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는 전쟁" 병수볼, 이상 대신 현실 택한다...'11G 1승' 수원 살릴까[오!쎈 화성]
OSEN 고성환 기자
발행 2023.05.09 07: 31

"축구는 전쟁과 같다."
김병수 수원 삼성 신임 감독(53)이 이상이 아닌 눈앞의 현실을 택했다. 그가 유례없는 위기에 빠진 수원을 구해낼 수 있을까.
김병수 제8대 수원 감독은 8일 오전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수원 삼성 클럽하우스에서 취임 미디어데이를 진행했다. 첫 공식 석상에 선 그는 당장 닥친 위기를 타파해야 한다며 현실적으로 팀을 이끌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사진] 수원삼성 제공.

앞서 수원은 지난 4일 공석이던 사령탑 자리에 김병수 감독을 선임했다. 계약기간은 2024년 12월 말까지다. 수원은 구단과 접점이 없던 김병수 감독을 택하면서 한동안 이어졌던 '리얼블루' 기조를 탈피했다.
김병수 감독에게 주어진 첫 번째 과제는 분명하다. 바로 생존이다. 만족할 수 있는 공격적인 축구·주도적인 축구를 떠나서 일단 효율적으로 승점을 쌓아야만, 구단 역사상 첫 강등이라는 수모를 피할 수 있다.
수원은 1라운드 로빈을 마친 현재 1승 2무 8패, 승점 5점으로 순위표 최하위까지 처져 있다. 11위 강원(승점 10)과 격차는 5점이나 된다. 지난 5일 인천전에서 기다리던 첫 승을 따내며 한숨 돌리긴 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소방수로 부임한 김병수 감독도 거듭 '현실'을 강조했다. 그는 강원FC 시절 높은 공간 이해도를 바탕으로 한 수적 우위를 통한 볼소유와 패스를 앞세워 이른바 '병수볼' 바람을 일으킨 바 있지만, 한동안 수원에서는 그때 그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 전망이다.
김병수 감독은 취임 소감 첫마디부터 "어려운 상황임을 인지하고 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두려울 만한 상황이다. 먼저 그 상황을 인지하고 거기서부터 조금씩 변화를 끌어내려 하고 있다"라며 "물론 팀이 단기간에 변화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자신감을 갖고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드리려 노력하겠다"라고 다짐했다.
한창 시즌이 진행 중인 만큼, 당장 급격한 변화를 주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현재 스쿼드가 '병수볼'에 적합한가는 둘째치더라도 벼랑 끝에 몰린 팀에 곧바로 새로운 전술적 색깔을 입히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김병수 감독은 "팀 균형이 깨진 것은 사실이다. 여기서 변화를 모색해야 하지만, 급진적으로 할 생각은 없다. 지금 상황을 잘 이해해서 조금씩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라며 "수원은 나 혼자만의 팀이 아니다. 내가 하고 싶은 대로만 하는 것은 너무 미련스러운 일이다. 선수들에게 어울리지 않는 축구를 강요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라고 말했다.
[사진] 수원삼성 제공.
[사진] 수원삼성 제공.
대신 김병수 감독은 '분위기 변화'에 집중하겠다고 예고했다. 그는 "전술적으로 큰 변화는 없겠지만, 스타일은 바꿀 수 없다. 선수들이 공을 갖고 즐기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또 그는 "내가 할 수 있는 건 분위기를 긍정적으로 끌고 가는 방법을 찾는 것뿐이다. 결과에만 집중하면 팀이 더 조급해진다.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부담감 없이 뛸 수 있도록 만들어줘야 한다"라며 다시 한번 분위기를 강조했다.
물론 강력한 메시지도 있었다. 김병수 감독은 "잔소리를 좋아하지 않지만, 한두 가지를 얘기했다. 선수단에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려 하지 말고, 해야 할 일을 하자고 말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정말 어려운 상황이다. 축구는 전쟁과 같다. 매번 이길 수도 없고, 이기고 싶다고 이길 수도 없다. 중요한 것은 이기든 지든 함께 뭉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장 급한 생존을 위해 이상은 잠시 접어두려는 모양새다. 김병수 감독이 원하는 변화를 시도하기 위해서는 우선 안정권에 접어들어야 한다. 그 역시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을 하는 게 중요하다. 그다음에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면, 다음 생각을 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미래를 열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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