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토론 문화 힘들다"...'환골탈태 선언' 정몽규 회장, 본인부터 바뀌어야 한다
OSEN 고성환 기자
발행 2023.05.04 12: 00

"새 이사진 구성을 계기로 환골탈태하는 모습으로 거듭나고자 한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KFA) 회장이 변화를 다짐하며 뼈대를 바꿨다. 이제는 그가 '불통'으로 가득했던 태를 바꾸는 일만 남았다.
KFA는 3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새 이사진 25인을 공개했다. '기습 사면 사태'에 따른 이사진 전원 사퇴 이후 약 한 달 만에 짜인 '새로운 판'이다.

정 회장은 "KFA를 향한 많은 비판과 질타가 있었다. 이를 겸허히 받아들이면서, 이번 새 이사진 구성을 계기로 환골탈태하는 모습으로 거듭나고자 한다. 새로 출범하는 저희 집행부를 꼼꼼히 지켜봐 주시고, 때로는 칭찬을, 때로는 따끔한 질책도 함께 보내주시기를 바란다"라며 환골탈태를 선언했다.
이사진 명단에는 부회장 7인(김정배, 한준희, 장외룡, 원영신, 하석주, 최영일, 이석재)과 분과위원장 7인(정해성, 마이클 뮐러, 이임생, 이윤남, 소진, 김태영, 서동원), 이사 11명(조연상, 강명원 ,박재순, 조덕재, 신연호, 이근호, 지소연, 위원석, 노수진, 전해림, 박인수)이 이름을 올렸다.
이 중 최영일, 이석재, 정해성, 뮐러, 이임생, 서동원, 조연상 7명은 유임이다. 정 회장은 유임자가 7명이나 된다는 지적에 "시각의 차이"라며 "연속성도 중요하다. 25명을 다 바꿔야만 변화가 있다는 건 지나치지 않나 싶다. 사면에 직접 관여했거나 건의한 인물들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개편안의 핵심은 '소통'이다. 정 회장은 가장 강조하는 부분을 묻자 "소통이다. 그래서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을 추천받고 영입했다. 과정을 개선하는 측면도 중요하다. 그래도 화두는 소통"이라고 답했다.
달라진 부분이 없진 않다. 정 회장은 전무이사제를 없애고 상근 부회장 제도를 도입하며 김정배 전 문체부 2차관을 자리에 앉혔다. 그는 "축구인이나 현장 목소리를 듣기 위해선 다양한 경로가 필요하다.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하겠다"라고 선언했다. 
김정배 전 차관뿐만 아니라 다양한 인물이 선임됐다. KFA는 이근호와 지소연 등 현역 선수와 한준희 해설위원, 위원석 전 언론 편집국장을 영입하며 다양성을 갖추는 데 집중했다. 덕성여고 체육교사인 1992년생 전해림 이사도 눈에 띈다.
심의안건 상정소위원회도 신설된다. 정 회장은 이사회를 활발히 만들고 이사회 안건을 올리기 전에 상정소위원회를 통해 내용을 먼저 검토하겠다고 밝히며 "미리 상의하고 소통하겠다"라고 말했다. 날치기 통과와 밀실 논란을 재현하지 않으려는 방안으로 보인다.
다만 정 회장 본인이 바뀌지 않는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 다양한 목소리를 낼 사람이 있더라도 귀와 마음을 열어 두지 않는다면 모두 보여주기식 처세술에 불과하다.
이미 정 회장은 신뢰를 잃었다. 사면 논란 당시 이사진들과 제대로 된 토론은 없었으며, 아무도 그에게 쓴소리를 뱉지 못했다. 날치기 행정과 경직된 분위기 속에서 반대 목소리를 낸 인물은 조연상 한국프로축구연맹 사무총장이 유일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만 놓고 보더라도 정 회장의 입김이 얼마나 절대적인지 알 수 있다. 뮐러 위원장이 사령탑 선임을 주도한다고 알려졌으나 사실 그에게는 많은 권한이 없었다.
결정은 사실상 정 회장의 몫이었다. 뮐러 위원장이 구체적인 선임 기준이나 철학을 설명하지 못하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사진] 마이클 뮐러 전력강화위원장 / 대한축구협회 제공.
이날도 정 회장은 "우리나라 토론 문화가 상당히 힘들다. 항상 회의 때도 지명하기 전에는 토론을 안 하는 문화도 있다. 토론보다는 뒷담화를 훨씬 익숙해하는 분들이 많다"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왜 이사회 토론이 항상 힘들었는지, 뒷담화가 더 많았는지 되돌아보는 일이다. 한국 문화 탓으로만 돌리기에는 일방통행 분위기를 조성한 정 회장의 책임도 피할 수 없다.
아무리 물을 깨끗이 갈았다고 하더라도 그 물을 담을 어항이 깨끗하지 못하다면, 물은 금세 썩기 마련이다. 다양한 인물 선임도 좋지만, 정 회장과 KFA부터 바뀌어야 하는 이유다.
결국 팬들은 기다릴 수밖에 없다. 정 회장이 얼마나 열린 자세로 많은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들어줄지, 새 얼굴들이 얼마나 당당하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질지, 자유롭게 의견이 오가는 시스템이 어떻게 확립될지는 시간만이 말해줄 것이다.
이제는 정 회장의 몫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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