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골인 줄 알았다. 절대 핸드볼이 아니라고 하더라."
수원FC는 지난 15일 오후 7시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2023 K리그1 7라운드에서 전북 현대를 1-0으로 꺾었다.
이로써 승점 3점을 추가한 수원FC는 승점 10점(3승 1무 3패)으로 5위까지 뛰어올랐고, 전북은 승점 7점(2승 1무 4패)에 머무르며 8위 자리를 지켰다.
'베테랑 풀백' 이용(37)도 선발 출전해 친정팀 전북을 상대했다. 그는 풀타임 활약을 펼치며 팀의 무실점 승리를 이끌었다. 전방에서도 후반 교체 투입된 이광혁과 좋은 호흡을 자랑하며 측면 공격에 힘을 보탰다.
그럼에도 경기 후 만난 믹스트존에서 이용은 마냥 밝게 웃지 못했다. 그가 오랫동안 몸담았던 전북이 최근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용은 전북 이야기가 나오자 "좋은 분위기 속에서 너무 오래 있다 보니 이렇게 큰 이슈가 되는 것 같다. 어떻게 보면 프로의 세계에서는 익숙한 상황"이라며 "전북 분위기가 안 좋은 상황에서 경기가 치러졌다. 이겨서 너무 기쁘지만, 한편으로는 안타깝고 안쓰럽기도 하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용은 "굉장히 조심스럽다"라며 "잘 해결됐으면 좋겠다. 솔직히 나는 김상식 감독님도 좋아하고, 팬분들의 사랑도 워낙 많이 받았다. 빨리 서로 연결고리를 찾아서 전북이 다시 활약하면 좋겠다"라고 응원을 보냈다.
수원FC는 제주와 개막전(0-0) 이후 정말 오랜만에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쳤다. 불안한 뒷문은 언제나 수원FC의 고민이다. 이용 역시 "그게 수원FC의 숙제 같다. 작년 후반기에도 뛰어봤지만, 실점하지 않아도 될 골을 내준 적이 많다. 올 시즌 초반에도 그랬다. 공격은 워낙 좋기 때문에 수비적인 부분만 고쳐나간다면, 더 단단해질 수 있다"라고 스스로 채찍질했다.
이날 이용은 동료 신세계의 '더 글로리급 연기'에 깜빡 속아 넘어갔다. 신세계는 전반 37분 강력한 발리슛으로 골망을 갈랐지만, 비디오 판독(VAR) 결과 핸드볼 파울이 선언됐다. 신세계는 곧바로 동료들과 한바탕 세레머니까지 선보였기에 뜻밖의 결과엿다.
알고 보니 함께 세레머니를 펼쳤던 이용 역시 피해자였다. 그는 "나도 골인 줄 알았다. 잠시 후에 심판이 VAR 체크하러 이동했다. 세계에게 핸드볼이냐고 물어봤는데, 절대 아니라고 하면서 가슴 쪽에 맞았다고 했다. 그래서 '골이구나' 했는데 갑자기 핸드볼이라고 하더라"라며 웃음을 터트렸다.
이어 이용은 "세계가 항상 분위기 메이커다. 너는 여기서도 거짓말을 하냐고 장난식으로 넘어갔다"라며 "나한테 너무 확신 있게 가슴에 맞았다고 했다. 너무 확신에 차서 얘기하길래 골이구나 했다. 심판에게 계속 항의도 했고, 카메라가 더 많이 도입돼야 한다는 얘기도 했는데..."라며 입꼬리를 내리지 못했다.
한편 신세계는 경기 다음 날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입장문(?)을 발표했다. 그는 세레머니 사진과 함께 "더 글로리 이후 최고의 연기력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동참해주신 동료분들 감사합니다. 세레머니하면서 원 팀이라는 게 느껴졌습니다. 이상입니다"라는 문구를 올리며 다시 한번 모두를 웃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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