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골의 주인공 나상호(27)는 사실 크로스를 올려 준 황의조(31, 이상 서울)와 다른 그림을 구상했다.
FC 서울은 9일 오후 7시 30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3 12라운드에서 광주 FC를 상대로 3-1 승리를 거뒀다.
이 경기 서울은 전반 10분 윌리안의 선제골로 앞서 나갔지만, 후반 6분 허율에게 실점해 1-1 상황을 맞았다. 하지만 후반 19분 임상협과 교체로 투입된 나상호가 교체 투입 직후 완벽한 발리 슈팅으로 득점을 만들면서 2-1을 스코어를 만들었다. 이후 서울은 후반 42분 박동진의 추가 골까지 들어가며 3-1 승리에 성공했다.
경기 종료 후 나상호는 "승리해서 기쁘다. 감독님, 코칭 스태프님, 선수들 모두 '이기자'라는 마음이 있었기에 승리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울산전도 잘 준비해 좋은 경기 보여드리겠다"라고 승리 소감을 전했다.
교체로 투입된 나상호는 안익수 감독의 지시에 관해 "따로 주문을 받지는 않았다. 경기장에 들어가서는 교체 선수로서 흐름을 바꿔줘야 했고 그러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다 보니 (황)의조 형의 좋은 크로스를 올려줬고 득점이 만들어졌다"라고 설명했다.
나상호는 이번 득점으로 시즌 리그 8호 골을 기록하게 됐다. 지난 시즌 32경기에 나서면서 기록했던 8골과 같아졌다. 이에 그는 "이번 프리시즌 동계훈련부터 폭발적인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 경기장 안에서는 신체적인 부분도 필요하지만, 월드컵때도 느꼈고 해외 축구를 보며 자신감이 중요하다고 느꼈다. 할 수 있는 플레이를 자신 있게 보여주는 것이 첫 번째라고 느꼈다"라고 이야기했다.
나상호의 활약이 계속되고 있지만, 마음 편히 웃을 수 없는 서울 팬들이다. 나상호가 여름 유럽으로 이적하는 것이 아니냐는 기대 섞인 걱정 때문이다. 나상호는 "정확하게 말씀을 드릴 수는 없다. 서울에 언제까지 있을지는 모르지만, 이런 퍼포먼스를 이어가 팬들과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제 임무"라고 전했다.
서울과 광주는 지난 2라운드 시즌 첫 맞대결 당시 경기 외적으로도 맞붙었다. 당시 광주는 서울을 상대로 경기력에서는 앞섰지만, 후반 엄지성의 퇴장 이후 오스마르, 박동진에게 연달아 실점을 내주며 무너졌다. 이에 이정효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솔직히 많이 분하다. 저렇게 축구하는 팀에 졌다는 게 분하다"라며 분노했다.
이에 관해 나상호는 "솔직히 동기부여가 됐다. 1차전 인터뷰 기사를 접했고 감독님, 스태프님들, 선수들 모두 자존심 상처난 부분을 갚아주기 위해 경기 준비를 잘한 것 같다"라며 이정효 감독의 인터뷰 내용이 경기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세레머니는 자제한 나상호다. 그는 "아쉽기보다 제 가슴 한편으로는 친정 팀이 광주다. 제 인생에 있어 갖춰야 할 예의라고 생각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다. 항상 친정팀을 존중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나상호는 경기 전날이면 황의조와 함께 자고 같은 차를 타고 경기장으로 출근한다. 차에서 무슨 이야기를 나눴을까. 나상호는 "오늘 출근하며 의조 형과 제가 크로스 올리는 상황을 이야기했다. 차타고 오며 '크로스 올리게 되면 길게 올리겠다'라고 이야기했다. 골 장면에서는 반대로 됐다. 의조 형과 계속 이야기하며 좋은 상황 나오게끔 맞추겠다"라며 구상과는 다른 장면이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나상호는 "크로스가 제 몸 뒤쪽으로 왔다. 연습 당시 자신 있어했던 장면이다. 한 번 잡았을 수도 있지만, 논스톱 슈팅을 자신 있게 때렸다"라고 덧붙였다.
이 경기 득점으로 리그 8호 골을 기록한 나상호는 득점왕 욕심을 묻자 "욕심은 있다. 득점왕 자리보다는 서울이라는 팀이 상위권을 유지하고 우승 경쟁을 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다. 득점왕은 그 다음이라고 생각한다"라며 개인 목표보다 팀의 목표를 우선시했다.
나상호는 이 경기에서 경기 막판 박동진의 득점을 도우며 1골 1도움을 기록, 8골 2도움으로 시즌 10번째 공격 포인트를 기록했다. 이에 "운이 좋아서 넣은 골도 있고 잘 준비해서 넣은 골도 있다. 수치에 만족하지 않고 나아가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계속 도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나상호는 "서울이라는 팀이 우승권 경쟁을 하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것이 목표다. 개인적으로는 해외에 나가 경쟁력을 갖춰 좋은 퍼포먼스를 보이는 것"이라며 더 큰 목표에 관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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