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이 오오렐레를 부르자 선수들은 투지로 보답했다 [오!쎈 서울]
OSEN 이인환 기자
발행 2023.05.06 12: 14

팬과 선수가 다시 한마음이 됐다.
전북 현대와 FC 서울은 5일 금요일 오후 2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KEB 하나은행 K리그 11라운드 경기에서 구스타보와 박동진이 각각 한 골을 주고 받으면서 1-1 무승부를 거뒀다. 
승점 1을 더한 서울은 승점 20(6승 2무 3패)로 한 경기 덜한 포항 스틸러스(승점 19)를 제치고 2위를 지켰다. 마찬가지로 승점 1을 가진 전북은 승점 11(3승 2무 6패)로 한 경기 덜한 강원 FC(2승 5무 4패)에게 앞서 10위를 지켰다.

전북은 경기 시작 11초만에 구스타보가 선제골을 터트렸다. 반격에 나선 서울은 후반 32분 나상호의 크로스를 교체 투입된 박동진이 헤더로 마무리하면서 균형을 맞췄다. 추가골은 터지지 않고 양 팀은 무승부에 만족해야만 했다.
전북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무너지면 안 되는 경기. 최근 분위기도 분위기지만 선수단 상황도 좋지 못했다. 전 경기 여파로 김문환-홍정호가 나서지 못하는데 이어서 부상으로 인해서 선수단이 대거 빠졌다. 경기 전 라인업 발표를 보고 현장에서는 서울 라인업이 전북 라인업보다 무게감있게 느껴진다는 평가도 나왔다.
여러모로 고전이 예상되는 경기. 그러나 경기 시작 전 특별한 장면이 있었다. 바로 이번 시즌 보이콧을 이어오고 있었던 전북 팬들의 응원. 경기 시작 전부터 전북 팬들은 한 목소리로 소리 높여서 선수들에게 환호를 보내면서 열광했다.
경기 시작 11여초만에 구스타보의 선제골이 나오자 전북 팬들은 더욱 크게 응원을 이어갔다. 잠시나마 상암벌이 아니라 전주성이 된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했다. 이날 90분 내내 서울 원정을 찾아온 전북 팬들은 악으로 깡으로 '오오렐레', '심장이 뛰는 한', '나아가자 전북' 등의 응원가를 연창했다.
선수들도 팬들의 응원을 듣고 뛰었다. 성하지 않은 스쿼드지만 출전한 선수 대부분이 온몸을 날려 수비하고 공을 잡으려고 하면서 승리를 위해 힘썼다. 무승부지만 전북의 분위기와 스쿼드 등을 고려하면 전북쪽으로 웃어주는 결과였다.
어떻게 보면 오랜만에 보는 전북다웠던 모습. 팬들이 응원하고 선수들은 투지로 보답한 경기였다. 먼저 마음을 열어 응원을 보낸 전북 팬들과 그것을 듣고 힘든 상황에서도 한발 더 뛴 선수들 모두 박수와 찬사를 받을만한 경기였다.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만난 전북의 베테랑 최철순은 "이번 시즌 전북다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은 맞다. 앞으로 우리 모두 한 마음으로 개선해야 된다"라고 강조했다.
군 입대 시기를 제외하고는 2006년 입단 이후 전북에서만 뛰고 있는 최철순에게도 이런 위기는 커리어 처음 있는 일. 특히 전북 팬들이 침묵하고 응원을 보이콧 하는 상황은 평소에 절대 겪어보지 못했던 상황이었을 것이다.
최철순은 경기 시작 전 전북 팬들이 보낸 응원을 듣고 어떤 기분이였냐고 묻자 살짝 눈시울을 붉히면서 "이번 시즌 참 어려운 일들이 많다. 그런데 팬들의 응원을 듣는 순간 뭔가 마음이 울컥하는 느낌이었다"라고 고마움을 나타냈다.
이날 전북 팬들은 경기 후 선수들의 이름을 외치면서 격려했다. 전북 팬들 앞에서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었던 최철순은 "팬들한테 승리를 안겨드리고 싶었는데 실패해서 아쉽다. 그래도 반드시 이 위기를 이겨내서 팬에게 보답하겠다"라고 약속했다. 
아마 전북 입장에서는 처음 겪어보는 혼란의 2023 시즌. 그래도 팬들이 먼저 응원을 보내자 선수들의 투지로 보답하면서 미약하나마 희망의 편린이 보이기 시작했다. /mcadoo@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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