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삼성 감독직을 맡기까지) 정말 힘들었다. 인간적으로 힘들지 않을 수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분위기를 긍정적으로 끌고 가는 방법을 찾는 것.”
김병수 수원 신임 감독이 해결해야 할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가 일단 원하는 것은 수원이 하나로 똘똘 뭉칠 수 있는 ‘응집력’을 키우는 것이다.
김병수 제8대 수원 감독은 지난 8일 오전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수원 클럽하우스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 나서 위기의 수원에 ‘소방수’로 투입된 소감과 앞으로의 각오를 밝혔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김병수 감독은 ‘최악의 상황’은 피하고 수원 감독직 시작을 알렸다. 수원은 전임 최성용 감독 대행 체제 속 지난 5일 인천 유나이티드와 원정 경기(1-0승)를 통해 지긋지긋했던 무승의 늪에서 탈출했다. 11경기 만에 올 시즌 개막 후 첫 승을 거뒀다. 인천과 맞대결 전까지 수원은 2무 8패, 승점 단 2점에 그쳤다.
그러나 9일 기준 수원은 여전히 리그 ‘꼴찌’ 12위다. 11위 강원FC와 승점 5점 차이가 난다. 이 순위가 유지되면 수원은 강등 수모를 면치 못한다.
직전 시즌 승강 플레이오프를 거쳐 간신히 1부리그 잔류에 성공했던 수원은 올 시즌도 분위기가 상당히 어둡다. 수원 플레잉코치 염기훈이 최근 믹스트존 인터뷰에서 “솔직히 (강등 싸움하던) 작년이 제일 힘들 줄 알았다. 그러나 올해 작년보다 더 힘든 부분이 있다”고 말할 정도다.
2년 연속 강등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된 수원 팬들의 마음도 편할 리가 없다. 수원 홈 경기장에서 걸개가 자주 보였던 이유다. 지난달 30일 대구FC와 수원 홈경기 때 빅버드 내 응원석에는 ‘밑바닥 성적은 밑바닥 운영탓’, ‘야망이 없는 프런트, 코치, 선수는 당장 나가라. 수원은 언제나 삼류를 거부한다’, ‘지지자는 소통을 원한다’는 걸개가 나부꼈다. 팬들의 분노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뜻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고, 팬들의 분노도 경기장에서 느껴지는 불안한 상황 속 김병수 감독이 수원 수장 자리에 긴급 투입됐다.
김병수 감독은 “우리는 올해 굉장히 힘든 상황이다. 아마 칭찬보다는 욕을 많이 먹을 것이라고 보는데,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욕을 먹어도 충분히 성장할 수 있다면 가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보면 분명 탈출구가 크게 없어 보이지만, 그럼에도 마음이 움직인 것은 ‘가치’가 담긴 일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란 것이다.
무엇을 결정한 후엔 ‘잘하겠다’는 마음가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고민했을 때를 돌아보는 건 사치다.
김병수 감독은 앞만 본다. 그는 “뭐든지 해보지 않고서는 모른다. 내가 열심히 해서 그런 비판을 불식시켜야 한다. 결국 내가 잘하면 된다”고 힘줘 말했다.
선수단 내 분위기를 다잡는 데 부임 초기 시간을 할애하며 수원을 일으켜 세울 계획인 김병수 감독이다.
그는 “분위기를 잘 만드는 데 집중해야지 결과에 집중하다 보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분위기를 긍정적으로 끌고 가는 방법을 찾는 것뿐”이라고 힘줘 말했다. 패배 의식 속에서 선수단을 빼내고, ‘위닝 멘털리티’를 심어주며 서로 으쌰으쌰 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게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현시점에서 가장 중요하단 것이다.
김병수 감독은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부담감 없이 뛸 수 있도록 만들어줘야 한다”며 ‘선수단 분위기’를 밝게 가져가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선수들이 김병수 감독을 믿고 따라야 가능한 일이다.
김병수 감독은 “선수들에게 특별히 잔소리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한두 가지 얘기는 했다. 첫 번째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려 하지 말고, 해야 할 일을 하자’고 했다. 두 번째로 ‘반대하는 세력, 중간 세력, 적극적으로 따르는 세력이 있기 마련인데 본인이 선택하는 쪽이 결국 본인 수준이 될 것’이라고 했다”고 들려줬다.
김병수 감독이 스스로에게 준 1차 과제는 수원이 보다 나은 ‘응집력’을 가지는 것이다. 잔여시즌 수원 성적은 이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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