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만 바꾸면 다일까.
수원 삼성은 지난 17일 이병근 감독에게 경질을 통보했다. 지난 2022년 4월 18일 박건하 감독 후임으로 수원의 7대 정식 감독으로 부임한 이병근 감독은 부임 1년을 딱 하루 앞두고 쓸쓸하게 팀을 떠나게 됐다.
수원은 2023시즌 개막전에서 '승격팀' 광주FC에 0-2로 패하며 불안하게 출발했다. 이어 '준우승 팀' 전북 현대와 1-1로 비긴 수원은 지역 라이벌 수원FC에 1-2로 패하면서 다시 고개를 숙였다.
이후 '승격팀' 대전 하나시티즌에 다시 1-3으로 패한 수원은 A매치 휴식기를 거친 뒤 맞붙은 강원FC와 1-1로 비겼고 '디펜딩 챔프' 울산 현대에 1-2로 패해 고개를 숙였다.
수원은 지난 주말 제주 유나이티드에도 2-3으로 역전패하면서 터닝포인트를 마련하지 못했다. FC 서울과 슈퍼 매치를 앞둔 상황서 수원은 경질 카드를 또 택했다.
이병근 감독의 재임 기간 364일은 지금까지 수원을 거쳐간 7명의 사령탑 중 최단 기록이다. 서정원 감독 이후 수원 감독들은 계속 재임 기간이 짧아지고 있다.
5대 이임생 감독(591일), 6대 박건하 감독(587일)에 이어 이병근 감독도 떠나면서 수원은 다시 한 번 위기에 봉착하게 됐다.
단 세 감독 모두 본인만의 문제라고 볼 수는 없다. 특히 수원은 매번 이적 시장서 감독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고 이적 시장이 진행되지 않는 팀으로 평가받기에 구단 시스템에 대한 비판도 필요하다..
최근 5년 동안 수원의 이적 시장은 실패의 연속이었다. 특히 팀 전력의 큰 축을 담당하는 외인의 경우는 2021년 니콜라오와 제리치, 2022년 그로닝 등 기대 이하에 그쳤다.
이번 시즌 이병근 감독만 해도 오현규의 갑작스러운 해외 진출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대체 공격 자원 보강에는 실패했다.
원래 원하던 선수들의 영입이 모두 무산됐다. 결국 어쩔 수 없이 성남 FC에서 급하게 데려온 뮬리치는 감독이 추구하는 축구 스타일에 어울리지 않는 보강이었다.
여기에 중앙 수비 보강까지 무산됐다. 여기에 K리그1 팀 중에서는 유일하게 국내서 전지 훈련을 진행하면서 시즌 준비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이러한 수원의 문제는 단순히 이번 시즌뿐만 아니라 최근 매 시즌 반복되고 있다. 감독의 문제도 있었겠지만 그 이상으로 시스템의 문제가 큰 것.
실제로 나름 소기의 성과를 냈던 이임생 감독(2019 FA컵 우승)과 박건하 감독(ACL 8강, 리그 6위)도 겨울 이적 시장에 발목이 잡히며 시즌 중 쓸쓸하게 팀을 떠나야 했다.
현대 축구는 날이 갈수록 전문 경영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단 수원은 이런 상황서도 다른 사람들은 책임을 지지 않고 감독만 방패막이로 삼고 있다.
사실 내부 시스템이 변하지 않는 이상 수원의 부진은 계속 될 것이라는 부정적인 관측도 있다. 이러한 의견은 수원 팬들 사이에서도 퍼지고 있다.
이번 시즌 내내 수원 팬들의 '버스 막이'나 '응원 보이콧'은 단순히 이병근 감독에 대한 비토가 아니라 무책임한 수원 구단을 향한 것이었다.
현 시점에서 수원은 7경기 무승(2무 5패)로 리그 최하위(승점 2)로 추락한 상태다. 이번에도 수원 구단이 단순히 감독만 방패막이로 내세우고 모르쇠로 사태를 외면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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