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프로축구에서 한국인 수비수 콤비가 맹위를 떨치고 있어 화제다.
홍콩 레인저스FC 소속의 한국인 수비수 듀오 김민규, 박종범은 지난 29일 몽콕 스타디움에서 열린 홍콩 FA컵 싸우선과의 준결승전에서 나란히 맹활약하며 팀의 2-1승리를 이끌었다. 특히 김민규는 후반 21분 멋진 하프 발리로 동점골까지 기록하며 팀 승리의 일등 공신이 되었다.
홍콩 레인저스의 이번 FA컵 결승 진출은 구단 역사상 20년만의 일이다. 레인저스는 2002/03 시즌 준우승 이후 처음으로 우승에 도전한다.
홍콩 레인저스는 사실 홍콩 프리미어리그에서도 만년 약체로 평가받는 팀이다. 최근 5시즌 동안 강등권 경쟁을 펼쳤으며 2017/18 시즌에는 2부리그로 강등되는 아픔을 겪었다. 좋은 선수를 영입하지 못했고 저 예산 구단으로의 한계가 명확해 보였다. 대신 레인저스는 2019/20 시즌 부터 젊고 유능한 한국, 일본 선수들을 영입하는 방향성으로 팀 운영 정책을 바꿨다.
레인저스는 이번 시즌 FA컵 결승 진출과 리그 3위 경쟁을 하는 등 한국선수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이 중심에 한국인 수비수 듀오 김민규(22, RB)와 박종범(25, CB)이 있다.
두 선수 모두 한국에서 프로 데뷔를 한 적이 없는 선수다. 일찌감치 시야를 해외로 돌려 성공한 케이스다. 김민규는 전주대 재학 도중 빠른 프로 데뷔를 위해 독립구단에 몸담았고 2021년 홍콩 2부리그 진출을 이뤄냈다. 수비수임에도 불구하고 전반기 10경기 6골 4도움의 활약상은 1부리그 팀 레인저스 FC의 이목을 끌기 충분했고 반시즌만에 1부리그 입성에 성공했다.
박종범은 사회복무요원 신분으로 전주시민축구단에서 병역의 의무를 마쳤다. 전역 후 곧바로 독립구단에서 몸상태를 올린 그는 홍콩 2부리그 호이킹 SC에 입단했다. 박종범 또한 전반기에 뛰어난 활약으로 이미 김민규 효과를 본 레인저스 FC의 레이더망에 포착되었고, 역시 반시즌만에 레인저스 FC로 이적하며 1부리그 데뷔를 이루었다.
불과 2~3년만에 두 선수의 축구 커리어는 성장했다. 더 이상 아마추어가 아닌, AFC리그 순위 6위에 해당하는 홍콩 프리미어리그에서 당당히 주전 선수로 활약하는 대표 선수로 발돋움했다.
이번 시즌 김민규는 리그와 컵대회 포함 총 29경기(1교체) 출전, 5골을 기록하며 골 넣는 수비수의 위용을 보여주고 있다. 박종범은 후반기에 합류했음에도 16경기(1교체) 출전하며 팀의 공식 경기에 모두 뛰며 인상적인 시즌을 보내고 있다.
놀라운 성장을 보여주고 있는 김민규와 박종범은 아직 젊은 나이이기에 향후 K리그나 해외 상위 리그 팀으로의 이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둘의 활약해 힘입어 레인저스 FC는 3위와 승점 1점 차이로 리그 4위에 올라있으며 FA컵에서는 결승전을 앞두고 있다. 결승전 상대는 K리그 레전드 출신인 데얀(41)과 김신욱(34)이 뛰고 있는 홍콩 최강 킷치SC와 이스턴의 승자 중 결정된다.
이번 시즌 레인저스FC는 킷치SC 상대 전적에서 2승 1패로 앞서 있으며 이스턴과는 3무 2패로 열세이다. 김민규는 소속사 디제이매니지먼트를 통해 “이번 시즌 마무리를 FA컵 우승으로 마무리하고 싶다. 우리는 항상 언더독 평가를 받아왔기에 어떤 팀이 결승에 올라오든 투지 넘치는 플레이를 보여주고 싶다”며 결승전에 임하는 각오를 밝혔다.
홍콩 FA컵 결승전은 5월 13일 오후 4시(한국시간) 몽콕 스타디움에서 펼쳐진다. 한국인 수비수 듀오가 최초로 FA컵 우승컵을 들어올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