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삼성이 새 사령탑으로 '리얼블루'가 아닌 김병수(53) 감독을 선임했다. 과연 이번 선택이 팬들이 목놓아 외치는 개혁의 신호탄이 될 수 있을까.
수원은 4일 "제8대 감독으로 김병수 감독을 선임했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계약기간은 2024년 12월 말까지다. 코칭스태프는 추후 발표될 예정이다.
수원은 김병수 감독을 선임한 이유로 ▲자기만의 플레잉 스타일을 바탕으로 한 축구철학 ▲선수단 소통 ▲경기 대응 능력 등을 꼽았다. 또한 그가 수원의 문제점 분석 및 해결책 제시에 있어서 가장 적극적인 의지와 세부 디테일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한동안 이어졌던 리얼블루 기조를 탈피했다는 것만으로도 나름 큰 결단이다. 그동안 수원은 윤성효, 서정원, 이임생, 박건하, 이병근 감독 등 구단 출신 인물들에게 감독직을 맡겨 왔다. 하지만 부진을 거듭하며 구단 레전드 출신 감독을 5년간 3명, 10년간 5명이나 교체했다.
그간 수원은 프런트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축구로 거센 비판을 받았다. 수원 팬들은 지난달 강원전에서 응원을 보이콧한 채 '프런트 연봉은 업계 상위 구단 운영은 최하위', '몇 년째 선수단 뒤에 숨는 프런트'라는 걸개를 내걸었다.
이병근 감독 경질 이후에도 팬심은 바뀌지 않았다. 최근 대구전에서도 '밑바닥 성적은 밑바닥 운영탓', '야망이 없는 프런트, 코치, 선수는 당장 나가라. 수원은 언제나 삼류를 거부한다'라는 걸개가 나부꼈다.
실제로 수원은 최근 몇 년간 프리시즌을 성공적으로 보낸 적이 드물다. 줄어드는 모기업 투자와 삐걱대는 행정 속에서 감독의 역할은 제한되곤 했다. 한 해 성적을 좌우할 수 있는 외국인 선수 영입도 크르피치, 제리치, 니콜라오, 그로닝 등 실패 사례로 가득하다.
올해만 해도 이병근 감독이 원하는 공격수를 데려오지 못하며 부랴부랴 뮬리치를 데려오는 데 만족해야 했다. 심지어는 K리그2 팀들도 다수 다녀온 해외 전지훈련도 떠나지 못했다. 팬들이 되풀이되는 문제에 지쳐 프런트를 성토하고 나선 데도 다 이유가 있다.
그 결과 수원은 유례없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했다. 올 시즌 성적은 2무 8패, 단 승점 2점에 불과하다. 당연히 순위는 12개 팀 중 맨 아래다.
이는 K리그 역사상 개막 10경기 최저 승점 타이기록이다. 2001년 전북, 2003년 제주, 2011년 강원, 2020년 인천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불명예 기록이다. 지난해 강등 문턱까지 밟았다가 살아난 수원에 이번에는 정말로 2부로 추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드리우는 이유다.
그래서일까. 수원 팬들은 그 어느 때보다 간절하게 개혁을 부르짖고 있다. 수원 구단도 "성적 부진에서 탈출할 수 있는 쇄신안을 수립해 뼈를 깎는 변화를 꾀하도록 하겠다"라고 다짐하며 김병수 감독을 선택했다.
수원 팬들이 이번 선임을 더욱 반기는 이유다. 흔들리는 팀을 잡아줄 새로운 감독이 왔다는 점도 긍정적이지만, 무엇보다 변화의 싹이 트기 시작했을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물론 진정한 환골탈태를 원한다면 여기서 끝나선 안 된다. 뼈대를 바꾼 만큼, 프런트를 중심으로 한 구단 측의 태도 역시 바뀌어야 한다. 새로운 사령탑이 왔을지라도 그를 지원해 줄 수 있는 환경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모두 무용지물이다.
벼랑 끝에 몰린 수원은 일단 김병수 감독이라는 새 술을 구하며 한숨 돌렸다. 이제는 새 술을 담을 새 부대가 필요하다.
김병수 감독이 과감히 곪은 부위를 도려낼 수 있도록 그에게 힘을 실어줘야만 생존, 그리고 추후에는 파이널 A 진출까지도 그려볼 수 있다.
수원은 어느새 파이널 A도 익숙지 않은 팀이 됐다. 최근 5시즌간 6위-8위-8위-6위-10위에 머물렀고, 마지막으로 파이널 A 무대를 밟았던 2021시즌에는 파이널 라운드에서 1승도 거두지 못했다. 수원이 '파이널 A행 막차도 감지덕지인 팀'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팬들의 간절한 바람대로 내부에서부터 바뀌어야 한다.
한편 김병수 감독은 오는 10일 전북과 홈경기에서 데뷔전을 치를 예정이다. 그는 5일 열리는 인천 원정경기를 현장에서 지켜본 뒤 7일부터 본격적으로 훈련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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