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삼성이 10년 넘도록 고집해 온 '리얼블루' 정책을 내려놓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정작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정식 사령탑 공석’ 수원은 빠르면 이번 주 안으로 새로운 감독을 선임할 예정이다. 수원 관계자는 지난 1일 “(감독 선임) 마무리 단계에 있다. 최대한 서두르고 있다. 최종 후보 2명 중 한 명은 김병수 (전 강원FC) 감독”이라고 밝혔다.
지난 시즌 강등 싸움에서 겨우 살아남은 수원은 이번엔 ‘무승의 늪’에 빠졌다. 2023시즌 10경기를 치른 현재 2무 8패, 승점 2로 리그 ‘꼴찌’ 12위다. 11위 강원FC(2승 4무 4패, 승점 10)와 격차는 무려 8점.
수원은 7경기째 승리가 없던 지난 17일 이병근 감독을 1년 만에 경질하고 최성용 대행 체제로 전환했지만, 3패만 더 떠안았다. 긴급한 상황 속 수원은 새 감독 선임 작업 막바지에 도달했다.
‘유력 후보’ 김병수 감독의 수원 사령탑 낙점 공식발표가 나면, 그 시점으로부터 수원의 ‘리얼블루’ 기조는 끊긴다.
2010년부터 수원은 구단의 정체성과 방향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구단 출신 ‘레전드’에게 지휘봉을 맡겨왔다. ‘리얼블루’ 수원으로 불렸던 이유다.
수원 선수 출신으로서 처음 지휘봉을 잡은 2010년 윤성효 감독을 시작으로 서정원(2013~2018년)~이임생(2019~2020년)~박건하(2020~2022년) 여기에 이병근 감독까지, 수원의 '순혈주의'가 이어졌다.
수원만의 전통이 담긴 ‘리얼블루’ 기조는 환영받지 못했다. 그 기간 동안 FA컵 우승 3회 외 별다른 성과가 없어 ‘실패’로 인식되고 있다. 구단이 일군 K리그1 우승 4회,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우승 2회는 전부 초대 사령탑 김호~차범근 감독 시절(1995~2010년) 때 나온 것이다. 수원의 몰락엔 모기업의 전폭적인 지원이 날이 갈수록 줄어든 영향도 있다.
김병수 감독으로 인해 수원의 ‘순혈주의’에 마침표가 찍힌다고 하더라도 수원에 강하게 박혀있는 ‘프런트 축구’ 이미지가 벗겨질진 의문이다.
수원은 약 5년 동안 세 명의 감독을 불명예스럽게 갈아치웠다. 감독 교체를 '성적 부진' 방패막이로 삼고 있단 시각에서 절대 자유로울 수 없는 프런트의 행보다. 구단의 미래는 안중에도 없는 프런트가 오직 다루기 쉬운 감독을 선호하며 자신들의 무능을 덮으려 한단 것.
지난달 30일 대구FC와 홈경기(수원 0-1패)에서 수원 관중석에 ‘밑바닥 성적은 밑바닥 운영탓’, ‘야망이 없는 프런트, 코치, 선수는 당장 나가라. 수원은 언제나 삼류를 거부한다’ 걸개가 나부낀 이유다. 수원이 이적시장에서 감독의 의중을 반영하지 않는 구단인 것은 익히 잘 알려진 부분이다.
김병수 감독이 '리얼블루’ 기조를 깬다 할지라도 수원의 ‘프런트 축구’가 사라지지 않는다면 구단의 장밋빛 미래는 허상에 가깝다.
‘외부인’ 감독에게 선수단 개편 전권을 부여하는 등 사령탑에 힘을 실어주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수원이 ‘프런트 축구’를 지울 수 있는 기본 중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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