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최대어’ 김연경(35)이 예상을 깨고 흥국생명에 잔류한 데에는 ‘세계적 배구 명장’ 마르첼로 아본단자(53) 감독의 영향이 결정적이었다.
흥국생명은 지난 1월2일 부임 첫 시즌이던 권순찬 감독을 전격 경질하면서 배구계를 발칵 뒤집었다. 당시까지 1위 현대건설을 맹추격하며 2위로 팀을 이끌고 있었지만 선수 기용과 로테이션에 간섭하던 김여일 단장과 갈등이 파국으로 끝났다.
이영수 수석코치도 대행으로 1월5일 GS칼텍스전 1경기만 이끈 뒤 사퇴했다. 이날 경기 후 김연경은 “감독 경질이 납득되지 않는다. 구단 개입으로 진 경기도 있다”며 “결국은 구단 말을 잘 듣는 감독을 원하는 것이다. 누구를 위한 경질인지 모르겠다”고 공개적으로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다.
흥국생명은 김대경 코치 대행 체제로 10경기를 치렀다. 그 사이 김기중 선명여고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선임했으나 여론 반발에 못 이겨 본인이 고사하면서 무산되는 촌극도 있었다. 김연경이 FA가 되면 흥국생명을 떠나는 게 기정사실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반전이 있었다. 흥국생명은 2월19일 세계적 명장 아본단자 감독을 영입하는 데 성공했다. 이탈리아 출신으로 불가리아, 캐나다, 그리스 국가대표팀 감독을 역임한 아본단자 감독은 아제르바이젠 라비타 바쿠, 튀르키예 페네르바체, 이탈리아 자네티 베르가모 등 세계적인 클럽팀들을 이끈 명장이다.
특히 김연경과는 2013~2014시즌부터 4시즌 동안 함께한 인연도 있다. 두 사람은 2차례 리그 우승, 유럽배구연맹(CEV)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합작해 서로 신뢰 관계도 끈끈했다.
지난 2월23일 한국도로공사전부터 팀을 이끈 아본단자 감독은 마지막 7경기에서 5승2패를 거두며 흥국생명의 정규리그 역전 우승을 이끌었다. 챔프전에서 도로공사에 2연승 이후 3연패로 사상 최초 역스윕 희생양이 되면서 통합 우승은 놓쳤지만 아본단자 감독은 앞으로 두 시즌 더 팀을 이끌기로 계약돼 있다.
챔프전이 끝난 뒤 아본단자 감독이 김연경 잔류를 위해 직접 만남을 가졌고, 이적을 고려하던 김연경의 마음을 붙잡았다. 흥국생명은 16일 총 보수액 7억7500만원(연봉 4억7500만원, 옵션 3억원)에 1년 계약으로 김연경과 FA 계약을 공식 발표했다. V리그 여자부 보수 총액(샐러리캡 19억원, 옵션캡 6억원, 승리 수당 3억원)에서 한 선수가 받을 수 있는 최고액(샐러리캡 25%, 옵션캡 50%) 7억7500만원을 받았다.
김연경은 “생애 처음 맞이하는 FA라 생각이 많았다. 감독님의 시즌 구상 계획이 내 마음을 결정하게 만든 큰 이유였다”고 말했다. 아본단자 감독도 “김연경은 배구 선수로서 기술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부분 등 많은 부분에서 팀에 좋은 영향을 주는 선수다. 이런 선수와 앞으로도 함께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기뻐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