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 혹한기가 왔다.” 최근 업계에 종종 들려오는 말이다. 전세계 e스포츠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중들의 관심이 야외활동으로 옮겨 가면서 전체적인 뷰어십 하락을 겪었다. 경제 침체에 따라 투자처도 발이 묶이고 있다. 이에 북미를 중심으로 대형 게임단의 매각 소식이 들려오기도 했다.
이에 젠지는 18일 서울 선정릉 젠지 사옥에서 ‘e스포츠 혹한기’에 대한 업계의 의견을 듣기 위해 소규모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참석한 관계자는 아놀드 허 젠지 CEO, 신지섭 라이엇 게임즈 발로란트 e스포츠 아시아태평양 총괄, 박원영 라이엇 게임즈 한국 커미셜 파트너십 총괄이다. 이들은 가라앉은 업계가 다시 부흥하기 위한 방안을 각각 게임단, 리그 운영자, IP사 사업 기획자의 입장에서 전문적인 의견을 공유했다.
▲’e스포츠 혹한기’, 사이클 일환… 살아남는 팀 주축으로 반등할 것
‘e스포츠 혹한기’에 대해 관계자들은 들이닥치는 풍파를 마냥 감내하기 보다는 주체적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이들이 제시한 공통된 의견은 ‘사이클’이다. 성장하는 시장은 언제든 하락기를 거칠 수 있는데, ‘비온 뒤 땅 굳는다’는 속담처럼 자정 작용 이후 탄탄한 전략을 갖춘 살아남는 팀을 주축으로 반등할 것으로 봤다. 신지섭 총괄은 “혹한기에서 업계는 더욱 본질적인 가치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살아남는 팀들의 비즈니스 모델은 탄탄하게 구축될 것이다”며 “산업으로서 인정 받고 본질에 집중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박원영 총괄은 “예전에도 여러차례 금융위기가 있었다. 경제가 침체하게 되면 리그의 본질이 드러난다. LCK는 안좋은 상황에서도 살아난 리그다”며 “프랜차이즈 시스템 도입 이후 리그는 스폰서십 등 퀄리티를 올리려는 노력을 계속 하고 있다. 이는 앞으로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아놀드 허 CEO는 “과거 투자자들의 자금 분산이 지금은 ‘톱 리그’에만 모이고 있다. 잘 되는 게임, 뷰어십이 높은 사업에 투자자들이 몰릴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아놀드 허 CEO는 젠지의 돌파 전략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도 했다. 젠지의 눈길은 현재 ‘브랜드 강화’로 쏠리고 있다. 아놀드 허 CEO는 “과거에는 스폰서십의 결과물이 유니폼 패치 뿐이었다”며 “이제 어떻게 하면 혁신을 도모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일단 ‘브랜드 가치’ 강화를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비즈니스 모델, B2B 한계 봉착… B2C 비중 늘려야
과거 게임단의 수익 모델은 투자자 대상의 B2B가 주된 업무였다. 관계자들은 이제 e스포츠가 B2B를 넘어 B2C 부문에서 게이머들과 함께 상당히 많은 커뮤니케이션을 공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인기 대비 낮은 현장 티켓 판매량과 낮아진 뷰어십에 기인한다. 아놀드 허 CEO는 “내가 알기로 지난 6년 간 티켓 판매로 큰 수익을 낸 게임 리그는 없다. 제작비까지 고려하면 적자일 것으로 예측된다. 현재 뷰어십 측면에서 e스포츠가 지난 5년 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스폰서 매출이 낮아지면 타격을 받는 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아놀드 허 CEO는 게임단의 B2C 강화로 ‘브랜드 콘텐츠’의 확장을 꼽았다. 콘텐츠는 디지털 프로덕트(자산)의 세일즈로 이어진다. 인게임에서 이용자들이 게임단의 브랜드를 경험한다면, 자연스레 수익성 강화까지 이어진다고 봤다. 아놀드 허 CEO는 “최근까지 제작사들이 수익을 나누는 것을 꺼려했다. 이제 수익 공유가 없는 리그는 퇴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경기 관람시 다양한 혁신이 필요하다. 경기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롤파크에는 선수들의 이름을 딴 메뉴가 있어도 좋겠다. ‘쵸비 피자’도 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지섭 총괄은 시청, 플레이 두 가지 관점에서 B2C 매출 증대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디지털 아이템은 “많이 파는지”가 우선이 아니다. 퍼블리셔와 게임단이 수익 배분을 하려면 그 이상의 프리미엄(판매량)이 있어야 가능하다. 신지섭 총괄은 “이제는 팬덤의 깊이와 팀 및 선수들의 브랜드 가치가 상당히 높아지고 있다. 수익의 절반을 배분해도 판매량을 늘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내부에서 경험의 확장을 위해 많은 연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원영 총괄은 최근 진행한 CGV 관람이 B2C에 더해 티켓 매출 증대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봤다. 박원영 총괄은 “롤파크의 연간 수용 인원은 8만 석으로, 전통 스포츠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며 “경기장 신설은 현실적으로 힘들어 극장 관람 테스트를 했다. 정규 시즌, 결승전을 거쳐 많은 이용자들에게 좋은 피드백을 받았다. 롤파크와 CGV를 포함해 티켓 수용량 3000~5000석을 만들어내면 현장 관람에서도 수익을 만들 수 있다. 롤파크가 있는 서울 외 지역의 팬들 경험 충족에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알렸다. /lisco@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