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수 맡은' 김병수 수원 감독 "정말 힘들었지만...도전 피할 생각 없었다"[오!쎈 화성]
OSEN 고성환 기자
발행 2023.05.08 11: 40

"정말 힘들었다. 만약 누군가가 해야 한다면, 나도 도전을 피할 생각은 없었다."
수원삼성은 8일 오전 11시 화성시에 위치한 구단 클럽하우스에서 제8대 김병수 감독 취임 미디어데이를 진행했다. 새로 부임한 김병수 감독의 첫 공식 석상이었다.
앞서 수원은 지난 4일 공석이던 사령탑 자리에 김병수 감독을 선임했다. 계약기간은 2024년 12월 말까지다. 수원은 구단과 접점이 없던 김병수 감독을 택하면서 한동안 이어졌던 '리얼블루' 기조를 탈피했다.

수원은 김병수 감독을 선임한 이유로 ▲자기만의 플레잉 스타일을 바탕으로 한 축구철학 ▲선수단 소통 ▲경기 대응 능력 등을 꼽았다. 또한 그가 수원의 문제점 분석 및 해결책 제시에 있어서 가장 적극적인 의지와 세부 디테일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김병수 감독에게 주어진 첫 번째 과제는 생존이다. 현재 수원은 1승 2무 8패, 승점 5점으로 순위표 최하위까지 처져 있다. 11위 강원(승점 10)과 격차는 5점이나 된다. 지난 5일 인천전에서 기다리던 첫 승을 따내며 한숨 돌리긴 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새로운 출발을 앞둔 김병수 감독은 "어려운 상황임을 인지하고 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두려울 만한 상황이다. 먼저 그 상황을 인지하고 거기서부터 조금씩 변화를 이끌어내려 하고 있다. 물론 팀이 단기간에 변화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자신감을 갖고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드리려 노력하겠다"라며 취임 소감을 밝혔다.
▲ 다음은 김병수 감독과 일문일답.
- 외부에서 수원을 봤을 때 어떻게 느꼈는지.
K리그는 정말 어려운 리그다. 누가 이겨도 이상하지 않고, 누가 져도 이상하지 않다. 이기고 지고에 따라 심리적인 요인이 크게 작용한다. 실질적인 요소보다는 그런 점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11경기에서 9골을 넣고 18골을 내줬다는 것은 균형이 깨진 게 사실이다. 여기서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그렇다고 급진적으로 할 생각은 없다. 크게 변화를 준들 큰 효과는 없을 것이다. 훈련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 상황을 잘 이해해서 조금씩 변화하는 방향이 좋을 것 같다.
- 강원 시절 축구를 대입할 수 있는 선수단 구성이라고 생각하는지.
수원은 나 혼자만의 팀이 아니다. 많은 팬분들이 계신다. 내가 하고 싶은 대로만 하는 것은 너무 미련스러운 일이다. 물론 처음부터 충분히 시간을 갖고 차근차근 한다면 기회를 엿볼 수 있지만, 지금은 선수들에게 어울리지 않는 축구를 강요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전술적으로 큰 변화는 없겠지만, 스타일은 바꿀 수 있다. 선수들이 공을 갖고 즐기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나도 시작을 해봐야 한다. 천천히 방법을 찾겠다.
- 어려운 시기에서 감독직을 수락한 이유.
정말 힘들었다. 인간적으로 힘들지 않을 수 없다. 만약 누군가가 해야 한다면, 나도 도전을 피할 생각은 없었다. 어쩌면 더 많은 것을 배울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아마 칭찬보다는 욕을 많이 먹을 것이다.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욕을 먹어도 충분히 성장할 수 있다면 가치 있는 일이다.
[사진] 수원삼성 제공.
- 공격과 수비 면에서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축구는 결국 선수 구성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공격을 하겠다거나 수비를 하겠다라기보다는 선수 구성에 맞춰 자연스럽게 정해질 것이라 생각한다. 부상자들이 워낙 많아서 경기를 하기가 버거운 상태다. 지금은 상태를 유지하면서 관망할 수밖에 없다.
- 팀 전체적으로 어떤 비전을 그리고 있는지?
지금은 거기까지 내 생각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 유스 발굴 시스템은 내가 힘을 보태지 않아도 잘 돌아가고 있다. 우선 내가 해야 할 일은 2군에서 힘든 부분을 정상화하는 데 주력하는 것이다. 그게 내 임무다.
- 코치진은 어떻게 꾸렸는지?
사실 코치진 구성은 굉장히 어려웠다. 가장 큰 걸림돌이 중도 부임이었다. 기존에 나와 호흡을 맞췄던 이들을 섭외하기 어려웠다. 또 생각해보니 나도 새로운 코치도 수원 선수들을 잘 알지 못하면, 팀을 파악하는 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릴 것 같았다. 그래서 첫 번째 조건이 수원을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이었다. 또 가급적 수비에 힘을 보탤 수 있는 사람을 원했다. 
주승진 코치가 들어왔다는 것에 대해 말이 많다는 것도 이해한다. 어차피 우리는 지금 뭘 해도 어려운 상황이다. 그렇지만 선수들을 생각한다면, 내부적으로 잘 아는 사람이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주승진 코치는 계속 고사를 했다. 그러나 힘든 상황에서 누군가는 해야 하기에 다시 한번 부탁했다. 오장은 코치도 마찬가지다. 내부에 있는 사람들이 팀을 가장 잘 아는데 다 나가선 안 된다. 선수를 파악하고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서는 이만한 사람들이 없다고 판단했다. 시간과 여유가 없었지만, 그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다.
- 선수들과 상견례에서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
선수들에게 특별히 잔소리하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한두 가지 얘기는 했다. 첫 번째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려 하지 말고, 해야 할 일을 하자고 했다. 두 번째로 반대하는 세력, 중간 세력, 적극적으로 따르는 세력이 있기 마련인데 본인이 선택하는 쪽이 결국 본인 수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하다고 메시지를 전했다.
우리가 정말 어려운 상황이다. 축구를 잘하고 못하고는 결국 두 번째 문제다. 축구는 전쟁과 같다. 매번 이길 수도 없고, 이기고 싶다고 이길 수도 없다. 중요한 것은 이기든 지든 함께 뭉치는 것이다. 그런 집단으로 성장해야 한다. 부족하지만, 그런 부분에 집중하려 한다.
[사진] 수원삼성 제공.
- 선수들과 훈련한 소감은?
10분 정도 회복 훈련만 진행했다.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큰 의미는 없었다. 선수들과 알아가는 정도의 훈련이었다. 오늘 훈련을 진행하고 시합을 펼칠 예정이다.
- 아직 이르지만, 이적시장 생각도 해봤는지?
선수 보강을 하려면, 우선 내부적으로 선수들을 파악해야 한다. 취약한 포지션이 어딘지 파악되면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보강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구단과 깊게 대화하지는 않았지만,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한다.
- 임기가 내년 말까지다. 단기 목표와 장기 목표가 무엇인지?
어떻게 보면 내년은 내게 큰 의미가 없다고 본다. 사실 내게 그리 좋은 형태의 계약은 아니다. 또 우리는 올해 굉장히 힘든 상황이다. 반드시 이뤄내지 않으면은 계약기간이 큰 의미가 없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다. 그다음에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면 다음 생각을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 선수단에서 엿본 희망적인 부분은?
아직은 그런 이야기를 하기 조심스럽다. 이제 이틀밖에 안 됐다. 이틀만에 파악하기는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선수들이 반드시 해낼 거라는 희망을 갖고 있다.
- 이틀 뒤 전북과 맞붙는다.
사실 아직도 준비 중이다. 지금 상황에서 말로 하기는 어렵다. 균형을 잘 잡아야 한다. 한 쪽으로 치우치면 문제가 발생한다. 그런 쪽에서 어떻게 지혜를 낼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 강원에서 경질된 감독을 소방수로 앉혔다는 비판도 있다.
사실이지 않은가. 당연히 비판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람 일은 모른다. 한 번 실패했다고 해서 인생에서 낙오되는 것은 아니다. 또 잘했다고 해서 반드시 성공하는 건 아니다. 뭐든지 해보지 않고서는 모른다. 사람 생각이 어떻게 100% 다 똑같을 수 있겠는가. 다른 의견도 존중한다. 중요한 것은 내가 열심히 해서 그런 비판을 불식시키는 것이다. 결국 내가 잘하면 된다.
- 전북전 이후 강원으로 원정을 떠난다.
아직 강원전까지 생각할 여유가 없다. 강원은 내게 좋은 추억도 나쁜 추억도 있지만, 가게 되면 반가울 것 같다. 이런저런 말이 나오겠지만, 평정심을 잃지 않으려 하고 있다. 단지 한 경기라는 생각으로 임해야 하지 않나 싶다.
- 선수들에게 패배 의식이 있는 것 같다. 어떻게 해소할 생각인지.
기본적으로 선수들이 훈련을 통해서 즐거움을 느껴야 한다. 거기서 시작해야 한다. 그 부분이 잘 이뤄지면 선수들이 경기에 더 몰입할 것이다. 경기력을 포함해 모든 게 단번에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훈련 분위기는 단번에 바꿀 수 있다. 그런 부분에 집중하면 선수들이 경기에 더 집중할 수 있는 상태가 되지 않을까 싶다.
- 위기를 타파할 비책이 있는지.
세상에 그런 비책이 있으면 좋겠다. 사실 내가 아는 상식 선에서 빠르게 변화되는 건 없다. 빠르게 성과내는 것도 없다. 자연스러운 현상이 될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분위기를 잘 만드는 데 집중해야지 결과에 집중하다 보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분위기를 긍정적으로 끌고 가는 방법을 찾는 것뿐이다. 결과에만 집중하면 팀이 더 조급해질 것이다. 문제는 선수들이다.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부담감 없이 뛸 수 있도록 만들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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