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링 홀란(23·맨체스터 시티)은 ‘괴물’로 불린다. 두려움과 놀라움을 자아내는 폭발적 득점력을 보노라면 무척 어울리는 별명처럼 보인다. 2022-2023시즌, 그 끝이 어디일지 섣부른 예상을 비웃듯 굉장한 골 사냥 솜씨를 거침없이 펼치고 있다.
홀란은 이제 새로운 별호가 생겼다. ‘기록의 사나이’ 또는 ‘기록 제조기’라 불려도 손색없는 각종 기록을 양산하고 있다. 종전 세계 축구를 주름잡던 양웅인 리오넬 메시(36·파리 생제르맹)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8·알나스르)를 무색하게 하는 여러 기록을 쏟아 내는 질주를 거듭한다.
큰 키(1m 95)에 어울리게 성큼성큼 내딛는 걸음걸음을 바탕으로,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는 물론 세계 축구계에 엄청난 발자취를 아로새기는 홀란이다. 득점에 관한 각종 기록을 모두 갈아치우겠다는 양 하루가 다르게 새 기록을 선뵈는 ‘골 행진’은 경이롭다 못해 가공스러운 느낌마저 불러일으킨다.
이번 시즌, 홀란이 세운 대표적 기록만 해도 한 손으로 꼽기도 부족할 지경이다. EPL에선, 한 시즌 최다 득점-데뷔 시즌 최다 득점-한 시즌 외국인 선수 최다 득점(이상 35골)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특히, 한 시즌 외국인 선수 최다 득점 기록은 난다 긴다 하는 뭇 외국인 스타 그 누구도 밟지 못한 새로운 경지다. ‘신계의 사나이’로 불리며 20년 가까이 세계 축구계를 주름잡으며 두 차례(2003~2009년, 2021~2022년) EPL 마당에서 뛰놀았던 호날두조차도 들여놓지 못한 새 지평이다.
EPL 마당은 비좁다는 듯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에서도 맹위를 떨친다. 최연소 득점 기록 부문을 온통 자신의 이름으로 도배했다. 25골(22년 47일)→ 30골(22년 236일)→ 35골(22년 272일) 등 UCL 하늘에 잇달아 눈부신 자취를 아로새기고 있다. 이에 앞서, 독일 분데스리가의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에 몸담았던 시절에도 UCL 최연소 득점 기록을 쌓아 온 홀란이다. 2020-2021시즌, 15골(20년 126일)→ 20골(20년 231일) 고지를 가장 나어린 골잡이로서 등정한 바 있다.
그야말로 홀란의 용솟음치는 기세는 그 누구라도 집어삼킬 듯싶다. 한 경기를 소화할 때마다 새 기록을 창출하는 기염을 제어할 골잡이는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다.
홀란, 역전극 빚어내며 선두로 비약… 3월까지 선두 래시퍼드는 6위로 추락
질주를 거듭하고 있건만, 홀란은 그래도 성에 차지 않는 모습이다. 또 하나의 득점 기록에서도 세계 으뜸에 자리매김했다. 종전까지 1위였던 마커스 래시퍼드를 제치고 올라선 최고봉이다. 2023년 최다 득점 부문에서도, 가장 빼어난 골잡이임을 다시금 뽐냈다.
IFFHS(국제축구역사통계연맹)이 2023년(1~4월) 최다 득점을 집계해 발표한 바에 따르면, 홀란은 새로운 선두 주자로 나섰다. 3월까지 선두를 달리던 래시퍼드를 멀찌감치 따돌린 역전극을 빚어냈다.
홀란은 올 1월 1일부터 4월 30일까지 모두 23골을 터뜨렸다. 리그에서 13골을, 컵대회에서 3골을, 국제 클럽 대회에서 7골을 각각 뽑아냈다(표 참조). 반면, 3월까지 선두를 달렸던 래시퍼드는 6위의 나락으로 굴러떨어졌다. 18골(10-5-3골)로, 홀란에 5골씩이나 차이를 보였다.
4월 한 달, 각각 7경기씩을 치른 홀란과 래시퍼드는 극명한 대조적 운명을 맞았다. 홀란이 8골을 잡아낸 데 비해, 래시퍼드는 2골을 추가하는 데 그쳤다. 홀란은 EPL 6골과 UCL 2골을 엮어 가장 높은 곳으로 떠올랐다. 래시퍼드는 EPL에서만 2골을 넣었다.
이 부문 상위 5걸 가운데, 유럽을 벗어난 무대에서 활약하는 선수는 2명이다. 모두 캄페오나투 브라질레이루 세리이 A의 명문 클럽에 둥지를 튼 골잡이다. 2위 페드루(21골)는 CR 플라멩구에서, 4위 헤르만 카노(20골)는 플루미넨시에서 제각기 에이스 역을 연기하고 있다.
이번 시즌이 끝나면, 홀란이 또 어떤 새 기록을 만들어 낼지 궁금하다. 기록 제조의 길을 밟고 있는 홀란이 어떤 걸음걸음으로 신기록을 쏟아 낼지, 시즌 종반부를 지켜보는 쏠쏠한 줄거움일 듯하다.
전 베스트 일레븐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