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 사퇴, 사퇴, 사퇴, 경질...'리얼블루'는 또 비극으로 끝났다
OSEN 고성환 기자
발행 2023.04.19 09: 34

수원 삼성이 자랑하는 '리얼블루'가 이번에도 새드 엔딩으로 끝나고 말았다. 
수원 삼성은 18일 이병근 감독 경질을 공식 발표했다. 수원 구단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성적 부진에 대해 책임을 물어 이병근 감독을 경질하기로 결정했다"라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최선의 노력을 다해준 이병근 감독에게 감사하고, 또한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결별 자체가 그리 놀랍지는 않다. 수원은 올 시즌 7경기에서 2무 5패로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했고, 순위는 최하위까지 내려앉았다. 지난 시즌에도 10위에 그치며 강등 문턱까지 갔다가 돌아왔으나 크게 달라진 점은 없었다. 오히려 셀틱으로 떠난 오현규의 공백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을 뿐이다.

팬들도 가만있지 않았다. 이들은 지난달 수원FC전(1-2 패)과 대전하나시티즌전(1-3 패) 이후 연달아 선수단 버스를 가로막고 항의했다. 이달 초 강원전에서는 응원을 보이콧한 채 '프런트 연봉은 업계 상위 구단 운영은 최하위', '야망이 없는 프런트, 코치, 선수는 당장 나가라 수원은 언제나 삼류를 거부해왔다', '몇 년째 선수단 뒤에 숨는 프런트'라는 걸개를 내걸며 프런트를 직격 비판했다.
결국 수원 구단은 이병근 감독을 경질했고, 그는 지난해 4월 18일 친정팀 수원에 부임한 지 딱 1년 만에 팀을 떠나게 됐다. 이병근 감독은 10년 동안 수원에서 뛴 레전드 출신 지도자이기에 더 씁쓸한 결말이다. 그는 윤성효, 서정원, 이임생, 박건하 감독에 이어 계약 기간을 채우지 못한 또 한 명의 '리얼블루'가 되고 말았다.
특히 수원 구단은 '경질'이란 표현을 사용했다. K리그에서는 사실상 구단이 내린 결정이더라도 '자진 사퇴'로 발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임생·박건하 감독도 모두 그랬고, 지난해 성남을 떠난 김남일 감독·대구와 이별한 가마 감독도 마찬가지였다.
그럼에도 수원은 이례적으로 '경질'이라고 발표하며 이병근 감독에게 책임을 물었다. 안 그래도 프런트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은 일부 팬들 사이에서 구단이 이병근 감독을 방패 삼아 뒤로 숨었다는 비판인 나오는 이유다. 단순한 꼬리 자르기라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수원은 최근 몇 년간 프리시즌을 성공적으로 보낸 적이 드물다. 한 해 성적을 좌우할 수 있는 외국인 선수 영입은 크르피치, 바그닝요 제리치, 니콜라오, 그로닝 등 실패 사례로 가득하다. 올해만 해도 이병근 감독이 원하는 공격수 영입에 실패하며 급하게 뮬리치를 데려올 수밖에 없었고, 모두가 떠나는 해외 전지훈련도 떠나지 못했다. 팬들이 되풀이되는 문제에 지쳐 프런트를 성토하고 나선 데도 모두 이유가 있는 셈이다.
결과적으로 수원은 구단 레전드 출신 감독을 5년간 3명, 10년간 5명이나 교체했다. 그나마도 서정원 감독이 6시즌을 지휘해 준 덕분이다. 이임생 감독과 박건하 감독은 각각 591일, 587일간 팀을 이끄는 데 그쳤고, 이병근 감독은 1년 만에 경질되며 '구단 최단기간 재임'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수원의 다음 행보에도 많은 우려가 쏟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수원은 이병근 감독 경질을 발표하며 "조만간 성적 부진에서 탈출할 수 있는 쇄신안을 수립해 뼈를 깎는 변화를 꾀하도록 하겠다. 수원 삼성이 다시 한번 힘차게 날아오를 수 있도록 변치 않는 지지와 응원 부탁드린다"라고 덧붙였다. 과연 수원은 어떤 결단을 내리며 팀을 다시 정상 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을까.
한편 수원은 최성용 수석코치에게 감독대행을 맡긴 채 오는 2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FC서울과 '슈퍼매치'를 치른다. 최성용 대행으로서는 첫 경기부터 서울 원정을 떠나야 하는 큰 부담을 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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