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에 몰린 전희철 SK 감독의 배수진이 제대로 통했다.
서울 SK는 1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개최된 ‘2022-2023시즌 SKT 에이닷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4차전’에서 안양 KGC인삼공사를 100-91로 이겼다. 2승 2패로 균형을 이룬 두 팀은 3일 잠실에서 5차전을 이어간다.
4차전을 앞두고 전희철 감독은 원투펀치 김선형, 자밀 워니에 슈터 허일영까지 모두 주전에서 빼는 변칙작전을 예고했다. 전 감독은 “힘 대 힘 싸움에서는 이길 수 없다고 판단했다. 내가 원래 변칙작전을 싫어하는데 어쩔 수 없다. SK 감독을 맡고 김선형과 워니를 모두 주전에서 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실토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김선형과 워니의 비중이 높은 SK는 두 선수가 부진하면 대안이 없다. 3차전 오마리 스펠맨과 변준형이 부진할 때 대릴 먼로와 박지훈을 투입해 변화를 줬던 KGC와 차이점이다.
전 감독은 “김선형이 6강부터 치러서 지친 것은 아니다. 선형이가 공격을 풀어야 하고 아반도 수비까지 해서 체력부담이 크다. 후반에 지칠 수 있다. 후보선수들이 먼저 들어가서 막아준다면 선형이와 워니가 후반전 힘을 낼 수 있다”고 봤다.
‘오재현 선발카드’는 초반 6분여를 버텨줬다. KGC가 23-15로 달아났지만 전희철 감독의 생각 안에 있었다. 전희철 감독이 작전시간을 요청하고 김선형과 워니를 투입했다. 오재현과 윌리엄스가 생각보다 오랜 시간을 버텨주면서 김선형과 워니의 시간을 벌어줬다.
힘을 아끼고 나온 김선형과 워니는 제대로 터졌다. 리바운드를 장악한 워니는 스펠맨을 상대로 마음껏 득점을 올렸다. 김선형도 문성곤과 변준형의 집중견제 속에서 계속 득점했다.
전희철 감독이 들고 나온 3-2 드롭존 수비도 통했다. 2쿼터 SK 선수들이 수비에서 체력을 아끼면서 상대 턴오버를 유발했다. KGC의 3점슛 불발은 SK 속공으로 연결됐다. 결과적으로 전희철 감독의 변칙작전으로 SK 원투펀치가 후반전에 쏟을 100% 쏟아냈다.
워니(28점, 17리바운드)와 김선형(23점, 10어시스트)은 총 51점을 합작했다. 특히 김선형은 12점, 워니는 14점을 후반전에 쏟았다. 전희철 감독의 전략이 제대로 적중한 셈이다.
경기 후 전희철 감독은 “내가 구상한대로 선수들이 그대로 실행해줬다. 생각대로 흘러가서 할 수 있겠다 생각했다. 감독으로서 만족한다. 1쿼터 점수는 10점은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 두 자릿수까지 벌어지지 않으면 따라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만족했다.
드롭존 수비도 통했다. 전 감독은 “상대 2대2를 못하게 차단하는 것이다. 상대 슛이 안 터지면 우리가 속공 나가는 것을 노렸다. 오늘은 통했지만 다음에는 상대도 대응해서 나올 것”이라 예고했다.
전희철 감독은 준비한 전략을 적중시켜 불리했던 시리즈를 2대2로 만들었다. 5차전 다시 한 번 두 감독의 지략싸움이 기대된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