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가 다잡은 우승을 놓쳤다. 전희철 감독이 결정적인 순간에 오판을 했다.
서울 SK는 5일 안양체육관에서 개최된 ‘2022-2023시즌 SKT 에이닷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6차전’에서 안양 KGC인삼공사에 77-86으로 역전패를 당했다. 3승 3패로 균형을 이룬 두 팀은 7일 오후 6시 안양에서 최종 7차전에 돌입한다.
6차전 전희철 감독은 김선형을 선발에서 빼는 초강수를 뒀다. 4쿼터에 100%를 쏟아붓기 위해서였다. 전희철 감독은 “김선형과 워니를 선발로 넣어서 초반부터 밀어붙이는 방법도 생각했다. 탈락을 앞둔 상대를 압박할 카드가 된다. 하지만 실패했을 경우 다음 경기에도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선형 대신 선발로 들어간 오재현이 6분 12초를 잘 버텨줬다. 16-20으로 뒤진 1쿼터 후반에 김선형이 투입됐다. SK는 3쿼터 종료 2분을 남기고 67-52로 15점을 앞섰다. 전희철 감독의 예상이 모두 적중했다.
하지만 이때 전희철 감독은 작전시간을 부르고 김선형과 최성원을 빼고 오재현과 최원혁을 투입했다. 템포를 죽여서 15점을 지킬 것을 지시했다. 오판이었다. 결과적으로 KGC가 SK의 지역방어를 철저히 깨부수면서 26-2로 달아나 78-69로 전세를 뒤집었다.
만약 전희철 감독이 작전시간을 부르지 않고 정예멤버로 계속 밀어붙였다면 어땠을까. SK가 20점이상 점수를 벌려 승부를 아예 마무리할 수도 있었다. 4쿼터를 위해 힘을 아껴뒀던 김선형의 교체투입도 결국 패배에 의미를 잃었다. 이제 분위기는 KGC로 넘어갔다. SK는 체력적인 열세에 홈코트의 이점까지 없다.
경기 후 전희철 감독은 “15점차를 역전당해서 진 것은 제 잘못이다. 선수들은 잘 뛰어줬다. 4쿼터 판단을 잘못했다”며 패배를 인정했다.
KGC 선수들이 승부를 포기할 시점에서 전희철 감독이 작전시간을 불러서 오히려 KGC를 도운 격이 됐다. 오세근은 “말이 안되는 것 같다. 솔직히 포기할 뻔도 했다”고 인정했다. KGC 선수들도 15점차 뒤지던 경기를 이길 것이라 예상을 못했다.
전희철 감독은 3차전까지 1승 2패로 뒤지던 시리즈를 3승 2패로 역전시켰다. 3-2 드롭존 등 KGC가 예상하지 못한 지역방어를 적절히 썼던 것이 주효했다. 상대적으로 전력이 떨어지는 SK가 여기까지 온 것은 전희철 감독의 전략이 컸다.
하지만 이제 SK가 더 이상 지역방어를 쓰기도 애매해졌다. ‘KBL판 요키치’ 대릴 먼로가 지역방어를 깨는 존 오펜스를 정말 잘하기 때문이다. 먼로가 하이포스트에서 공을 뿌려주면서 오세근은 백도어컷을 노린다. 코너와 45도의 변준형과 아반도 공격까지 살아나고 있다.
그간 김상식 감독이 SK가 지역방어를 쓸 때 먼로를 넣는 타이밍이 한 타임 늦었다. 스펠맨의 폭발적인 공격력을 포기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김상식 감독은 SK가 지역방어를 쓰면 적극적으로 먼로를 스펠맨보다 오래 쓰기로 했다. 자밀 워니의 수비자체도 먼로가 더 잘한다. 스펠맨이 터지지 않으면 조기에 먼로를 투입해 오래 쓸 가능성이 크다.
6차전 승리 후 김상식 감독은 “먼로로 바꾸려고 했는데 오마리가 더 뛰겠다고 했다. 조금 타이밍이 늦었다. 1-2분만 더 보자고 했다. 먼로로 바뀌고 분위기가 반전됐다. 먼로가 워낙 영리한 선수다. 디펜스도 좋고 김선형 햇지 수비를 연습했다. 먼로가 오마리보다 더 뛰더라도 우리가 잘 되는 부분을 밀고 나가는 것이 맞다. 오마리가 안 좋으면 바로 빼겠다”고 선언했다.
두 팀이 보여줄 패는 이미 다 보여줬다. 7차전은 끝장승부다. 역대 5번의 챔프 7차전에서 상위시드팀이 3번 우승했다. 전희철 감독이 불리한 시리즈를 다시 한 번 뒤집을 마지막 카드를 갖고 있을까.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