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스틸러스가 시즌 첫 패배를 당했다. 하필 이적 과정이 매끄럽지 않았던 신진호(35)가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에 고개를 숙여 아픔이 더 했다.
포항은 30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3' 10라운드 경기에서 인천 유나이티드에 0-2로 완패했다. 포항은 전반 추가시간 김인성이 경고 누적으로 퇴장을 당해 수적 열세가 됐고 결국 후반에 두 골을 잇따라 내줬다.
포항은 후반 10분 문지환에게 선제골을 내줬다. 문지환은 김보섭이 내주자 아크 정면에서 오른발 중거리 슈팅으로 시즌 첫 골을 성공시켰다. 포항은 후반 20분 천성훈에게 쐐기골을 내줬다. 제르소가 돌파 후 패스를 내주자 천성훈이 수비수 한 명을 제치고 골로 연결했다.
포항은 이날 패배로 5승 4무 1패가 됐다. 시즌 첫 패배로 승점 19에 머물며 3위 자리를 유지했다. 이겼다면 10경기 무패행진과 함께 선두 울산 현대와 승점(22)을 나란히 할 수 있었다. 반면 2경기 무승(1무 1패)이던 인천은 승점 12(3승 3무 4패)가 되면서 순위를 8위까지 끌어올렸다.
언제가 패배를 기록할 포항이었다. 하지만 그 패배가 홈팬들 앞에서 벌어졌고 더구나 인천을 상대로 기록했다는 점은 팀에도 팬들에게도 더욱 뼈아팠다. 정확히 말하면 인천에서 뛰고 있는 신진호 때문이다. 이 경기 '신진호 더비'라 불린 이유이기도 하다.
신진호는 지난 시즌까지 포항 선수였다. K리그 대상에서 베스트 11 미드필더로 뽑힐 정도로 김기동 감독이 이끄는 포항의 주축이었다. 이번 시즌에도 포항의 중심을 맡아 주리라 예상됐다.
하지만 신진호는 선수단 조각이 거의 끝날 시점 갑작스럽게 이적을 택했다. 김기동 감독이 3년 제안에 나설 정도로 신진호의 이적을 만류했으나 신진호는 끝내 인천행을 택했다. 선수단은 물론 포항팬들도 아쉬움을 드러냈다.
김 감독도 신진호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지난 2월 열린 개막전 미디어데이 때 김 감독은 "딱히 해줄 말이 없었다"면서 신진호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양팀의 시즌 첫 맞대결에 신진호가 인천 선발 미드필더로 나섰다. 경기는 전반 막판 김인성이 이탈하면서 사실상 인천에 유리한 분위기로 흘렀다.
신진호는 예상대로 인천의 중심을 잡으며 공격과 수비 연결고리를 훌륭히 해냈다. 인천이 2-0으로 앞선 후반 27분에는 위협적인 슈팅을 날려 포항팬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기도 했다.
포항과 신진호의 감정은 경기 막판 고스란히 드러났다. 승부가 이미 인천으로 기운 후반 추가시간 신진호가 포항 공격수 이호재의 다리를 붙잡으면서 격한 분위기가 펼쳐졌다. 신광훈이 중간에 끼어들면서 양 선수단이 충돌 직전까지 가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신진호와 하창래가 경고를 받았다.
신진호는 경기 전 김기동 감독과 만나 인사를 나눴고 경기 후에는 충돌했던 후배 이호재 등과도 악수를 하며 화해했다. 또 친정 팬들이 있는 응원단 근처까지 다가가 인사를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양팀의 다음 맞대결은 오는 6월 25일 인천에서 펼쳐진다. /letmeou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