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라린 패배였지만, 손흥민(31, 토트넘)은 역시 손흥민이었다. 그가 마지막까지 팬들을 챙기는 모습으로 감동을 모았다.
토트넘 홋스퍼는 지난 1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리버풀 안필드에서 열린 2022-2023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34라운드에서 리버풀에 3-4로 패했다. 이로써 토트넘(승점 54)은 한 경기 덜 치른 리버풀(승점 56)에 밀려 6위로 내려앉았다.
토트넘은 경기 시작 15분 만에 3골을 실점하며 끌려갔지만, 해리 케인과 손흥민의 맹활약을 앞세워 경기 막판 3-3까지 따라잡았다. 그러나 경기 종료 직전 수비 지역에서 패스 실수를 범했고, 결국 디오구 조타에게 극장골을 허용하며 무너지고 말았다.
팀은 패배했지만, 손흥민의 활약은 돋보였다. 그는 골대만 두 번 때리며 아쉬움을 삼켰지만, 결국 후반 32분 크리스티안 로메로의 롱패스를 받아 멋진 추격골을 터트렸다. 후반 추가시간에는 날카로운 프리킥으로 히샬리송의 동점골을 돕기도 했다.
대기록도 세웠다. 손흥민은 올 시즌 달라진 역할과 안와골절상으로 고전했지만, 이날 득점으로 어느새 리그 10골 5도움을 찍었다. 이로써 그는 마이클 오언, 티에리 앙리, 로비 킨, 프랭크 램파드, 웨인 루니, 세르히오 아게로, 로멜루 루카쿠, 케인, 사디오 마네, 제이미 바디에 이어 '7시즌 연속 프리미어리그 두 자릿수 득점'을 달성한 11번째 선수가 됐다.
물론 손흥민은 웃을 수 없었다. 토트넘은 또다시 패배하면서 다음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은 사실상 물거품이 됐기 때문. 아쉽게 놓친 득점 기회가 눈앞에 아른거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손흥민은 자신보다 더 마음이 상했을 팬들을 잊지 않았다. 영국 '풋볼 런던'에 따르면 안필드를 찾은 토트넘 원정 팬들은 다니엘 레비 회장 퇴진을 요구하면서 "우리는 돈을 돌려받고 싶다"라고 외쳤다. 불과 일주일 전 뉴캐슬전 1-6 대패를 떠올린 것.
손흥민은 마지막까지 경기장에 남아 이들에게 위로를 건넸다. 매체는 "이미 많은 선수들이 떠난 뒤에도 손흥민은 팬들에게 박수를 보내는 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는 경기장을 가장 마지막에 빠져나간 토트넘 선수였다. 그의 표정은 잔인한 패배 후 모든 것을 보여줬다"라고 전했다. 손흥민이 얼마나 팬을 생각하는지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한편 손흥민의 살아난 경기력도 주목받았다. 매체는 "손흥민은 마지막 결과에 완전히 망연자실해 보였다. 그는 정말 어려운 시즌을 보냈지만, 지난 두 경기에서는 더 예전 모습과 닮아있었고 박스 안팎에서 훨씬 더 날카로웠다"라며 "버질 반 다이크의 멋진 걷어내기와 골대 불운이 아니었다면 해트트릭을 달성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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