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 연휴를 강타한 악천후가 KLPGA(한국여자프로골프) 투어 ‘제9회 교촌 1991 레이디스 오픈’(총상금 8억 원, 우승상금 1억 4,400만 원)을 아쉬움 많은 대회로 만들었다.
3라운드 대회에서 악천후로 경기가 축소돼 열리는 경우는 종종 있다. 그러나 이번 대회처럼 사흘 내내 악천후에 시달리는 경우는 보기 드물다.
5일부터 7일까지 부산 기장군 아시아드 컨트리클럽(파72/6,565야드)을 대회장으로 선택한 이 대회는 금요일부터 사흘간 이어지는 어린이날 연휴를 제대로 노렸다. 대회 일정을 잡을 때만 해도 궂은 날씨가 흥행을 방해할 줄은 미처 몰랐다.
교촌 레이디스 오픈은 KLPGA 최초의 외식업계 스폰서인 교촌에프앤비㈜가 주최하는 대회다. 외식업체 답게 대회장에서 가족들과 함께 ‘치맥’을 즐길 수 있는 대회로 자리를 잡고 있다. 날씨만 좋았다면 명품 골프장으로 거듭나고 있는 부산 아시아드 컨트리클럽과 꽤 어울리는 조합을 만들어 냈을 게다.
최근 ‘교촌 치킨’을 바라보는 세간의 시선은 예전 같지 않다. 10년 가까이 치킨업게 1위를 지켜온 교촌이지만 지난 4월 단행한 3,000원 가격 인상으로 인해 불매 운동까지 일고 있다.
이런 뒤숭숭한 분위기에서 열리는 교촌 레이디스 오픈은 기업 처지에서 이미지를 쇄신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하늘이 돕지 않았다. 이번 대회는 첫 날부터 폭우와 강풍에 시달리며 경기가 단 하루도 정상적으로 치러지지 않았다.
대회조직위원회는 1라운드를 간신히 끌어가고 있던 6일 오후 1시경, 3라운드를 취소하고 36홀 대회를 결정했다.
그런데 조직위원회는 3라운드 취소를 결정하고도 당일 늦은 오후 2라운드 출발을 강행했다. 6일 오후 4시경 2라운드 첫 조가 출발했다. 7일에도 강우와 강풍이 계속된다는 일기예보에 따른 결정이었다.
결과적으로 최종라운드가 된 7일 오전의 풍경은 썩 매끄럽지 못했다.
전날 2라운드를 미처 마치지 못한 선수들은 오전 6시 반부터, 출발도 하지 않은 조는 9시부터 최종라운드를 시작해야 했다.
악천후에 경기를 펼쳤지만 2라운드까지 경기를 마친 이들 중에 꽤 좋은 성적을 낸 선수들도 있었다. 정지민2가 3언더파, 배소현과 오수민이 2언더파로 선두권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이틀에 걸쳐 2라운드를 마쳤고, 또 반나절을 더 기다린 뒤에야 최종 순위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래저래 아쉬움이 많은 대회였지만, 생애 처음으로 KLPGA 정규투어 우승컵을 안은 박보겸(25, 안강건설)의 경기력은 군계일학이었다.
박보겸은 선수들 말로 ‘그 분이 오신 날’처럼 경기를 했다. 1타를 줄이기도 힘들어했던 2라운드에서만 4타를 줄였다. 파3 16번홀에서는 홀인원도 기록했다.
오후 2시 16분경 최종합계 7언더파로 9번홀(10번홀 출발)을 홀아웃을 한 박보겸은 2시간을 넘게 기다린 뒤에야 우승자의 표정을 지을 수 있었다.
박보겸은 “예상하지 못한 우승이라 당황스럽다. 궂은 날씨 탓에 변수가 많았다. 시즌을 준비하면서 정확성 있는 티샷과 그린 적중률 높이는 훈련을 많이 했다. 어버이날을 앞두고 부모님께 보답할 수 있으면 어떨까 오늘 아침에 생각했다. 부모님께 감사하고 사랑한다”고 말했다. /100c@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