공격수+윙어+풀백+센터백 결장!! '병수볼'은 제가 잘 아는 축구입니다!! 결장 정보까지 올킬을 자신합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은 곧 삭제됐지만, 파장은 계속해서 퍼져 나갔다. 만약 정말로 구단 내부 관계자가 '결장 정보까지 올킬을 자신'한다며 정보를 뿌렸다면, 이는 돈을 받고 외부에 내부 정보를 유출하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
이에 수원 관계자는 10일 전북전을 앞두고 "김 분석관은 해당 업체에서 2017년 퇴사했다. 이후 업체와 이해 관계가 있으니 고문으로만 활동했다. 월 활동비는 나왔던 거 같다. 업계의 관행"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업체가 동의를 얻지 않고 마음대로 글을 써 배포했다. 계정을 방치한 김태륭 분석관의 잘못도 있다. 본인도 시인했다. 내일 업체에서 사과문을 내기로 했다"라며 해당 업체로부터 사과까지 받아냈다고 밝혔다.
당당했던 수원의 입장은 바로 다음 날 바뀌었다. 수원은 11일 오후 구단 공식 소셜 미디어를 통해 "김태륭 분석관과 상호합의하에 계약 해지하기로 결정했다"라고 발표했다.
이어 수원은 "그는 최근 모 축구정보사이트에 본인 명의로 된 정보가 게재된 것에 책임을 느끼고 감독과 구단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사퇴 의사를 밝혀왔다. 구단은 이를 수용키로 했다"라며 "앞으로 스태프 선임에 앞서 보다 면밀한 검증을 진행하도록 하겠다"라고 고개 숙였다.
사과까지 받았다던 수원이지만, 바로 다음 날 김 분석관과 갈라선 것. 아무리 그가 먼저 사퇴 의사를 밝혔다지만, 수원 구단 역시 이번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정말로 떳떳하다면 이렇게 급하게 계약 해지를 결정하지 않았을 것이다.
사실 전날 내놓은 설명부터 물음표투성이였다. 2017년 퇴사 이후 6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음에도 자신의 얼굴과 이름이 도용당했음을 몰랐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
심지어 수원 측은 김 분석관이 고문으로 활동하며 돈까지 받았다고 인정했다. 그 정도로 관계를 이어갔음에도 자신은 아무것도 몰랐다는 말을 믿을 이가 얼마나 될까. 김 분석관과 수원의 해명이 큰 믿음을 주지 못하는 이유다.
결국 김병수호는 출발부터 삐걱거리게 됐다. 데뷔전부터 전북에 0-3으로 대패했고, 바사니가 부상으로 이탈했다. 여기에 전력분석관 인원을 늘리면서까지 고용한 김 분석관과 곧바로 갈라서고 말았다. 허니문 효과를 기대했던 수원은 팀 분위기만 '올킬'당했다.
무엇보다 수원 측이 좀 더 꼼꼼했다면 충분히 피할 수 있던 일이다. 물론 일차적으로는 김 분석관의 잘못이 크고, 그를 데려온 김병수 감독에게도 아쉬움은 있다. 그러나 고용주인 수원 측에서 더 신중하게 검증했어야 한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다. 수원 팬들 역시 "언제까지 이런 기본적인 행정 실수를 할 거냐", "계약하기 전에 조사를 안 하는 건가", "부끄럽다" 등의 반응을 남겼다.
/finekosh@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