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엘링 홀란(23·맨체스터 시티)이 ‘네 마리 토끼몰이’에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서고 있다. 세계 축구 득점사(史)를 새로 써 내려가는 홀란의 용솟음치는 기세는 사냥의 성공 가능성을 한결 드높인다. 홀란이 과연 자신의 뜻대로 네 마리 토끼를 움켜쥘지가 2022-2023시즌 종반부의 최대 화두로 떠오른 요즘이다.
두 마리 토끼는 이미 거의 홀란의 손안으로 굴러떨어진 모양새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와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득점왕 등극은 사실상 구현된 듯싶다. 나머지 두 마리 토끼도 가시권에 둔 채 호시탐탐 포획의 야망을 불태운다. EPL과 UCL 우승컵을 노리는 발걸음에 박차를 가하는 홀란이다.
EPL·UCL 득점왕은 사실상 확정, 남은 두 토끼 – 우승 - 사냥도 가능성 높아
홀란은 식을 줄 모르는 득점포를 뽐낸다. 아니, 시즌 후반부로 갈수록 더욱 무섭게 불을 뿜으며 맹위를 떨치는 모습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최근 7경기 – EPL 3, UCL 3, FA컵 1 – 연속 상대 골망을 꿰뚫으며 15골을 터뜨렸다. UCL 16강 RB 라이프치히전(3월 14일·이하 현지 일자·7-0 승) 레포케르(Repoker·5골), FA컵 8강 번리전(3월 18일·6-0 승) 해트트릭(3골)을 비롯해 다득점 경기를 네 번씩이나 빚어내며 뽑은 두 자릿수 골이다.
EPL과 UCL에서, 홀란의 독주를 제어할 상대는 보이지 않는다. EPL에서, 홀란은 32골을 터뜨리며 압도적 선두를 내달리고 있다. 2위 해리 케인(토트넘 홋스퍼·23골)을 아홉 걸음씩이나 따돌렸으니 ‘폭주’라 할 만하다. UCL도 마찬가지다. 12골로 멀찍이 달아난 1위다. 더구나 2위 모하메드 살라(리버풀·8골)와 3위 킬리안 음바페(파리 생제르맹·7골)는 팀이 탈락해 추격할 기회조차 없다. 4강 가운데 득점 5걸에 들어 있는 비니시우스 주니오르(레알 마드리드)는 6골에 불과하다. 홀란이 2배의 득점력을 과시하며 일방적으로 앞서 있다.
홀란의 득점 페이스는 실로 가공스럽다. 한 골 이상을 기록한 경기당 평균 득점에서 여실히 나타난다. EPL에선 1.14골(28경기 32득점)을, UCL에선 1.5골(8경기 12득점)을 각각 기록하고 있다. EPL에선, 이미 38경기 체제 아래 최다 득점(32골·모하메드 살라·2017-2018시즌) 반열에 올라섰다. 남은 8경기에서, 홀란의 신기록 수립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끝이 아니다. 홀란이 42경기 체제 아래 두 차례(1993-1994시즌 앤디 콜·1994-1995시즌 앨런 시어러) 나온 최다 득점 기록(34골) 경신도 거뜬히 해낼 수 있으리라는 전망이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홀란이 UCL에 수놓고 있는 자취도 눈부시다. 네 시즌째를 소화하고 있는 UCL에서, 홀란은 이번 시즌 바이에른 뮌헨과 맞붙은 8강 두 차례 격돌서 뽑아낸 2골을 비롯해 모두 35골을 터뜨렸다. 레드불 잘츠부르크에서 8골(6경기)을,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에서 15골(13경기)을, 맨체스터 시티에서 12골(8경기)을 각기 잡아냈다. 어느 팀에서든지 경기당 평균 한 골을 웃돌았다. 물론 총합에서도, 경기당 평균은 한 골을 넘어선다(1.30).
10골 단위 사냥 속도도 으뜸이다. 홀란은 10골, 20골, 30골을 제각각 7경기와 14경기 및 25경기에서 기록했다. 10골만 6경기에서 기록한 세바스티앙 할러에 뒤질 뿐, 20골과 30골은 최단 경기에서 이뤘다. 24경기 20골의 케인과 34경기 뤼트 판 니스텔로이를 크게 앞질렀다.
최연소 골 기록에서도, 홀란은 돋보인다. 15골(20년 126일)→ 20골(20년 231일)→ 25골(22년 47일)→ 30골(22년 236일)→ 35골(22년 272일) 등 잇달아 눈부신 자취를 아로새기고 있다.
당연히, 팀에서 차지하는 홀란의 비중은 절대적이다. 이번 시즌에, 맨체스터 시티는 30경기를 치르며 70골을 넣었다. 홀란의 득점 비중은 45.7%에 이른다. 11명이 한 팀을 이루는 축구에서, 상상하기 어려운 비중이다. UCL에선 더 높았다. 10경기를 치러 26골을 넣은 팀 득점의 46.2%에 이른다.
이 같은 홀란의 놀라운 득점 능력에 힘입어, 맨체스터 시티는 EPL과 UCL 석권을 노린다. EPL에선, 선두 아스널에 승점 4점 차(70-74) 2위다. 한 경기를 덜 치러 우승의 문은 얼마든지 열려 있다고 할 만하다. 전문가들은 종반부로 갈수록 힘이 떨어진 듯 주춤하는 아스널보다 맨체스터 시티의 역전 우승 가능성을 더 크게 본다. UCL에선, 세 시즌 연속 4강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며 정상에 바짝 다가섰다. 레알 마드리드와 맞붙는 4강전이 최대 고비다.
이제 2022-2023시즌도 대장정의 끝을 향해 치닫고 있다. 홀란의 네 마리 토끼몰이가 과연 어떤 모양새로 전개되고 또 어떻게 결말을 지을지 관심과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시즌 종반부다.
전 베스트 일레븐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