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양웅으로 자리매김한 ‘현대가(家) 형제’ 중 누가 우위를 점하고 있을까? 기간을 길게 잡지 않고 최근 1년간으로 국한한다면, 우매한 질문이라고 할 듯하다. K리그에 어느 정도 관심 있는 팬이라면 대부분 선뜻 울산 현대의 손을 들어 줄 성싶다.
5연패(2017~2021년)로 독주하던 전북 현대의 아성을 허물고 지난해 K리그 왕좌에 앉은 울산 아닌가. 더구나 울산이 올해에도 초반 6연승의 기세를 뽐내며 2연패를 향해 거침없이 내달리는 반면, 전북은 9위의 수모를 겪고 있다. 누구라도 울산 우위에 토를 달지 않을 모양새가 빚어진 지난 1년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전북이 앞서고 울산이 뒤를 쫓는다는 ‘요지경’ 순위가 나왔다. 그것도 상당한 격차여서, 더욱 받아들이기 힘든 서열이다. 과연 믿어야 할까?
IFFHS가 발표한 AFC 클럽 랭킹, 과연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야 하나?
1991년부터 전 세계 축구 클럽 성적을 수치화해 순위를 매기는 IFFHS(국제축구역사통계연맹)는 지난 13일(현지 일자) 이해하기 어려운 통계를 발표했다. 이날, 지난 1년 동안(2022년 4월 1일~2023년 3월 31일)을 토대로 내놓은 AFC 클럽 랭킹은 언뜻 ‘과연 제대로 추출한 통계 자료인가’ 하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킬 만하다.
이 통계에 따르면, AFC 클럽 랭킹 1위는 전북 현대다. 163.5점으로, 2위에 자리한 알힐랄 SFC(사우디아라비아·141점)에 넉넉히(22.5점) 앞서며 선두를 지켰다. 9개월간 선두에 올라 있는 전북이다. 3위에 자리한 울산(115점)엔 더욱 큰 점수 차를 보였다. 물경 48.5점이나 벌어진 격차다(표 참조).
IFFHS는 철저히 성적에 기반을 둔 클럽 랭킹을 산출해 공개한다고 자랑한다. 정량분석만이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취한 산출 방식임을 내세운다. 각국 리그와 대륙 대회 결과를 바탕으로 이뤄진 신뢰성 높은 통계라며 자부심을 느끼는 IFFHS다. 이 맥락에선, 순위 자체가 문제이진 않다.
최근 1년간 성적 집계에선, 전북이 울산에 앞섬은 분명한 사실로 나타난다. 지난 1년간 K리그에서, 전북과 울산은 공교롭게도 똑같은 전과를 올렸다. 21승 9무 6패,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지지 않는다. 2022년 4~12월엔, 전북(20승 8무 4패)이 울산(17승 9무 6패)에 우위를 점했다. 그러나 올 1~3월엔, 울산(4승)이 전북(1승 1무 2패)을 압도했다.
전북이 이번 발표에서 1위에 자리한 근인은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과 FA컵에서 울산보다 더 나은 성적을 올린 데서 찾을 수 있다. 전북은 FA컵에서 우승했고, ACL에선 4강에 올랐다. 이에 비해, 울산은 FA컵에선 8강 진출에 그쳤고, ACL에선 조별 라운드 탈락의 쓴잔을 들었다.
그러나 순위는 그렇다 치고 큰 점수 차는 아무래도 수긍이 가지 않는 대목이다. IFFHS는 ACL 성적을 점수로 환산할 때, ▲ 승리 9점 ▲ 무승부 4.5점을 배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맞춰 대입하면, 전북이 이 기간 ACL에서 벌어들인 점수는 63점(5승 4무·승부차기 승패는 무승부 간주)이다. 울산은 같은 기간 ACL에서 31.5점(3승 1무 2패)을 획득했다. 전북의 딱 절반에 해당하는 점수다.
그래도 전체 점수 차(48.5점)엔 미치지 못한다. 이 점수 차는 FA컵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기도 하다. 그래도 석연치 않다. 비슷한 수준의 클럽이 다투는 프로리그 성적에 가중치를 두는 IFFHS가 출전 팀의 수준 차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FA컵에 그다지 비중을 두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만일 IFFHS가 아예 FA컵 성적을 도외시한다면, 실종된 17점(48.5-31.5)은 어디로 갔을까?
전 베스트 일레븐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