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사령탑’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59)이 유럽 순방을 통해 얻은 가장 큰 수확은 김민재(나폴리)의 안정된 심리를 체크하고 돌아온 것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약 10일간의 유럽 출장을 마치고 26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그는 유럽을 돌면서 김민재를 비롯해 손흥민(토트넘), 오현규(셀틱), 이강인(마요르카), 이재성(마인츠), 정우영(프라이부르크) 등 해외파 선수들의 기량을 직접 경기장에서 점검했다. 또한 구단 지도자들과도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3월 한국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뒤 곧바로 3월 말 A매치 2경기를 소화한 데 이어 유럽까지 건너가 선수들을 숨 가쁘게 만나고 온 클린스만 감독이다.
클린스만 감독의 유럽 출장 핵심은 ‘김민재 달래기’였다. 한 차례 ‘대표팀 은퇴 해프닝’이 일었던 데 이어 대표팀 파벌 소문 중심이었던 김민재의 심리상태를 살피는 것이 클린스만 감독의 출장 ‘1호 과제’로 여겨졌다.
김민재는 지난달 28일 우루과이와 평가전(한국 1-2 패) 이후 “당분간이 아니라..."라며 끝을 흐린 뒤 "소속팀에만 집중하고 싶다”는 발언으로 은퇴를 암시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더불어 ‘대표팀 주장’ 손흥민과 소셜 미디어 계정 팔로우를 끊은 흔적도 발견돼 불화설 추측까지 낳았다.
논란의 중심에 서자 김민재는 은퇴는 와전된 이야기라고 직접 밝혔고, 손흥민과 소셜 미디어 계정 관계를 끊은 것에 대해선 인정하며 “오해였고, 상식 밖의 행동을 했다”고 고개 숙였다. 불화설에 대해선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정신적으로 무너졌다. 경기장에서의 부담감, 나는 항상 잘해야 한다는 책임감, 수비수로서 실점했을 때 실망감, 이런 것들이 힘들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기도 했다.
김민재가 직접 나서 은퇴설 및 파벌 의혹을 잠재웠지만, 글로 전한 입장문이라 그의 직접적인 심리상태는 자세히 파악할 수도, 우회적으로 알 수 있는 방법도 딱히 없었다.
클린스만 감독이 모두의 답답함을 풀어줬다.
그는 귀국 인터뷰에서 “김민재 나폴리 집 근처에서 맛있는 점심을 먹으면서 그가 느낀 감정에 대해 들었다. 김민재는 심리적으로 많이 안정됐고, 다음 대표팀 소집을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이번 만남이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들려줬다.
앞서 클린스만 감독의 나폴리 방문 일정을 공지하면서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김민재와) 대화 후 감독님께서 무엇이 문제인지 파악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클린스만 감독의 유럽행 결정에 김민재의 상황이 크게 작용했단 것이다.
귀국 인터뷰에서 클린스만 감독은 김민재가 어떤 점에서 힘들어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하진 않았지만 그보다 더 ‘핵심'인 김민재의 긍정적인 심리 상태를 알려줬다.
개인의 심리안정 정도를 느끼기 위해선 진심 어린 대화 속 감정 교류가 이뤄져야 한다. 클린스만 감독은 김민재와 긴밀하게 소통하며 '출장 1호 과제'를 잘 처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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