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줄인 제일기획 탓?... '김태륭 분석관 사태' 통해 드러난 수원삼성의 '기본 망각' 운영 민낯

 수원삼성은 ‘기본’을 망각했다. 만약 구단이 ‘기본’에 충실했다면 김태륭 전력분석관의 ‘사설 승부예측 사이트 글 논란’은 애초에 일어나지 않을 수 있었다. '꼴찌 경영' 꼬리표를 떼지 못하는 이유다.

수원은 지난 11일 "김태륭 전력분석관과 상호합의 하에 계약을 해지하기로 결정했다”며 “최근 모 축구정보사이트에 본인 명의로 된 정보가 게재된 것에 책임을 느끼고 감독과 구단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사퇴 의사를 밝혔다. 구단은 수용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김태륭 전력분석관은 지난 4일 '리그 최하위(12위) 탈출' 임무를 받고 급하게 선임된 김병수 감독과 함께 수원에 몸담기 시작했다. 그러나 오자마자 좋지 못한 화제의 중심에 섰다.

지난 10일 수원과 전북현대의 K리그1 경기(수원 0-3 패) 직전 한 사설 승부예측 사이트에 김태륭 전력분석관 이름으로 ‘주전 공격수+윙어+풀백+센터백 결장!! '병수볼'은 제가 잘 아는 축구입니다!! 결장 정보까지 올킬을 자신합니다’라는 분석글이 올라왔다. 해당 계정 이름과 프로필 사진 모두 김태륭 전력분석관이었다. 논란을 부른 글은 곧바로 삭제됐다. 

스포츠 종목 각 분야 전문가들은 결과 예측 서비스를 유료로 제공하고, 해당 업체로부터 소정의 대가를 받곤 한다. 그러나 구단에 속한 전력분석관이 이러한 일을 한다면 말이 달라진다.

구단 전력분석관은 부상자, 결장자, 전술 등 팀 사정을 감독만큼이나 잘 안다. 경기 전 분석글을 올리는 것은 내부 정보를 흘리는 것과 같다. 구단, 선수, 그리고 팬들을 기만하는 심각한 행위다. 혹여 구단 내부 정보를 통해 개인적인 금전 이득을 취한다면 이는 ‘심각’ 선에서 끝날 문제가 아니다.

수원 관계자는 “김태륭 전력분석관은 해당 업체에서 2017년 퇴사했다. 수원-전북전에 대한 글은 김태륭 전력분석관과 상의된 바 없이 올라갔다. 업체도 이를 시인했다”고 설명했다. 즉, 누군가가 김태륭 전력분석관 이름으로 된 계정을 통해 분석글을 썼단 것이다. 이를 업체 측에서 인정했다. 

그러나 김태륭 전력분석관은 해당 업체에서 퇴사한 뒤 ‘고문’으로 활동하며 매월 일정 금액을 받고 있었다. 수원 관계자는 “김태륭 전력분석관이 월 활동비는 받았다. 업계의 관행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퇴사한 후 약 7년 동안 ‘고문료'를 받으며 업체와 연을 이어온 그가 논란을 불러온 이번 글과는 무관하더라도 자신의 얼굴과 이름이 드러난 계정을 몰랐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수원의 일원으로 임무를 다하겠다고 결정했다면 김태륭 전력분석관은 사설 승부예측 사이트 내 계정을 삭제해야 했다. 그러나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지 못했다. “계정을 방치한 김태륭 전력분석관의 잘못도 있다. 본인도 인정했다”고 구단은 말했다.

수원의 안일함도 묻어있는 이번 사태다. 김태륭 전력분석관을 영입할 때 수원은 그의 과거, 최소한 최근 그가 맡았던 직책들에 대해 샅샅이 조사해야 했다. 프로스포츠 구단뿐만 아니라 ‘새 얼굴’을 뽑을 때 여타 단체, 기업 등에서 으레 거치는 단계다.

그러나 수원은 이를 건너뛰었다. 선제적 조치를 취할 수 있었던 기회를 스스로 날렸다. '논란이 될 수밖에 없는' 곳에서 그가 '고문'을 맡고 있었는데, 이번 사태가 터지고 나서야 알았다.  

수원은 “갑작스럽게 구단 전력분석관으로 선임됐다”며 그를 검증할 시간이 부족했단 뉘앙스를 풍겼지만 이는 변명거리가 되지 못한다. 이력을 자세히 따지는 건 고용의 기본이다.

과거 ‘명가’로 불렸던 수원의 몰락 원인으로 모기업의 투자 부족이 가장 먼저 거론되곤 한다. 현재 수원의 모기업은 2014년 삼성전자에서 이관된 제일기획이다. 풍족한 자금 지원이 가능했던 모기업에서 모기업 지원을 받아 운영되는 광고 회사가 수원을 좌지우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지원이 줄어들 것이란 우려는 현실이 됐다.

제일기획의 방치 속 수원은 추락의 길을 면치 못하고 있다. 최근 그 속도가 심히 가파르다. 그러나 금전적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한 것이 수원의 추락 가장 큰 원인이 아닐 수 있다. 

이번 ‘김태륭 전력분석관 사태’를 통해 수원이 ‘기본’을 망각한 채 구단을 운영하고 있단 것이 드러났다. 부실 설계된 곳에 돈을 투자해 건물을 세우고 싶은 이는 아무도 없다. 수원은 '명가재건' 거대한 포부를 외치기 전 '기본'부터 챙겨야 한다. 불행 중 다행히 수원은 “앞으로 스태프 선임에 앞서 보다 면밀한 검증을 진행하겠다”며 ‘기본 상실’을 자각한 태도는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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