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26년 역사상 이렇게 뜨거운 챔프전은 없었다.
안양 KGC인삼공사는 5일 안양체육관에서 개최된 ‘2022-2023시즌 SKT 에이닷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6차전’에서 서울 SK를 86-77로 이겼다. 3승 3패로 균형을 이룬 두 팀은 7일 안양에서 최종 7차전에 돌입한다.
이번 챔프전 시리즈는 역대급 흥행대박을 치고 있다. 4월 25일 화요일에 열렸던 1차전 안양체육관에 4312명이 모였다. 이후 2-6차전까지 모든 경기에 팬들이 5천명 이상 몰려 매진됐다. 특히 6차전이 열린 안양체육관에 5850명이 모여 올 시즌 한 경기 최다관중 신기록을 작성했다.
6차전까지 챔프전에 총 3만 1154명이 입장했다. 일요일에 열리는 최종 7차전 역시 안양체육관이 매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흥행의 가장 큰 원인은 역시 명승부다. 정규리그 1위팀 KGC와 디펜딩챔피언 SK 최강 두 팀이 만났다. 두 팀은 동아시아슈퍼리그 결승전까지 격돌하며 풍부한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있다.
두 팀을 대표하는 스타 오세근과 김선형은 중앙대시절 52연승 신화를 함께 썼던 선후배다. 여기에 두 팀이 수도권에 몰려 있어 양 팀의 팬들이 부담없이 대규모 원정응원에 나서고 있다. 6차전 '어린이 날' 특수까지 몰린 챔프전이 흥행대박을 친 이유다.
KGC는 3쿼터 후반까지 52-67로 15점을 뒤져 패색이 짙었다. 4쿼터 대릴 먼로가 투입된 후 분위기가 바뀌었다. 결국 KGC는 대역전극에 성공했다.
KGC의 대역전승에 5천여 관중이 일제히 함성을 질렀다. 옆에 있는 사람의 목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데시벨이었다. 코로나 종식 이후 실내에 이렇게 많은 관중이 몰린 것도 처음이다. 5천여 명이 내뿜는 열기에 안양체육관은 마치 한여름을 연상시킬 정도로 너무나 더웠다.
안양에서 이미 세 번 우승한 오세근은 “안양에서 뛰면서 (팬들의) 이런 반응은 없었다. 말도 안되는 역대급 경기였다. 저도 모르게 세리머니를 하고 있더라. 이기고 싶은 마음이 너무 커서 동작도 커졌다. 팬들 함성을 잊을 수 없다”고 감격했다.
팬들의 엄청난 성원에 선수들도 거의 탈진할 정도로 모든 힘을 쏟고 있다. 김상식 감독 역시 “올 시즌을 치르면서 오늘 경기가 가장 짜릿했다”며 웃었다.
기자도 2000년 이후 웬만한 프로농구 챔프전 현장을 함께 했지만 이 정도 관중숫자와 열기는 국내에서 처음 겪어 본다. 마치 필리핀 프로농구를 보는 기분이다. 시끄러운 엠프 소리가 아니라 온전한 관중들의 함성만으로 귀가 따갑고 멍멍한 경험은 한국에서 처음이다.
KGC 관계자는 "임영웅 콘서트 정도라면 모를까. 안양에 농구로 이렇게 많은 팬들이 온 것은 처음이다. 경기장이 마치 습식 사우나에 온 것처럼 더웠다. 7차전에서는 에어컨을 가동해야 할 것 같다"고 반겼다.
챔프전이 14년 만에 최종 7차전까지 가면서 일요일 농구장의 열기는 다시 한 번 폭발할 것으로 보인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