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수’로 김병수 전 강원FC 감독이 급히 투입됐지만 수원삼성을 향한 변함없는 목소리가 있다. ‘프런트 축구’ 타도 외침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수원이 자초한 일이다.
수원은 10일 오후 7시 30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전북 현대와 하나원큐 K리그1 2023 12라운드 맞대결을 치러 0-3으로 패했다.
이날 경기는 김병수 신임 감독의 데뷔전이었다.
수원은 지난달 17일 이병근 감독을 경질하고 이달 4일 김병수 감독을 선임했다. 감독 물색 작업을 할 때 수원은 최성용 수석 코치에게 4경기(1승 3패) 임시 지휘봉을 맡겼다.
개막 후 10경기 째 무승에 허덕이던 수원은 최성용 대행 체제 속 지난 5일 인천 유나이티드 원정 경기(수원 1-0 승)에서 드디어 시즌 첫 승을 따냈다.
인천전 승리의 기운을 전북전에서 이어가지 못한 수원이지만 이날 김병수 감독 부임 효과는 어느 정도 있었다. 단, 그라운드 밖에서다. 그가 수원에 오기 전과 달리 부정적인 걸개가 응원석에서 많이 사라졌다.
앞서 지난달 30일 수원이 대구FC를 홈으로 불러들여 리그 경기를 치를 때만 하더라도 관중석엔 ‘밑바닥 성적은 밑바닥 운영탓’, ‘야망이 없는 프런트, 코치, 선수는 당장 나가라. 수원은 언제나 삼류를 거부한다’, ‘지지자는 소통을 원한다’는 걸개가 나부꼈다.
수원 선수들의 정신을 일깨움과 동시에 부진엔 구단 운영진의 무능도 작용하고 있단 팬들의 분노가 녹아져 있던 것이다. 당시 대구에 0-1로 패해 10경기째 무승의 늪에 빠진 수원은 팬들의 화를 더욱 키웠다.
대구전 분노의 걸개가 나부낀 후 처음 치러진 이날 홈경기에선 부정적인 걸개를 쉽게 찾아볼 수 없었다. 직전 인천 원정에서 드디어 시즌 첫승을 한 데 따른 사그라든 팬들의 분노와 김병수 감독에 거는 기대감의 여파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딱 하나 눈에 띄는 걸개가 있었다. 수원의 ‘프런트’를 저격하는 ‘병수볼IN 프런트볼OUT’ 걸개가 수원 홈팬 응원석 앞에 90분 내내 펄럭이고 있었다.
‘병수볼’은 김병수 감독 앞에 붙는 수식어다. 상대 진영에서 볼 소유 시간을 늘리고 센터백을 제외한 전원이 공격에 참여해 수 싸움에서 밀리지 않는 패싱 플레이를 추구하는 전술을 사용했던 김병수 감독은 ‘병수볼'로 불린다.
걸개 속 ‘병수볼IN’엔 현재 최하위로 강등 위기에 내몰린 수원을 김병수 감독이 구제해 줬으면 하는 팬들의 소망이 녹아져 있다. 반면 ‘프런트OUT’ 문구는 사실상 수원을 이지경까지 내몬 ‘프런트 사단’을 저격하는 성격이 짙다.
김병수 감독 부임 전까지만 하더라도 수원 축구는 곧 '프런트 축구'로 통했다.
수원은 '구단 레전드' 감독을 극진히 모신다는 것을 빙자해 다루기 쉬운 구단 출신 감독을 데려오는 분위기가 상당히 강했다. 손바닥 안에 있다고 생각한 감독들이 성적을 내지 못하면 수원은 사령탑을 갈아치우기 일쑤였다. 실제 수원은 약 5년 동안 세 명의 감독을 경질했다. 한 구단의 감독 자리가 프런트 입맛대로 바뀌곤 했단 것이다. 이적시장 때 수원에선 감독 의중보다 프런트의 생각이 더 크게 작용했단 것은 익히 알려진 대목이다.
이런 상황 속 수원 구단 출신이 아닌 ‘외부인’ 김병수 감독 등장에 팬들의 분노는 기대로 어느 정도 바뀌었다. 그러나 감독이 몇 차례 바뀔 동안 그대로인 '프런트 사단'에 대한 팬들의 개탄스러운 마음은 여전한 상황이다. ‘병수볼IN 프런트볼OUT’ 걸개가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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