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선수들 너무 고맙다. 꼭 또 만나자고 했다."
'올시즌 첫승'을 일군 수원삼성 최성용 감독 대행이 결국 울먹였다.
수원은 5일 오후 4시 30분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인천과 하나원큐 K리그 1 2023 11라운드 맞대결을 펼쳐 1-0으로 승리했다.
드디어 시즌 첫 승리를 따낸 수원이다. 하지만 여전히 ‘최하위’ 12위(1승 2무 8패, 승점 5)다. 3승 3무 5패, 승점 12의 인천은 9위.
수원의 결승골은 전반 29분에 나왔다. 이기제의 왼발이 터졌다. 다소 먼 거리 프리킥 찬스에서 이기제는 상대 민성준 골키퍼가 손 쓸 수 없는 곳으로 공을 보내며 인천 골망을 흔들었다. 공은 상대 수비벽 위로 향하는 절묘한 궤적을 그리며 결승골로 연결됐다.
수원에 아주 소중한 승리다. 이날 경기 전까지 수원은 2무 8패로 10경기 동안 승리가 없었다. 지난달 17일 이병근 감독을 경질하는 사태까지 나왔다. 최 감독 대행이 이후 3경기를 이끌었지만 3패만 더했다.
그러나 이날은 달랐다. 최 감독 대행은 자신에게 주어진 마지막 경기에서 기어코 승리를 따냈다.
경기 후 최 대행은 "4번째 만나는 이 시간(경기 후 기자회견)이 정말 고맙게 느껴진다. 오늘은 선수들과 환하게 웃었다. 새로운 감독님이 오시는 이 시점에서 마음을 덜게 돼 기쁘다. 선수들이 오늘 경기로 인해 자신감과 자긍심이 좀 더 가지고, 성장할 것이라고 믿는다. 이병근 감독님도 분명히 이 소식을 들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많이 보고싶다. 1년 넘도록 선수들과 함께 했다. 많이 행복했다"고 밝혔다.
이날 종료 휘슬이 울렸을 때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는 "조금 화가 났다. 경기 내내 심판에 대한 예의가 아닌 행동들을 한 것 같기도 하고, 소리 지른 거 같기도 하고, 휘슬이 울리기 직전 이상민 득점 찬스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화남과 여러가지 감정이 섞였다. 한숨 쉬었다"고 설명했다.
악착 같이 뛴 선수들에 대해선 "선수들이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어 했다. 이 경기가 마지막 경기인 것처럼 뛰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작년처럼 또 처절하게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건 감당할 수 없으니 여기서 끝을 내보자고 코치가 이야기했고, 저도 동의했다. 그걸 들은 선수들이 절실하게 뛰어줬던 거 같다"고 말했다.
이어 "어린 선수들과 베테랑 선수들, 누구 하나 칭찬하지 않을 선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최 대행은 선수들을 떠올리며 울먹거렸다. 그는 "(경기 후) 선수들이 사진도 찍어주고, 또 '미안하다' 그런 말 하는 선수도 있는데 그런 말을 들을 때 마음이..."라며 잠깐 말을 잇지 못한 뒤 "(선수들에게) 많은 것을 못 줘서 미안하고, '내가 좀 더 배우고 좀 더 성장한 뒤 지도자로서 좀 더 좋은 곳에서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또 '다시 만나자'고 했다"고 울먹이며 말했다.
'하프타임 때 무슨 말을 했는지' 묻는 질문에 그는 "먼저 선수들이 서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10분 정도 선수들이 대화하는 것을 지켜봤다. '축구는 전반전만 있는 것이 아니니, 마지막까지 해보자' 그런 이야기가 오갔다"고 들려줬다.
경기 후 선수들과 최 대행은 수원 팬들 앞에 서서 '만세 삼창'을 했다. '첫승'의 기쁨을 함께 누린 것이다.
최 대행은 "(경기에 나서기 전) 매 경기 팬들과 같이 웃고 싶다 생각했다. 정말 눈물이 나올 거 같았지만 의외로 담담하고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 팬들에게 너무 감사하고, 무엇보다 우리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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