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을 다하여 죽을 때까지 최선을 다하고 죽음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멈추겠다(鞠躬盡瘁, 死而後已).’
중국 후한 이후 삼국으로 갈라진 시점에서 촉한의 승상 제갈공명은 자신의 대의를 삼국의 통일로 가닥잡고, 숨이 멈출 때까지 뜻을 굽히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바로 이것이 소설 삼국지연의 후반부를 차지하는 사건 공명 제갈량의 북벌이다.
MSI를 바라보는 그의 시선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지난 2015년 미국 탤러하시에서 열린 초대 챔프는 놓쳤지만, 두 번째와 세 번째를 연달아 우승하면서 자신의 가치를 전세계 글로벌 LOL e스포츠 팬들에게 입증했다.
그 이후 6년의 세월이 지났지만, 아직 그는 세 번째 우승컵을 들어올리지 못했다. 2019년 4강, 2022년 준우승의 아쉬움을 뒤로한채 ‘페이커’ 이상혁이 다시 한 번 MSI 정벌을 통해 통산 3회 우승에 도전한다. 코로나19 펜데믹으로 2020년 대회에 나서지 못했음에도 그의 MSI 출전 기록은 어느덧 6회로 늘어나며 MSI 최다 출전 선수 타이틀을 이어갔다.
이번 MSI 출전은 메이저 지역은 2개 팀으로 출전이 가능해진 달라진 규정에 힘입어 기회가 주어졌다. 바뀐 규정에 따라 또 한 번 MSI 무대에 오르지만, 그의 마음가짐은 예전과 다름 없다.
이상혁은 LOL e스포츠에서는 살아있는 리빙 레전드다. 지난 2013년 T1의 전신인 SK텔레콤에서 데뷔한 이상혁은 이번 시즌까지 무려 10년을 한 팀에서 뛴 원클럽맨으로 LCK를 뛰어 글로벌 LOL e스포츠의 상징과 같은 선수다. 2013, 2015, 2016 LOL 월드챔피언십(롤드컵) 우승을 비롯해 2016, 2017 MSI 우승을 해냈다. 여기에 LCK 통산 10회 우승의 금자탑을 세웠다.
MSI에서도 그의 승부욕은 대단했다. MSI가 처음 열린 2015년 LCK 스프링 우승자 자격으로 출전한 T1(당시 SK텔레콤 t1)은 결승까지 올라갔지만 EDG에게 2-3으로 패하면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다음 해인 2016년 또 다시 LCK 스프링에서 정상에 오른 T1은 권토중래의 마음으로 MSI에 임했고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여세를 몰아 2017년까지 MSI에서 연속 우승을 달성한 T1은 가장 먼저 MSI 연속 우승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2019년 LCK 스프링 우승을 차지하면서 MSI 3회 우승에 도전한 T1은 4강에서 G2 e스포츠에게 패하면서 여정을 마무리했다.2020년 LCK 스프링 우승을 차지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MSI가 열리지 않으면서 참가하지 못한 T1은 2022년 LCK 스프링에서 전승 우승이라는 유례 없는 기록을 세우면서 제패, 출전 기회를 얻었다. 한국(부산)에서 처음 열린 MSI에 출전한 T1은 결승전에서 로얄 네버 기브업에게 패배하면서 3회 우승의 문턱에서 고배를 마셨다.
T1 소속으로 활동하면서 이 모든 여정을 함께 하고 있는 이상혁은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이번 MSI 참가로 출전 기록을 6회로 늘렸다. 전세계 LOL 선수들 중 6회 참가 기록을 가진이는 이상혁 혼자 뿐이다.
이번 대회를 통해 네 번째 MSI에 출전하는 선수는 G2 ‘캡’스 라스무스 뷘터와 무비스타 레인보우7 ‘오디' 세바스티안 니뇨, 데토네이션 포커스미의 '스틸' 문건영, ‘유타폰' 스기우라 유타 등 4명이다.
이상혁이 원클럽 선수인 만큼 그의 LOL e스포츠 여정을 함께해온 T1 또한 MSI 참가 횟수 부문 전세계 1위를 마크했다. T1은 코로나19로 인해 열리지 않은 2020년을 제외하고 2015년부터 2023년까지 8번째 열리는 MSI에서 SK텔레콤 T1 시절까지 포함해 6번 출전했다. 이전까지 스프링 우승팀이 참가했기에 스프링에서만 5번 우승한 T1은 2023년을 앞두고 라이엇 게임즈가 메이저 지역 2위까지 참가할 수 있도록 방침을 바꾸면서 6번째 참가 기회를 얻었다.
이번 MSI에서 T1과 견줄 만한 참가 횟수를 기록하고 있는 팀은 LEC 2번 시드인 G2 e스포츠다. G2 e스포츠는 2016년, 2017년, 2019년, 2022년에 이어 올해까지 총 5회 참가했으며 2017년 준우승, 2019년 우승을 차지한 강호다. G2 e스포츠는 2023 LEC 윈터 우승자 자격으로 참가하며 LEC 지역 2번 시드를 받았다.
그 다음으로 많이 참가한 팀은 LJL 팀인 데토네이션 포커스미다. LJL에서 무려 15회 우승을 차지한 데토네이션 포커스스미는 2019년부터 올해까지 네 대회 연속 출전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이상혁은 “MSI 우승을 못한지 정말 오래됐다. 작년 대회에서 준우승을 하면서 우승에 대한 생각이 더 간절해졌다. 더 열심히 준비해서 런던행 비행기에 오르겠다. 작년 대회에서 배운 점들이 있다. 이번 대회에서는 지난 번 경험으로 체득하고 배운 점들을 활용할 여지가 많다고 생각한다. MSI에서 우승하는 모습을 팬 분들께 보여드린다면 큰 재미와 기쁨을 드릴 것 같아 더 기대된다”고 참가 각오를 전했다. / scrapp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