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 캐롯점퍼스가 정말로 그냥 죽진 않았다. '김승기 매직'이 다시 한번 빛을 발했다.
고양 캐롯점퍼스는 15일 오후 2시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플레이오프(PO) 4강 2차전에서 안양 KGC인삼공사에 89-75로 승리했다.
이로써 캐롯은 1승 1패를 만들며 시리즈 균형을 맞췄다. 김승기 감독은 1차전에서 빠르게 주축 선수들을 불러들이며 승부수를 던졌고, 이는 2차전 승리로 돌아왔다. 캐롯은 지난 경기 43-99로 패하며 프로농구 역사상 한 경기 최다 점수 차 패배(56점 차), 역대 플레이오프 최소 득점 등 굴욕을 맛봤지만, 이날 승리로 깨끗이 씻어냈다.
이제 승부는 정말 아무도 알 수 없게 됐다. 역대 통계를 보면 PO 4강에서 1차전 패배 후 2차전을 승리했을 시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할 확률은 50%(총 20회 중 10회)다.
총력전을 예고한 캐롯은 베스트 5로 전성현, 이정현, 최현민, 조한진, 디드릭 로슨을 내보냈다. KGC는 1차전과 마찬가지로 변준형, 배병준, 문성곤, 오세근, 오마리 스펠맨을 먼저 내보냈다.
"그냥 죽진 않겠다"던 김승기 감독의 각오대로 캐롯은 악조건에서도 모든 것을 쏟아냈다. 캐롯은 오세근과 변준형에 당하며 1쿼터를 25-30으로 뒤진 채 마쳤지만, 2쿼터 들어 역전에 성공했다.
캐롯 선수들은 KGC가 공만 잡으면 적극적으로 압박하며 실수를 유도했다. 지난 1차전에서 43-99로 패하며 프로농구 역사상 한 경기 최다 점수 차 패배 기록을 세웠던 굴욕을 씻어내겠다는 각오가 엿보였다.
그 결과 캐롯은 전반을 46-42로 앞선 채 마무리했다. 당황한 KGC는 2쿼터에만 턴오버를 5개 기록하며 역전을 허용했다. 1차전에서 빠르게 주축들을 벤치로 불러들인 김승기 감독의 승부수가 효과를 봤다.
캐롯은 3쿼터 들어 더욱 점수 차를 벌렸다. 이정현이 3점슛 3개를 포함해 17점을 몰아넣었다. 반면 KGC는 3쿼터에도 턴오버 7개를 범하며 무너졌다. 한때 15점 차까지 달아난 캐롯은 3쿼터를 72-60으로 마무리했다.
결국 캐롯은 4쿼터에도 집중력을 잃지 않으며 경기를 91-73 승리로 매조지었다. 이정현이 32점을 터트리며 펄펄 날았고, 로슨도 24점 15리바운드를 기록하며 골밑을 지배했다. 전성현은 3점슛 두 개를 포함해 8점에 묶였지만,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귀중한 승리를 따낸 김승기 감독은 경기 후 "말이 필요없다. 캐롯이 아니라 오뚝이다. 죽을 것 같은데 다시 살아나고, 죽을 것 같은데 다시 살아난다"라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이정현 역시 "감독님께서 1차전에서 나를 빠르게 빼면서 다음 경기에 부딪쳐보자고 하셨다. 그 영향이 컸다. 체력 부담이 컸는데, 충분히 쉴 수 있었다. 그 덕분에 이길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제 캐롯은 홈구장 고양체육관으로 자리를 옮겨 3, 4차전을 치른다. 경기 전 고양에서 두 경기는 하고 싶다던 김승기 감독의 바람은 현실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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